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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디젤 X 쿤디판다 - 농
    rhythmer | 2018-08-25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디젤 X 쿤디판다(dsel X KHUNDI PANDA)
    Album:
    Released: 2018-08-13
    Rating:
    Reviewer: 이진석









    크루 주스오버알코올(Juiceoveralcohol)의 여러 신예 중에서도 쿤디판다(Khundi Panda)는 단연 인상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는 중이다. 몇 장의 믹스테잎을 통해 서서히 색깔을 잡아가던 그는 작년 프로듀서 비앙(Viann)과의 합작 앨범 [재건축]을 통해 비로소 쌓아온 역량을 터뜨렸다. 찌르는 듯한 톤과 속도감을 살린 래핑도 뛰어났지만, 가장 돋보인 건 가사다. 서로 별다른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주제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끌어와 본인의 시야와 철학으로 일체감 있게 엮어냈고, 이는 그가 이야기꾼으로서도 범상치 않은 재능이 있음을 드러냈다.

     

    한편, 이번에 그의 파트너는 차붐이 설립한 레이블, 레이백 레코드의 신예 디젤(Dsel)이다. 차붐의 앨범 [Sour]에 참여하며 처음 수면 위로 오른 그는 다소 단조로운 라이밍이 아쉬웠지만, 특유의 사포 같은 거친 톤으로 남다른 인상을 남겼다. 그렇기에 둘의 조합은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두 래퍼의 합작 []의 콘셉트는 노골적이고 단순하다. 쿤디판다와 디젤은 술자리를 배경으로 여러 상황을 설정한 다음 다양한 썰을 풀어낸다. 모든 트랙에서 술에 관한 묘사를 직접적으로 언급해 현장감을 조성하고, 20대 초반의 시선으로 본 세상의 일면이나 한국힙합 등, 여러 주제를 테이블 위에 차례로 올려놓는 식이다. 곡에 들어가는 내용 대부분은 자연스레 디젤과 쿤디판다, 그리고 몇몇 게스트들이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다소 진부해질 수 있는 콘셉트이지만, 기본기 탄탄한 두 신예의 랩이 위험을 상쇄한다. 언뜻 상반되어 보이는 둘의 조합이 주는 감흥이 꽤 쏠쏠하다. 음절을 빼곡하게 채워 속도감 있게 전개하는 쿤디판다의 랩과 충분한 여백을 두고 단어를 씹듯이 뱉는 디젤의 스타일이 제법 괜찮은 균형을 이룬다. 툭툭 던지듯이 타이트한 랩을 주고받는 “Escape Plan”이나 단순하지만 중독성 있는 루핑이 인상적인 “Onmymind”는 대표적이다.

     

    10곡으로 구성된 앨범에 이지마인드(Easymind), 배드애스개츠비(badassgatsby), 마젠타(Mazentaa), 그리고 레이백 레코드의 또 다른 신예 프로듀서 힙인케이스(Hipincase)까지, 다양한 이들이 프로덕션에 힘을 보탰음에도 중구난방인 인상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특기할만하다. 피아노 루프를 위주로 재지한 바이브를 선보인 ”, 의도적으로 잡음을 끼워 로파이(Lo-Fi)한 질감을 살린 루핑,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이 앨범의 일부로 말끔하게 정돈된 건 두 명의 래퍼가 호스트로서 제대로 자리 잡은 덕분이다.

     

    다만, 앨범이 후반부로 전개되면서 약점이 드러난다. 세부적인 주제 설정이 바뀔지언정 명확하게 잡힌 콘셉트와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무드 탓에 점점 일종의 동어반복처럼 느껴진다. 게스트로 초빙된 스윙스(Swins)나 최엘비(CHOILB)의 벌스가 어느 정도 분위기를 환기하지만, 단조로움을 지우기엔 부족하다. 더불어, “머그샷”, “아이에서 어른”, “Hangman” 같은 곡에선 뛰어난 랩 퍼포먼스에 비해 임팩트가 떨어지는 후렴구가 발목을 잡기도 한다.

     

    일부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은 두 신예 아티스트의 재능이 좋은 방향으로 시너지를 발휘한 프로젝트 앨범이다. 각자가 퍼포먼스 적으로 또렷한 색채를 가지고 있을뿐더러, 다양한 소재를 매개 삼아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는 감각 역시 돋보인다. 이는 근래 등장한 대부분의 신인 래퍼들에게선 쉬이 찾아보기 힘들었던 부분이기에 더욱 그렇다. 비록 서로의 커리어에 전환점이 될 만큼 강렬하진 않았으나, 지금까지의 기대감을 이어가기엔 충분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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