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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자메즈 - GOØDevil
    rhythmer | 2018-06-01 | 1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자메즈(Ja Mezz)
    Album: GOØDevil
    Released: 2018-03-15
    Rating:
    Reviewer: 남성훈









    자메즈(Ja Mezz)는 랩퍼 오디션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에 연이어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은 동시에 결과물을 통해 꾸준히 작가적인 스탠스를 내세워왔다. 이렇다 할 음악적 성취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진 못했지만, 본인만의 캐릭터를 구축해나가는 중이라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여기엔 자신을 중심에 두고 동세대의 초상을 그리려는 시도가 주제의의식으로 깔려있다. 그래서 그의 경력을 따라온 이라면, 첫 정규작인 [GOØDevil]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앨범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역시 정규작을 향한 치열함이다. 가사와 프로덕션, 양쪽에 전부 녹아있다. 직설적으로 담아낸 선언과 함의를 품은듯한 표현이 뒤섞인 가사, 그리고 다채로운 변주를 과감하게 시도한 프로덕션의 조합이 첫 곡부터 귀를 잡아끈다. 그만큼 시작은 괜찮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낸 무드가 큰 효과를 발휘하는 구간은 아쉽게도 많지 않다. 무엇보다 자메즈만의 통찰력을 보여주는 것에 완전히 실패했다. 감탄을 자아낼만한 독창적인 표현이나 함의를 찾아보기 어려운 작사 능력 탓이다.

     

    단조롭게 이어지는 벌스(Verse) 속에선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풍부한 서사도,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지루함만 더한다. 낮은 수준에 머무른 영어 라인의 잦은 난입도 가사의 가치를 더 떨어트린다. 이 와중에 자메즈는 냉소적인 예술가 기질을 거창하게 보여주려 하지만, 그가 오늘에 이르게 된 배경에서 [쇼미더머니]를 빼면 거론할만한 것이 없고, 퍼포먼스마저 기술적으로 아쉽다 보니 많은 트랙에서 남는 건 공허함내지는 생경함이다. 예술가로서의 내면을 파고들어 보여주면서 자신만의 철학을 전달하려는 의도만 아주 강하게 내비친 채 더 나아가지 못했다.

     

    프로덕션도 아쉽긴 매한가지다. 온갖 장르의 소스를 끌어와 늘어놓지만, 날카롭게 다듬어진 사운드로 미니멀하게 구성한 비트는 5년 전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완성형으로 선보였던 스타일이다. 특히, 소음의 충돌처럼 불협화음을 순간적인 변주로 이어가며 파괴적인 강렬함을 선사한 시도를 여러 곡에서 흡수했다. 이 같은 점은 "Love in Heaven" 이전까지의 전반부 트랙에서 두드러진다.

     

    문제는 이것들이 애매한 시기에 구현되었다는 점이다. 실험적인 사운드라기엔 명확한 영향력 아래에 있고, 같은 이유로 오히려 진부하고 안이하게 느껴진다. 유일한 강점은 명료하게 정제한 사운드와 그 사운드의 배치에서 오는 청각적인 쾌감이다. 피처링 진의 활약도 뛰어나다. 자메즈가 전체적인 무드를 깔아주는 선에 그치고, 참여 진이 수준급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곡의 하이라이트를 가져간 것은 시각에 따라 치명적인 약점일 수 있겠지만, [GOØDevil]의 감상을 돕는 중요한 요소다.

     

    자메즈는 첫 정규작을 통해 그간 보여준 주제의식을 확장하고 예술가로서의 음악적 야심을 이루려 한 듯하다. 하지만 그가 그린 이상향을 앨범 단위의 작품으로 만들어내기에 아직은 능력의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GOØDevil]은 바탕에 깔린 야심 덕분에 오래간만에 흥미를 끈 한국힙합 앨범이었지만, 범작에도 미치지 못한 완성도 탓에 빛이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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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트버지 (2018-06-02 20:30:11, 1.237.227.***)
      2. 마음은 국가대표 일레븐인데 몸은 동네 조기 축구계 회원
      1. Enomis (2018-06-01 18:27:24, 120.50.80.**)
      2. 최근에 영화 버닝을 봐서 그런지 이 앨범을 듣고서 버닝이 떠올랐습니다.
        잔뜩 기대했는데 결국 남는 건 텁텁한 실망감뿐.
        감상이 끝나고 이거 묘하게 고루한데? 라는 느낌도 겹치고요.
        다만 차이가 있다면 버닝은 최소한 영화를 보는 동안 지루하진 않았어요.
        근데 이 앨범은 3번 트랙부터 그저 따분합니다.
        본인 앨범인데도 주인공 자리를 꿰차지 못하고
        그럴듯한 비트와 가사만 있을 뿐, 굉장히 공허한.
        이거 들으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생각 하나.
        아.. 칸예 앨범 듣고 싶다..
      1. 김한규 (2018-06-01 14:46:00, 221.148.238.***)
      2. 저도 전체적인 프로덕션에서 Kanye의 영향을 받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대에 비해 아쉬운 결과물이지만 예술가적인 면을 많이 보여준 것 같아 다음 작품을 기대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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