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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Drake - Scorpion
    rhythmer | 2018-07-17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Drake
    Album: Scorpion
    Released: 2018-06-29
    Rating:
    Reviewer: 조성민









    현재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수일지도 모를 드레이크(Drake)는 정규 5 [Scorpion]을 통해 한 가지 궁극적인 목표를 이뤄내고자 한다. 누구도 쉽사리 넘볼 수 없을 것 같은 그의 현 위상을 견고히 하는 것. 이를 이루고자 그는 효율적인 방법을 택한다. 본인을 현 위치에 도달케 한 방식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랜 시간 함께해온 보이 원다(Boi-1da), 노아 포티 셰비(Noah ‘40’ Shebib), 노 아이디(NO I.D.)에게 프로덕션을 맡긴 것은 당연한 처사로 느껴진다. 그들이 설계한 드레이크 맞춤형 비트들은 어둑하고 먹먹한 베이스와 멜랑콜리한 신스 멜로디를 필두로 비교적 널찍한 공간감과 미니멀한 구조가 바탕을 이룬다.

     

    드레이크는 형식적인 방식으로 위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물량으로 압도하는 것이다. 첫 장은 힙합, 두 번째 장은 알앤비에 기준을 맞춘 듯한 2CD 구성을 갖췄다. 결과를 떠나 시도 자체는 유의미하다. [Views](2016) [More Life](2017)의 완성도를 저하시킨 요소들을 생각해 봤을 때, 물량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면, 아예 두 장으로 나누는 것은 괜찮은 생각이다. 컨텐츠도 큰 틀에서 볼 때 전작들과 유사하다.

     

    드레이크는 본작을 통해 그의 적이 누구인지 확실히 지목하고, 선을 그어 그들과 다름을 명백히 한다. 여기서 핵심은 항상 본인이 우위를 선점한 채 대결구도를 만든다는 것이다. 설령 그 상대가 제이지(Jay-Z)나 칸예 웨스트(Kanye West)여도 말이다. 그런 식으로 자신의 강인한 존재감을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론 인간적이고 나약한 면을 드러낸다. 표면적으로는 부러움의 대상이자 뒤에서는 연민이 느껴지는 전형적인 주인공 캐릭터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이다.

     

    이는 비록 기시감있는 캐릭터 연출이긴 하나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편이다. 특히, ‘사이드 A’를 수놓은 랩 트랙에서 내뱉는 자신감 넘치는 라인들, 그리고 드레이크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현 위상을 생각했을 때 그의 아우라를 간접적으로 체험 시켜주는 강렬한 펀치라인도 제법 눈에 띈다. 믹 밀(Meek Mill)과 디디(Diddy)를 향한 뒤끝 있는 말장난도, 칸예를 비꼬는 “8 Out of 10”의 도입부도 대상들의 정곡을 찌를 만큼 날카롭다. [If You’re Reading This It’s Too Late](2015) 이후 오랜만에 공격적인 내러티브를 집중력 있고 유효하게 유지한다.

     

    사이드 A’에 해당하는 부분의 장점은 프로덕션에서도 드러난다. 신예 트랩 비트메이커들의 선전도 두드러지는 편이지만, 진짜배기는 “Emotionless” “8 Out of 10”, “Sandra’s Rose”로 대변되는 ‘90년대 알앤비를 적극 샘플링한 트랙들이다. 이 역시 드레이크가 예전부터 꾸준히 선보였고 결과로도 어느 정도 이뤄냈던 작법이다.

     

    사운드적으로 더욱 흥미로운 곡들은 사이드 B’에 수록된 “Nice for What” “In My Feelings”이다. 전자는 산뜻한 업템포 댄스 트랙이며, 후자는 전형적인 알앤비 댄스 튠에 가깝다. 이들의 공통점은 뉴올리언스식 바운스 음악을 차용했다는 점이다. 과거 그라임(Grime)과 댄스홀(Dancehall)을 끌어안은 것처럼 해당 장르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본인의 감성 역시 그럴듯하게 녹여냈다.

     

    다만, ‘사이드 B’를 이루는 드레이크 감성의 각종 사랑이야기는 뻔할 뿐만 아니라 게으른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본인의 열애설 상대였던 인물들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심리 싸움을 이어가는 한편, 농염한 베드 씬을 묘사하거나 사랑을 성공의 방해물로 설정하기도 하고, 때론 속절없이 빠져버리는 모습도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 모든 것을 이미 알차게 담아냈던 [Take Care](2011)와 비교하기엔 많은 트랙들이 흔한 작사법과 무딘 멜로디로 이루어졌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아들의 존재가 밝혀지고 나서 취한 드레이크의 반응이다. 이에 관한 앨범에서의 몇 차례 언급은, 푸샤 티(Pusha T)가 선사한 큰 한방에 대응할 만한 명쾌한 대답을 주지 않는다. 특히, 스토리의 방점을 찍는 역할을 했어야 할 “March 14”의 아웃트로는 그가 그려낸 캐릭터를 통째로 부정하며 모순적인 인상을 남긴다.

     

    이와 같은 기복에도 불구하고 본작은 드레이크가 근래에 내놓은 작품 중 가장 말끔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인상에 남을 만한 몇 트랙들과 쾌감을 선사하는 펀치라인, 그리고 보컬과 랩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퍼포먼스 등 그에게 기대한 부분에서만큼은 주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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