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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나얼 - Sound Doctrine
    rhythmer | 2018-04-24 | 6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나얼
    Album: Sound Doctrine
    Released: 2018-03-28
    Rating:
    Reviewer: 황두하









    나얼은 현시대 가요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뮤지션이다. 그룹 브라운 아이드 소울(Brown Eyed Soul)과 솔로 활동을 오가며, 그 흔한 방송 활동 없이도 꾸준히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통해 자기 영역을 구축했다. 특히,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팝 발라드 성향의 곡들과는 별개로 1960년대부터 `90년대 사이에 유행한 알앤비의 여러 하위 장르를 탐구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12년에 발표된 첫 번째 솔로앨범 [Principle of My Soul]은 그 결실이 담긴 수작이었다. 그리고 약 6년만에 발표한 두 번째 솔로앨범 [Sound Doctrine]에서 느껴지는 장르에 대한 열정은 더욱 강해졌다. , 일렉 기타, 빈티지한 질감의 신시사이저와 간간히 울리는 코러스가 어우러져 펑키한 그루브를 자아내는 첫 트랙 “Soul Walk”는 이 같은 앨범의 성격을 대표한다. 마치 1970년대 유행하던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 영화의 OST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 곡은 매우 효과적이고 적절한 인트로다.

     

    이 외에도 필리 소울(Philly Soul)과 두왑(Doo Wap)의 경계에서 유려한 현악기와 색소폰 연주가 봄기운을 북돋우는 “Spring Song”, 귀를 때리는 드럼 라인과 신스가 흥겨운 펑크(Funk) 트랙 “Baby Funk”,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가 떠오르는 디스코 트랙 “Stand Up” 등등, 모두 각 장르가 주는 고유한 맛을 재현하는 데에 주력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다.

     

    아울러 복고적인 감성을 지녔음에도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세련되게 들린다는 것 역시 본작이 지닌 미덕이라고 할만하다. 인챈트먼트(Enchantment)의 곡을 그대로 리메이크하여 나얼 보컬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소울 넘버 “Gloria” 역시 이러한 경향의 연장선에 있는 곡이다. 다만, 가사적인 면에서는 다소 아쉽다. 앨범의 완성도를 헤치는 수준은 아니지만, 표현이나 어휘 선택에 있어서 다소 안이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전작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곡의 구성이다. 그동안 꾸준히 선보였던 팝 발라드, 혹은 가요 성향 곡들의 비중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대신 장르적인 색채와 가요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춘 트랙들이 눈에 띈다. `90년대식 알앤비 발라드와 동시대에 유행하던 가요 발라드의 경계에 있는 기억의 빈자리나 필리 소울(Philly Soul)의 감흥을 한껏 끌어올린 프로덕션 위에 가요풍의 멜로디를 얹은 널 부르는 밤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양쪽의 특징을 적절히 녹여냈다.

     

    그래서 기억의 빈자리같은 경우엔 “Baby Funk”“Stand Up” 사이에 있음에도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 특히, 보너스 트랙 격으로 수록된 널 부르는 밤의 확장 버전은 앨범의 하이라이트라 할만하다. 앨범 내내 분위기를 주도하던 색소폰 연주가 일렉 기타와 바통 터치를 하며 절정으로 내달리는 후반부는 매우 진한 여운을 남긴다. 8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블랙가스펠 성향의 곡들이 주는 감흥도 여전하다. 악기들이 맞물려 상승하는 후반부가 인상적인 “Comforter”, 2015CCM 앨범 [I AM Melody 3]에 수록되었던 곡을 확장한 “I Surrender All” 등등, 노골적으로 종교적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 곡들이지만, 뛰어난 완성도와 보컬 덕분에 거부감 없이 다가온다.

     

    [Sound Doctrine]은 제목 그대로 장르를 교과서적으로 연구하여 완벽한 사운드로 구현해낸 결과물이다. 그만큼 알앤비/소울에 대한 그의 변치않은 고집과 애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 커리어에서 이토록 꾸준하게 한 장르를 파온 그의 모습엔 뚝심이란 표현이 알맞을 듯하다. 그리고 본작은 그의 존재가 왜 가요계에서 독보적일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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