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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Bishop Nehru - Elevators: Act l & ll
    rhythmer | 2018-04-15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Bishop Nehru
    Album: Elevators: Act l & ll
    Released: 2018-03-16
    Rating:
    Reviewer: 이진석









    어린 나이에 실력을 인정받아 나스(Nas)의 레이블 메스어필(Mass Appeal)에 입단한 비숍 네루(Bishop Nehru)는 꾸준히 양질의 결과물을 만들어왔다. 엠에프 둠(MF Doom)과의 콜라보 앨범 [Nehruvian Doom]이나 디지 라이트(Dizzy Wright), 나인스 원더(9th Wonder)와 손잡은 [Brillant Youth EP], 그리고 원래 공개되었어야 할 첫 정규앨범의 예고편 격으로 나왔던 [Nehruvia: The Nehruvian EP]는 대표적이다.

     

    언급한 작품에서 그는 아직 10대임이 믿기지 않는 성찰적인 가사와 탄탄하게 자리잡은 랩 스킬로 촉망받는 신예의 자리를 다졌다. 원래 나스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기로 했던 비숍 네루의 첫 정규 앨범은 결국 발매되지 않은 채 지나갔으나, 그는 매년 흥미로운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비숍 네루가 발표한 앨범 [Elevators: Act l & ll]는 꽤 독특하게 구성되었다. ‘Elevators’라는 제목은 앨범의 컨셉트를 직관적으로 담고 있는데, “Act l: Ascension” “Act ll: Free Falling”으로 나뉜 두 개의 파트는 네루가 고층 빌딩에 들어가(“Act I: Ascension”) 꼭대기에 오르기까지(“Rooftops”)의 서사를 공유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케이트라나다(Kaytranada)와 엠에프 둠(MF Doom)이 앨범을 양분하여 각자의 프로덕션으로 두 개의 장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동시에 비숍 네루는 인터뷰를 통해 앨범의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더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의 전설적인 앨범 [Pet Sounds]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영향으로 백업 코러스를 하나의 악기로써 적극적으로 사용한 흔적이 보인다.

     

    그 경계를 확실히 나누어놓은 만큼, 각 파트를 책임진 두 프로듀서와 비숍 네루의 조합을 비교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둘 모두 투박하게 깎은 드럼 소스를 바탕으로 세련된 루핑을 선보이지만, 적잖은 차이가 드러난다. 먼저, 전에 없이 둔탁한 방향으로 결을 잡은 케이트라나다는 ‘70년대 소울과 브라질리언 뮤직을 특유의 몽롱한 분위기로 재해석해 풀어냈다. 더불어 묘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코러스와 다채로운 소스를 얹어 세련미를 끌어올린다.

     

    반면, 엠에프 둠의 경우 다른 방향에서 감흥을 선사한다. 짧게 컷팅한 소스를 힘있게 내리꽂아 강렬한 동시에 도회적인 무드를 조성한다. 휘몰아치는 변주로 드라마틱한 전개를 펼치는 “Again & Again”이나 힘찬 브라스 루프로 앨범의 막을 내리는 “Rooftops”는 특히 인상적인 순간이다.

     

    비숍 네루의 빼어난 랩핑 역시 주목할만하다. 사실, 그의 랩 톤 자체는 강렬하게 귀에 꽂히는 편이 아니고, 놀라운 스킬로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테크니션도 아니다. 그러나 본인의 장단을 잘 이해한 듯 드럼과 맞물려가며 절묘한 레이드백(Laid-Back)으로 차진 박자감을 만들어낸다. 곡의 분위기에 맞춰 차분하게 읊조리는 “Driftin”이나 경쾌한 프로덕션과 함께 툭툭 던지듯 흥얼거리는 “Get Away”, 꽉 조이는 비트 위로 타이트하게 쏟아내는 “Potassium”과 흥겨운 재즈 샘플로 대미를 장식하는 “Rooftops”까지, 변화하는 무드에 맞춰 기복 없이 견고한 랩핑을 선보인다.

     

    [Elevators Act I & II]는 두 개의 장을 합해 12트랙으로 구성되었지만, 막상 러닝타임은 30여 분 남짓으로 그다지 길지 않다. 네루는 짧은 시간 동안 높은 밀도로 여러 이야기를 쏟아냈고, 그 감흥은 여느 정규앨범 못지않다. 그가 지닌 재능은 충분히 입증됐다. 이제 남은 건 2% 부족해보이는 커리어에 그를 대표할만한 강렬한 한 방을 꽂아 넣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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