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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Joey Purp - Quarterthing
    rhythmer | 2018-09-27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Joey Purp
    Album: Quarterthing
    Released: 2018-09-13
    Rating: 
    Reviewer: 지준규









    시카고 출신 래퍼 조이 퍼프(Joey Purp)는 관망자에 가깝다. 그는 가난과 차별이 난무한 거리의 모습을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속사포로 쏟아지는 랩 안엔 억압과 천대에 대한 분노 대신 흥겨움이 자리하고, 가사엔 거친 언사보다 정제된 라임들이 주를 이룬다. 그 가운데 드러나는 진솔함과 진중한 메시지는 그의 음악에 무게감을 더한다. 조이 퍼프는 많은 이가 꺼리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파고든 다음, 그에 관한 사색과 신념을 풀어내는데 집중한다.

     

    2년 전 조이 퍼프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믹스테입 [iiiDrops]의 수록곡 “Cornerstore”는 그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그는 펑키한 비트 위에서 범죄와 폭력으로 얼룩진 유년 시절을 회상하고 당시의 피폐한 삶을 과감히 조명한다. 하지만 감정을 이입하여 격렬히 고발하기보단 논리 정연한 언어로 사회 모순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더 비중을 둔다. 결국, 곡의 칼끝은 과거가 조금도 변하지 않은 형태로 반복되는 현실을 겨누며 마무리되는데, 말미의 'I need to escape now, 난 지금 탈출해야만 해.'라는 의미심장한 라인이 이를 대변하며 묘한 쾌감을 안긴다.

     

    조이 퍼프의 탁월한 재능은 드디어 발표된 첫 정규작 [Quarterthing]에서도 고스란히 발휘된다. 작품의 방점은 여전히 가사에 찍혔다. 앨범 전반을 관통하는 서사는 물론, 각 트랙에 담긴 주제의식 모두 조이 퍼프의 물오른 감각과 통찰력을 증명한다. 그는 과장된 묘사나 워드플레이를 가능한 배제하고, 오로지 메시지에 집중한다. 또한, 거리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던 과거에서 더 나아가 충동과 도덕성 사이의 갈등이나 채워지지 않는 정서, 욕구 등, 개인 내면의 이야기로 주제를 확장했다.

     

    이러한 급진적인 변화는 앨범의 포문을 여는 첫 트랙 “24k Gold/Sanctified”에서부터 명확히 드러난다. 조이 퍼프는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와 경쾌한 리듬으로 엮은 인상적인 비트와 함께 사랑의 의의를 역설한다. 자신의 경험과 마음 속 상상을 다양한 이미지를 활용해 생생히 그려내고, 과도한 수사 없이 섬세하게 다듬어진 단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전달력을 높였다. 특히, 가사 속엔 표면적인 사건과 심리 묘사 사이를 의식의 흐름대로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주제를 흐리지 않는 영민함이 드러나 짜릿함을 배가시킨다.

     

    뒤로 이어지는 다이내믹한 구성의 “Godbody Pt. 2” “Hallelujah”에서도 인기와 명예, 그리고 돈이 가진 허상에 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흥미를 자아낸다. 탄탄한 랩 스킬 역시 감상의 질을 높인다. 전과 같이 특유의 속도감 넘치는 플로우가 생동감 있게 흐르는 가운데, 이번엔 곡의 분위기에 맞춰서 더욱 자연스럽게 톤과 빠르기를 변화시켰다.

     

    중반부의 “Aw Shit!”에선 거친 목소리와 격양된 감정을 강조해 어느 때보다 긴장감을 높이지만, 미니멀한 트랩 사운드가 귀를 잡아끄는 후반부 트랙 “Fessional/Diamonds Dancing”에선 무신경하고 건조한 래핑으로 일관하며 감정을 자제한다. 이 같은 톤의 변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변화무쌍하게 이뤄지며 지루함을 덜어주고 각 트랙에 저마다의 개성을 부여한다.

     

    이 외에도 본인이 이뤄낸 성공과 일련의 복잡다단한 과정을 한층 과격하고 직설적으로 노래하는 “Look At My Wrist”, 세이브머니(Savemoney) 크루 동료이자 알앤비 프로듀서인 녹스 포춘(Knox Fortune)의 몽환적인 신스음과 보컬 샘플이 매력적인 “2012”, 조이 퍼프의 탄탄한 스토리텔링 능력이 빛을 발해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Bag Talk” 등의 트랙들 역시 묵직한 감흥을 선사한다.

     

    시카고가 낳은 또 한 명의 랩 재능, 조이 퍼프의 정규 데뷔는 매우 성공적이다. 빅 멘사(Vic Mensa),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 등이 뭉친 세이브머니 크루 내에서의 존재감 역시 더욱 커졌다. 이렇게 시카고 힙합 씬에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이 또 하나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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