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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라임어택 - NAS
    rhythmer | 2018-09-04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라임어택(RHYME-A-)
    Album: NAS
    Released: 2018-08-29
    Rating:
    Reviewer: 이진석









    2003
    , 입대를 앞두고 [Story At Night]을 무료로 공개했던 라임어택(Rhyme–A-)은 이후 수년에 걸쳐 단단한 커리어를 구축했다. 마일드 비츠(Mild Beats)와의 합작 [Massage From Underground 2006], 첫 솔로 앨범 [Hommage], 마이노스(Minos)와의 프로젝트 유닛 노이즈맙(Noise Mob) [M.O.B] , 각기 다른 결을 가진 결과물 속에서 그는 한결같이 날렵하고 견고한 플로우로 고유한 영역을 만들었다.

     

    반면, 그가 몸담았던 소울 컴퍼니(Soul Company)가 해체한 이후의 결과물은 점차 갈피를 잃어갔다. 노이즈맙의 결과물이나 불한당, 스피킹 트럼펫(Speaking Trumpet)의 컴필레이션에선 여전히 준수한 래핑을 뽐냈지만, 홀로 발표한 몇 개의 싱글은 안이한 접근 탓에 별다른 이목을 끌지 못했다. 또한, 뒤이어 나온 두 번째 정규작 [NBA]는 이전의 행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허술한 완성도의 작품이었다. 전곡을 직접 담당한 프로덕션은 헐거웠고, 맞지 않는 옷을 걸친 래핑 역시 날카로움을 잃고 붕 뜬 인상만을 남겼다.

     

    이듬해 [Story at Night] 10주년 기념 앨범을 발매한 뒤 그는 곧 세 번째 앨범을 예고했다. [NBA]의 실패에도 일말의 기대감을 품게 한 건 첫 EP가 연상되는 앨범의 제목과 프로덕션 대부분을 마일드 비츠가 담당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고, 드디어 새 앨범 [NAS]가 발매되었다.

     

    라임어택의 이전 솔로작들이 그랬듯이 이번 앨범 역시 분명한 테마를 바탕으로 한다. 그는 유년시절부터 청소년기까지의 기간을 시간 순으로 나열해 타임라인을 만들고, 각 시기에 맞춘 아이템을 엮어 차례대로 풀어놓는다. 초반엔 영화와 게임을 매개로 하던 라임어택의 관심사는 “MTM1999”를 기점으로 점차 힙합으로 옮겨가고, 밀림 닷컴에서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하던 시기 전까지 이어진다. [NAS]는 라임어택이라는 래퍼가 탄생하기 이전의 이야기를 담은 일종의 프리퀄(Prequel)인 셈이다.

     

    앨범엔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을 이들이라면 반가워할 만한 소재들이 여러 번 등장한다. 특히, 노토리어스 비아이쥐(Notorious B.I.G)의 명곡 “Juicy”의 라인을 차용한 “SNSG”, 아케이드 게임기의 코인 삽입 사운드로 메인 루프를 만든 “APOLLO KID”는 소재와 추억담이 적절한 균형을 이룬 예다. 흥미로운 건 라임어택이 단순히 과거의 회상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실제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시점에서 풀어간다는 점이다. 때문에 가벼운 소재를 다룰 때에도 이를 이야기하는 태도는 사뭇 진지한데, 이는 감상에 재미와 몰입감을 더하는 요소다.

     

    마일드 비츠와의 합은 여전히 좋다. 마일드 비츠는 [NAS]의 메인 프로듀서라 해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많은 비중의 비트를 제공했는데, 근래 그가 선보인 건조한 루프를 바탕으로 한 스타일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일부 곡의 프로덕션은 마일드 비츠의 초기적, [Story At Night]에 참여했던 곡들이 떠오르기도 하여 흥미롭다.

     

    마치 예전의 합을 되살리는 동시에 라임어택이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가장 편안한 발판을 마련해준 느낌이다. 특히, 앨범을 통틀어 가장 탄탄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Let the Stories Begin”이나 레트로 펑크(Funk) 사운드를 차용한 “Rooftop to the Basement”에선 빼어난 시너지가 돋보인다.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기도 하다.  

     

    반면, 중간중간 지나치게 나이브하거나 흐름에 맞지 않는 트랙이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광이나 “Night Riders”는 대표적이다. 두 곡 모두 래핑과 프로덕션이 헐거울뿐더러 주제적으로도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Cheers” 역시 전후에 배치된 곡들의 주제가 어느 정도 연속성을 갖춘 상황에 다소 뜬금없이 등장하여 흐름을 깬다.

     

    라임어택은 이번 앨범을 통해 주춤했던 커리어를 다시금 정상 궤도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특히, 현란한 퍼포먼스나 스킬의 과시보다 확실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을 승부수로 택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과거와 달리 기술적으로 뛰어난 래퍼가 많이 등장한 지금, 그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전면에 내세워 경쟁력을 획득했다. 물론, 일부 구간에선 아쉬운 점이 드러나고, 전반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결과물은 아니다. 그럼에도 베테랑의 반가운 귀환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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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유헌 (2018-09-05 16:04:29, 203.232.130.***)
      2. 잘 읽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광'이 필요없는 트랙 같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문화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노출된 유년시절의 환경을 상징하는 의미가 큰 거 같아서요.

        그리고 오타 있네요! 끝에서 두 번째 문단에서 '영화관'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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