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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재달 - Period
    rhythmer | 2018-10-09 | 1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작년, Artist: 재달(Jaedal)
    Album: Period
    Released: 2018-09-14
    Rating:
    Reviewer: 이진석









    신예 재달(JaeDal)의 등장은 갑작스러우면서도 반가웠다. 크루 리짓군즈(Legit Goons)의 새 멤버로 이목을 끈 그는 대뜸 앨범 [Adventure]를 발표했다. 씬에서 별다른 기반이 없는 무명의 신인으로서는 꽤 파격적인 선택이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Adventure]에는 재달이 추구하는 색깔과 가치관이 고르게 녹아있었고, 무엇보다 탄탄한 완성도가 이를 받쳐주었다. 뒤이어 발표된 리짓군즈의 컴필레이션 [Junk, Drunk, Love]에서도 적잖은 활약을 펼치며 존재감을 키웠다.

     

    리짓군즈 멤버들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그들이 단체로서 공유하는 부분 외에도 각 아티스트가 고유한 음악적 영역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재달 역시 마찬가지다. 밴드 쟈코비플래닛의 멤버 출신이며, 록 음악에 많은 영향을 받은 그의 음악엔 작법적으로 밴드 음악의 색이 눈에 띄게 묻어났다. 여기에 멜로디를 가미한 특유의 퍼포먼스가 합쳐져 [Adventure]의 골자가 만들어졌다.

     

    첫 앨범 이후, 1년여 만에 발표한 EP [Period]는 전작과는 약간 다른 결을 가지고 진행된다. 우선 전보다 진중한 무드의 곡으로 채워졌다. 이번 역시 모든 트랙을 직접 프로듀싱한 가운데, 그의 음악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밴드 사운드의 영향이 줄어든 점 또한 눈에 띈다. 여전히 기타 리프가 프로덕션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기존의 어쿠스틱한 기운 대신 이펙터를 활용해 도회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섯 곡밖에 되지 않는 적은 수가 아쉬울 정도로 각 곡이 주는 감흥이 상당하다. 여전히 랩과 보컬을 자유롭게 오가는 가운데, 무드에 맞춰 멜로디를 짜는 솜씨가 더욱 능숙해졌다. 여기에 특유의 거친 톤과 탄탄한 발성이 어우러져 견고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가사적인 부분에서의 성장 역시 도드라진다. 재달은 [Period]에서 그를 괴롭혔던 일련의 시기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는데, 단선적인 표현을 지양하고 여러 은유를 채워 넣었다.

     

    곡 하나하나의 존재감 또한 인상적이다. 앨범의 주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 “Sherpa”, ‘내가 원하는 건 애초에 매콤한 게 아냐 / 너의 커피 향이 되길 원하지라는 가사를 통해 음악가로서의 정체성을 다잡는 “Stay”, 찌르는 듯한 기타 사운드와 멜로딕한 후렴이 매력적인 “Flop” 등등, 비슷한 무드를 공유하면서도 개성이 확실하다.

     

    희망차고 긍정적인 가사와 대조적으로 쓸쓸한 분위기가 묻어나는 “Happy Day” 역시 묘한 여운을 남기고, 본인을 나무에 빗대어 아티스트로서 단호한 결의를 담은 “Tree”는 앨범의 백미이자 멋진 마무리다.

     

    [Period]는 재달이 겪었을 모종의 힘든 시기를 털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과정을 그린 작품에 가깝다. 탄탄한 역량과 확실한 색을 바탕으로 탄생한 곡들은 짧지만, 굵은 선을 남긴다. 그만큼 재달의 실력과 감각은 확실히 무르익었다. 이어질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줄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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