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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해쉬스완 - Alexandrite
    rhythmer | 2018-04-09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해쉬스완
    Album: Alexandrite
    Released: 2018-02-21
    Rating:
    Reviewer: 강일권









    보통 서브 레이블은 메인 레이블과의 음악적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설립되곤 한다. 한국힙합 씬에도 이 같은 서브 레이블이 하나둘 생겨났다. 하지만 소속 멤버들의 경력 차이 정도가 느껴질 뿐, 음악에서의 차이는 미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리네어 레코즈와 엠비션 뮤직(Ambition Musik)의 구도는 흥미롭다.

     

    일리네어 레코즈가 사운드와 가사적으로 미국 메인스트림 힙합 트렌드의 영향력 아래 있다면, 엠비션 뮤직은 9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힙합 스타일을 전부 아우른다. 결과물의 완성도에 관한 부분은 일단 논외로 하고, 엠비션 뮤직은 서브 레이블의 존재 이유를 잘 보여준다. 이곳 소속의 해쉬스완(Hash Swan)이 발표한 새 EP [Alexandrite]도 좋은 예다.

     

    엠비션의 다른 두 멤버, 김효은이 ‘90년대 붐뱁 힙합에 투신하고, 창모가 트랩과 랩-싱잉(+ 오토튠)으로 대표되는 2010년대 힙합에 적을 두었다면, 해쉬스완은 그 중간 즈음에 자리한다. 굳이 따지자면, 후자에 좀 더 가깝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힙합 연대기 속 어느 한 시기의 적자로 보긴 어렵다. 중간마다 트랩 비트가 흐르고, ‘90년대 힙합의 감성이 느껴지는 구간도 있으나 [Alexandrite]의 전반적인 사운드는 지극히 팝적으로 마감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이는 곡과 구간에 따라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한다. 일단 이 같은 사운드의 방향성은 해쉬스완이 나른한 톤으로 전개하는 랩핑과 꽤 잘 어우러진다. 특히, 성공에 대한 과시가 주를 이룬 전반부의 곡들이 그렇다. 미니멀한 구성과 속도감을 살린 프로덕션이 인상적인 알렉산더처럼 왕이나 스틸 드럼 사운드를 부각하여 2000년대 초반의 클럽 뱅어를 연상하게 하는 “John Doe” 등은 대표적인 예다.

     

    이 구간의 일부 가사도 인상적이다. 한영혼용을 최대한 배제한 채, 제목부터 전개까지, 비유와 은유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일례로 가장 흔한 소재인 브래거도치오(braggadocio: 일종의 '허풍'을 가미한 자기과시) 트랙에서도 알렉산더(“알렉산더처럼 왕”)와 뉴턴(“뉴턴을 부정해”)을 효과적으로 끌어와 천편일률적인 스웩과 차별을 뒀다. 랩퍼로서 직무유기에 가까울만큼 단선적인 표현과 내용으로 일관한 가사가 난무하는 한국힙합의 상황을 고려하면, 가장 반가운 부분이다.

     

    그러나 스쳐지나가자를 기점으로 감정선을 건드리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곡들이 나오면서부터 감흥은 급속도로 떨어진다. 프로덕션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기존의 뻔한 랩 가요 스타일에 함몰된 곡들(“스쳐지나가자”, “미치지 않고서야”)이 감상의 맥을 끊고 지루하게 이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이전까지 괜찮게 흘러가던 랩도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한다.

     

    속도감 있는 비트에 따라붙는 전반부에서의 랩핑은 귀를 잡아끄는 지점이 있었으나 이후부터는 아쉬운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단조로운 데다가 불안정하기까지 하다. 대표적으로 높은 너의 하이힐 같이스쳐지나가자에서 그의 랩은 순간순간 미숙함을 노출하며, 림보에 빠지고 만다. 결국, 개성 있는 톤만 남았다.

     

    [Alexandrite]에선 해쉬스완의 넓은 음악 취향과 다양한 면모를 느낄 수 있다. 그런 와중에도 가사와 정서적으로 앨범의 구성을 나눈 것이 눈에 띈다. 그러나 기복이 심한 랩핑과 프로덕션의 완성도가 발목을 잡는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순간도 발견할 수 없다. 그의 잠재력을 고려했을 때 본작이 그저 정규 데뷔앨범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 정도에 머물렀다는 사실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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