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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소마 - 봄
    rhythmer | 2018-04-23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소마(SOMA)
    Album:
    Released: 2018-04-13
    Rating:
    Reviewer: 강일권









    싱어송라이터 소마(SOMA)의 시작은 흥미로웠다. 한국에서 시도가 흔치 않은 레게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도 채 되지않아 주력 장르가 알앤비로 바뀌었다. 앤 피블스(Ann Peebles), 코디 체스넛(Cody Chesnutt) 등의 곡을 레게로 편곡한 무료 공개곡만 있었을 뿐, 아직 정규 결과물이 없던 상황에서의 갑작스러운 전향은 아티스트에 대한 호기심을 크게 반감시켰다.

     

    곧 발표된 첫 EP [Somablu]를 통해 드러난 새 노선은 얼터너티브 알앤비. 이는 같은 해 나온 두 번째 EP [The Letter]까지 이어진다. 두 앨범 모두 보컬과 프로덕션 양쪽에서 해당 장르의 특징을 잘 잡아내긴 했으나 그것만으론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어려웠다. 단지 그럴 듯한 구현에 의미를 부여하기엔 이미 국내에서도 얼터너티브 알앤비 사운드는 신선함을 잃은 상태였고, 보컬 또한, 귀를 잡아끄는 지점은 있을지언정 기억에 남을만한 순간을 만들어내진 못했다.

     

    그럼에도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던 건 몇 가지 이유에서다. 꾸준히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통해 커리어를 이어나가려 한다는 것, 작사,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까지 관여한다는 것, 무엇보다 아직 정규앨범을 내기 전이라는 것. 그런 가운데 소품집 []이 발표됐다. 4곡이 수록된 EP 규모의 결과물이다. 일단 의외였다. 그동안 해오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의 음악이 담겼다. 그리고 놀랐다. 한 곡 한 곡에서 오는 감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본작에서 소마는 얼터너티브 알앤비와 트렌디함의 울타리 밖에 있다. 전반적인 분위기를 주도한 건 기타 연주가 부각된 마이너풍의 소울 팝이다. 그에 걸맞는 또렷하고 세련된 멜로디 라인과 잘 연출된 무드가 돋보인다. 와비사비룸과 히피는 집시였다의 제이플로우(Jflow)를 비롯하여 유턴(U-Turn), 선데이캔디(Sundaycandy), 주럼퍼그(Zoorumpug) 등등, 아직 수면으로 부상하지 않은 신예 프로듀서와 소마의 좋은 화학작용이 빚은 결과다.

     

    특히, 인상적인 건 전과 다른 소마의 보컬이다. 음악 스타일이 바뀜에 따라 보컬도 변화했는데, 이는 []이 남기는 여운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요소다. 근래 유행하는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특성상 보컬은 주로 장르가 연출하고자 하는 침잠되고 멜랑콜리한 사운드와 무드에 자연스레 묻어나는 방향으로 구사되어왔다. 이 계열의 음악에 팔세토 창법이 자주 쓰이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소마 역시 이전 앨범들에선 이 같은 노선을 따른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본작에선 가성 위주를 벗어나 자유롭게 음역대를 오가며 전에 느낄 수 없었던 매력과 감흥을 선사한다. 마치 봉인이 해제된 듯하다. “고마워꽃가루는 이 같은 보컬과 프로덕션의 장점이 극대화된 곡들이다. 전작 [The Letter]의 첫 곡인 “Dear.”의 심화 버전처럼 와닿기도 한다.

     

    더불어 세 번째 곡인 바람이 될게는 유일하게 최근의 알앤비 프로덕션으로 완성되었음에도 전혀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고, ‘70년대 한국의 사이키델릭 팝을 떠올리게 하는 귀가(歸家)”가 장식하는 마무리도 근사하다. 제목의 계절이 주는 희망적이고 따스한 이미지와 달리 처연함이 잔뜩 밴 가사도 적잖은 여운을 남긴다.

     

    보통 대중음악에서 소품집은 아티스트가 가벼운 마음으로 간결하게 구성한 번외 격 작품을 일컫는다. 그런데 []은 그녀의 결과물을 통틀어 가장 강렬하다. 그래서 단지 4곡뿐인 것이 아쉽다. “꽃가루의 가사처럼 봄은 짧지만, 마지막 곡이 끝나면, 이 버전의 소마 음악을 좀 더 들어봤으면 하는 기분이 쉬이 가시지 않는다. 그만큼 이 짧은 []의 음악은 그녀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치를 매우 높여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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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Enomis (2018-04-25 04:49:59, 120.50.80.**)
      2. 이뻐서 좋아한다는 말을 왜 못해요 왜.
        농담입ㄴ..
        이번 소품집 확실히 좋더군요.
        자기 색을 어느 정도 찾은 듯해서.
        어서 만개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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