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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윤미래 - Gemini 2
    rhythmer | 2018-07-18 | 1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윤미래
    Album: Gemini 2
    Released: 2018-07-05
    Rating:
    Reviewer: 황두하









    윤미래는 한국에서 최고의 여성 랩퍼로 손꼽힌다. ‘90년대 업타운(Uptown)의 멤버로 데뷔한 이래 모두를 압도해온 랩 스킬이 가장 큰 요인이다. 젠더 구분을 넘어서도 최고란 수식어가 뒤따라온 그녀의 하드웨어적인 측면은 정말 뛰어나다. 하지만 윤미래만이 여전히 최고의 여성 랩퍼로 거론되는 현실은 곱씹어봐야 한다. 그만큼 실력과 커리어 면에서 임팩트를 준 여성 랩퍼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등장한 이후로 무려 20년이 지났음에도 말이다.

     

    무엇보다 그런 윤미래조차 최고라 말하기엔 약점이 명확하다. 다름 아닌 가사다. 래퍼의 역량을 판가름할 때 랩 스킬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임에도 그녀의 가사는 대부분 타이거 JK를 비롯한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졌다. 본인의 가사를 직접 쓰지 못하는 것은 래퍼에게 치명적인 부분이다(이제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가사의 질적인 면을 따지는 단계에도 이르지 못하는 현실인 것이다.

     

    다행히 윤미래에겐 싱어로서의 재능도 있었고, 이것이 랩퍼로서의 약점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었다. 그덕에 힙합 앨범을 표방했던 [Gemini]2007년에 발표한 정규 3[Y O O N M I R A E]가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두고두고 회자할만큼 명반은 아니었지만, 준수한 완성도의 작품이었다. “삶의 향기 (Soul Flower)”, “Memories... (Smiling Tears)“, “검은 행복”, 시간이 흐른 뒤 (As Time Goes By)” 등은 이 가운데 탄생한 장르적 완성도와 대중성을 고루 갖춘 곡들이다.

     

    윤미래가 [Y O O N M I R A E] 이후, 11년만에 발표한 이번 앨범은 2002년에 냈던 [Gemini]의 후속작이다. 다만, 전작과 달리 힙합 앨범을 표방하지는 않았다. 앨범에는 보컬과 랩이 각각 주도하는 곡들이 골고루 섞여 있다. 보컬과 랩이 모두 가능한 점을 살려 기계적으로 커리어를 양분했던 과거와 달리 뮤지션으로서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고자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하드웨어는 아직도 녹슬지 않았다. 리듬을 자유자재로 밀고 당기는 매력적인 톤의 보컬과 탄탄한 발성을 바탕으로 한 찰진 랩이 그 자리 그대로 있다.

     

    하지만 한계 또한 변함없다. 플로우 디자인과 라임 운용에서 발전을 찾아볼 수 없는 탓에 진부하게 다가온다. 여전히 타이거 JK의 영향이 느껴지는 랩에서 기시감이 드는 첫 곡 “Rap Queen”은 대표적이다. 트랩 뮤직(Trap Music)을 차용한 샴페인 (Champagne)” 역시 요새 유행하는 플로우를 그녀의 목소리로 소화했다는 것 이상의 맛을 느끼기 어렵다.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톤만 남았다.

     

    가사에서의 발전도 찾을 수 없다. 앨범은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지만, 단조롭고 디테일이 부족한 표현으로 일관한 탓에 전혀 감흥을 주지 못한다. 각각 아들을 향한 사랑과 당당한 여성상을 노래한 “Cookie”가위바위보는 의도한 감흥을 끌어내지 못한 대표적인 곡들이다. 이 두 곡은 그녀가 직접 한국어로 가사를 썼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해진다. 달달한 분위기 위로 부부 사이의 일상을 현실적이고 재치 있게 풀어낸 개같애가 유일하게 귀를 잡아끄는 곡이다.

     

    프로덕션은 전반적으로 준수하나 묘하게 촌스럽다. 곡들은 저마다 특정 시대에 유행했던 사운드를 재현하는 데에 집중한 듯하다. 대부분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의 미국 메인스트림 블랙뮤직 씬에서 유행하던 것들이다. 그런데 이것이 시기적으로 오래 지나지 않은 사운드들이다보니 트렌드를 묘하게 비켜 나간 느낌이 든다.

     

    일례로 가위바위보2010년대 초반 칸예 웨스트(Kanye West)를 필두로 한 굿뮤직(Good Music) 사단의 음악이 떠오른다. 여기에 지나치게 무난하여 귀를 사로잡지 못하는 보컬 어레인지와 10년 전과 다름없는 랩이 얹어져 촌스러움이 배가 되었다. 알앤비 곡들도 무난한 전개와 멜로디로 완성되어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같은 레이블 소속의 게스트, 주노플로(Junoflo)와 더블케이(Double K)의 기여도도 전무하다.  

     

    [Gemini 2]최고란 수식어와 함께해온 윤미래의 귀환이라기엔 굉장히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그녀의 랩과 보컬을 전시하는 것 이상의 음악적인 감흥을 줄만한 매력과 장치가 부재한 탓이다. 보너스 트랙 격으로 수록된 “You & Me”“Peach”의 영어 버전, 그리고 싱글로 공개된 바 있는 잠깐만 Baby”의 리믹스 버전을 제외하면 9곡의 짧은 분량이기에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힙합의 불모지였던 ‘90년대에는 뛰어난 하드웨어만으로도 최고의 자리를 논할만 했으나 시간이 흐르며 수많은 래퍼가 등장했고, 이제 한국힙합 씬에서도 기준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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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할로윈1031 (2018-07-20 13:18:49, 182.225.134.**)
      2. 확실히 평균적 기준을 가볍게 웃도는 보컬 역량에(그게 랩이든 싱이든) 역시 평균적으로 상승된 장르 음악의 프로덕션을 빌리면 듣는 재미는 보장된다 생각되지만,
        그건 장르의 재현이 중시되고 시급했던 10여년전 얘기이고 지금은 트렌드를 흡수하는 속도는 물론 받아들이는 이해도를 갖춰야 제대로된 대접을 받는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여기서 몰개성적인 트렌디 쫓기를 우선시 두는건 절대 아닙니다)
        이를테면 독창성과 창의력안에서 아티스트만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거일 텐데, 윤미래의 늦은 정규앨범은 이부분에서 상당히 뒤쳐지는게 아닌가 싶네요.

        개인적으론 듣기 좋은 음악과 훌륭한 음악 사이의 애매한 경계에 빠진듯 합니다.
      1. 0r트모스 (2018-07-19 00:57:02, 125.180.213.***)
      2. 윤미래여서 많이 아쉬움이 든건 사실이네요 능력이 뛰어난데 그걸 다 풀어내지 못했구요 매번 한글버전 후에 영어버전으로 트랙수를 채우는듯한 느낌도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어요 그나마 타이틀곡과 개같애 라는 곡은 참 좋게 들었지만 그 이후로 이어지는 곡들이 유기적이지 못해서 결말이 뭐지 대체 라는 느낌을 주는 앨범이지 않나 싶어요 3집을 너무 좋게 들어서 오랜만에 나온 앨범인데 많은 아쉬움이 남는 앨범이지 않아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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