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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마일드 비츠 - Secondhand Smoking
    rhythmer | 2018-08-06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마일드 비츠(Mild Beats)
    Album: Secondhand Smoking
    Released: 2018-06-20
    Rating:
    Reviewer: 이진석









    마일드 비츠(Mild Beats)는 현재 한국힙합 씬에서 가장 오랫동안 활동해온 프로듀서 중 하나다. 15년여의 시간 동안 솔로 앨범을 비롯해 많은 뮤지션과 합작 결과물을 내놓았고, 진득하게 본인의 음악 세계를 지키고, 확장해왔다. 그의 첫 정규작 [Loaded]는 빅딜 레코즈(Bigdeal Records)의 멤버들을 중심으로 2000년대 중반 활동한 대표적인 이들을 한데 모아 만든 흥미로운 결과물이었고, 두 번째 앨범 [Beautiful Struggle] 역시 (아쉬운 점은 있었으나) 마일드 비츠 특유의 색이 중심에 자리잡은 작품이었다.

     

    이는 5년만에 발매한 세 번째 정규 앨범, [Secondhand Smoking]에서도 마찬가지다. ‘90년대 미국 동부 힙합의 작풍이 진하게 깔려있고, 메인 루프와 최소한의 변주가 앨범을 이끌어간다. 이전과 차이를 둔 부분도 눈에 띈다. 전작에선 짧게 끊은 루핑과 힘껏 내리치는 리듬파트가 주를 이루었다면, 이번 앨범에선 건조하고 탁한 소스 운용을 바탕으로 한층 다운된 무드와 진행이 엿보인다.

     

    마일드 비츠의 프로덕션은 여전히 탄탄하다. 건조한 드럼과 절제된 샘플 루프를 위시한 ‘90년대 동부식 붐뱁을 높은 완성도로 구현했다. 특히, 오랜 파트너 차붐과 함께한 불나방이나 투박한 드럼을 한껏 강조한 “Young, Mild and Free”, 두터운 베이스 위로 다양하게 얹은 악기가 기묘한 무드를 자아내는 이야기등의 프로덕션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언급한 트랙들 외의 비트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다소 튈 수 있는 트랩 비트가 전체적인 흐름에 자연스레 어우러진 점도 특기할만하다.

     

    다만, 객원으로 모인 래퍼들과의 합에선 장단이 뚜렷하다. 이는 우선 래퍼들의 역량 차이에서 비롯된다. 가장 많은 트랙에 참여한 차붐은 익숙한 무드 위로 물 만난 듯 녹슬지 않은 랩핑을 선보이고, “Sky Walker”에서 호흡을 맞춘 저스디스(Justhis)도 타이트한 벌스와 후렴으로 존재감을 부각한다. 참여 진 중 단연 눈에 띄는 건 리짓군즈(Legit Goons).

     

    언뜻 평소 그들의 음악과 쉽게 매치되지 않는 쓸쓸한 무드 위로 특유의 낭만을 절절하게 풀어냈다. 제이호(Jayho)와 블랭타임(Blnk-Time)의 벌스와 재달의 후렴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뛰어난 리듬감을 바탕으로 찰지게 뱉는 뱃사공의 랩핑이 발군이다. 더불어 앨범의 주제와 가장 직접 맞닿은 가사를 선보인 쿤디판다(Kundi Panda) 역시 주목할만하다.

     

    반면, “내 다음은에서 각자 벌스를 나눠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그려낸 리듬파워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다. 비트에 끌려가는 듯한 그들의 랩은 시종일관 묘하게 어긋난다. 본작에서 가장 어색한 합을 보여준 곡이다. 마일드 비츠가 드물게 트랩 사운드를 시도한 “I Need Ur Voice”의 던밀스 역시 과하게 직선적인 퍼포먼스 탓에 감흥을 깎는다.

     

    신인들의 참여도 성공적으로 보긴 어렵다. 특히, “Drop”에 참여한 퀘사 딜라(Quesa dilla)의 랩에선 설익은 인상이 강하다. 가사마저 절반 이상이 특별할 것 없는 영어 라인으로 채워졌다. 프로듀서의 앨범이지만, 래퍼의 참여 또한 주된 프로젝트이기에 이렇듯 래퍼에 따라 감흥의 밀도가 차이나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마일드 비츠의 지휘가 더욱 부각되었다면, 좀 더 응집력 있고 빼어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몇몇 아쉬운 부분에도 불구하고 [Secondhand Smoking]은 분명 매력적인 작품이다.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파온 베테랑의 내공이 스며있다. 변화와 실험이 각광받는 시대지만, 해오던 것을 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비록, 걸작이 되진 못했지만, 마일드 비츠가 그저 활동 햇수만으로 베테랑 대우를 받는 (또는 원하는) 여느 한국힙합 베테랑들과 다르다는 사실만큼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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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Genung Park (2018-08-14 16:49:37, 59.12.40.***)
      2. 이 앨범 디지털 발매인가요? 실물로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없나요?
      1. 무지개씨리얼 (2018-08-06 22:14:25, 125.181.181.***)
      2. Easymind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게 아쉽네요.
        프로듀서로만 접해오다가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준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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