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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Black Panther: The Album
    rhythmer | 2018-03-11 | 1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Various Artist
    Album: Black Panther: The Album
    Released: 2018-02-09
    Rating:
    Reviewer: 조성민









    [Black Panther: The Album]
    은 미국 박스 오피스를 휩쓴 마블 스튜디오(Marvel Studios)의 최신작 [블랙팬서, Black Panther]에서 착안한 사운드트랙 앨범이다.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조율 속에 탄생한 작품으로, 본 영화의 메가폰을 쥔 라이언 쿠글러(Ryan Coogler)가 직접 라마에게 프로젝트를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다고 본작을 영화의 공식적인 OST라고 할 순 없다. 일단 필름 스코어를 담당한 감독(루드윅 괴란손, Ludwig Göransson)이 따로 있다. 게다가 이 앨범은 영화의 핵심적인 흐름을 따르고 있을지언정 작은 디테일에는 얽매이지 않는 자생적이고 독립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기존 OST 앨범들과 차이점을 드러내는 부분이다(’Music from and Inspired by’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본작은 마블 사의 작품을 음악으로 구현해낸 스타일리시한 TDE(탑독, Top Dawg Entertainment) 컴필레이션 앨범인 셈이다.   

     

    표면적인 지표만을 보았을 때 이 앨범을 캐릭터의 컨셉트만 이용할 뿐 근래 발표된 트렌디한 앨범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청자도 있을 법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영화의 시놉시스와 와우 포인트를 앨범에 세심하고 충실하게 반영한 점은 놀랍다. 프로덕션부터 살펴보자. 매끈히 가공된 전자음과 굵직하게 떨어지는 베이스와 신스, 그리고 세련된 드럼 패턴 등은 마치 겉으로는 제3세계 개발도상국 정도지만, 사실은 비브라늄 기반의 최신식 문물로 빚어진 와칸다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여기에 아프리칸 리듬과 퍼커션, 남아공 출신 아티스트들의 맹활약, 아프로비트(Afro-beat) 트랙 “Redemption”에서 마더랜드(Motherland)와 화합에 관한 메시지를 담은 핵심적 트랙 “Seasons”로 이어지는 후반 구간 등을 통해 영화적 배경이 선사하는 이질감과 신비로움을 입혔다. 또한, 간혹 등장하는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식 음울한 비트 스위치나 브릿지 덕에 싸이키델릭한 기운도 살짝 가미됐다.

     

    앨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Opps”는 유일하게 영화에 삽입된 곡으로, 부산 자동차 추격 시퀀스의 생동감과 맹렬함을 생생히 전달한다. 빈스 스테이플스(Vince Staples)의 곡을 장악하는 능력과 에너지가 폭발한 이 곡은 흡사 [Big Fish Theory]에서 떼어내 수록한 것만 같다. 빈스 이외에도 다른 랩퍼들의 퍼포먼스 역시 매우 만족스러운 편. 블랙 히피(Black Hippy) 멤버들은 무시무시한 래핑과 저마다의 매력을 쏟아냈다. 스쿨보이 큐(ScHoolboy Q)는 익살스러우면서도 쫄깃한 플로우로 중무장했으며, -소울(Ab-Soul)은 고급스러운 워드플레이로 벌스를 빼곡히 채웠고, 제이 락(Jay Rock)“King’s Dead”의 초반부에 동력을 불어넣었다.

     

    그래도 역시 앨범의 핵심적 인물은 켄드릭 라마다. 앨범의 큐레이터 겸 메인 랩퍼로 활약한 라마는 원작에 충실한 래핑을 선보였다. 특히, 티찰라(T’Challa)가 왕위에 오르며 느낀 심리를 그려낸 첫 트랙 “Black Panther”와 에릭 킬몽거(Erik Killmonger)에 빙의된 듯 울분을 토해낸 “King’s Dead”의 후반부 퍼포먼스는 가히 압권이다.

     

    여기에 최근 떠오르는 랩 크루 에스오비(SOB X RBE)가 주도한 “Paramedic!” 역시 또 다른 킬몽거 테마 곡으로써 주목할 만하다. 사운웨이브(Sounwave)와 디제이 다히(DJ Dahi)가 협업한 해당 트랙은 킬몽거, 혹은 와칸다의 워 독(War Dog) 신분으로 미국에 파견된 그의 아버지 은조부(N’Jobu)가 보고 겪었을 만한 잔혹함과 거리의 위험성을 묘사한 쥐 펑크(G-Funk) 트랙이다. 영화에서 악역인 킬몽거가 더욱 두드러진 캐릭터로 그려진 것처럼, 이 곡의 프로덕션과 에너지 역시 다른 트랙들과 비교해 가장 색채 짙고 인상 깊게 다가온다.

     

    결론적으로 [Black Panther: The Album]은 영화제작사와 음악 레이블이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했을 때 서로 원하는 것을 전부 취하는 아주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할만하다. 물론, 기존 TDE 앨범만큼 응집력 있는 구성에는 미치지 못하고, 컴필레이션 앨범의 특성상 집중력이 떨어지는 구간도 노출되는 편이지만,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탄탄하다. 켄드릭 라마와 사운웨이브의 지휘 아래 현대적인, 아니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편집자 주: 1970년대를 기점으로 주로 흑인 영웅이 등장하는 흑인 관객들을 위한 영화의 총칭)' 앨범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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