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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호림 - Metrocity
    rhythmer | 2018-11-14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호림(Horim)
    Album: Metrocity
    Released: 2018-10-24
    Rating: 
    Reviewer: 황두하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호림(Horim)
    2016년 데뷔 EP [08202 Groove S[e]oul City]를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1990년대 네오소울 사운드에 바탕을 둔 EP는 말을 하듯 읊조리며 그루브를 만들어내다가도 풍성한 코러스로 블랙 가스펠의 색체를 더한 보컬이 더해져 탄탄한 완성도를 보였다. 앨범으로만 따진다면, 최근 몇 년간 힙합 씬보다 빛나는 성과를 낸 알앤비/소울 음악계에 무게를 더하는 또 다른 실력 있는 신예의 등장이었다. 이후에도 호림은 몇 장의 싱글을 발표하며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마침내 발표된 첫 정규 앨범 [Metrocity] EP의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한층 더 무르익은 사운드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프로덕션은 훨씬 다채롭게 변모했다. 우선, 전처럼 네오소울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힙합, 재즈, 사이키델릭 등의 다양한 장르를 탁월하게 섞어냈다. “Movin”이나 “Metrocity” 같은 곡에서는 독특한 신시사이저와 로파이(Lo-fi)한 질감의 드럼 소스를 통해 날리지(Knxwledge)로 대표되는 실험적인 힙합의 무드를 재현하기도 한다.

     

    더불어 짧은 러닝타임의 곡을 사이사이에 배치하고, 곡마다 수시로 변주가 이루어지도록 해서 듣는 재미를 더했다. 비슷한 스타일의 곡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 탓에 장르의 팬이 아니라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을 뻔한 함정을 영리하게 피해갈 수 있었다. 특히, “Yellow”, “Sug4r”, “Nap “Blue Recovery”이 이어지는 구간은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4곡 모두 진한 네오소울 향이 느껴지는 사운드 뒤로 더욱 실험적인 느낌의 사운드로 변주가 이루어지며, 황홀한 감흥을 선사한다. 프로덕션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체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대부분의 곡에서 ‘벌스-후렴의 전형적인 구성을 탈피한 것도 특기할만한 점이다. 마치 랩퍼들의 그것처럼 후렴 없이 벌스를 쭉 읊는 구성은 말을 하는 듯한 스타일의 보컬과 만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낸다. 주제의식과 스토리텔링에 집중한 가사를 탁월한 바이브의 보컬로 구현하는 것은 정말 많이 노력했거나 타고난 감각을 갖추지 않은 이상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호림은 이것을 해냈다.

     

    다만, 한편으론 짧은 러닝타임과 벌스만으로 이루어진 구성 탓에 많은 곡이 인터루드(Interlude)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벌스-후렴의 구성을 취하거나 랩퍼들이 피처링한 몇몇 곡들이 완결된 곡인 것처럼 다가온다. 물론, 이것은 '지하철'이란 앨범의 주제와 컨셉트에 따른 구성에서의 의도로 보이지만, 온전히 감상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워지는 부분이다.

     

    피처링 게스트의 활용에는 장단이 있다. 참여한 랩퍼들은 대부분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해 분위기를 환기해준다. 그중에서도 팔로알토(Paloalto), 블랭타임(Blnk-Time), 쿤디판다(Khundi Panda)의 벌스는 매우 인상적이다. 반면, “Movin”에 참여한 신예 랩퍼 Mxxg “Walk Away”에 목소리를 보탠 허클베리피(Huckleberry P)는 아쉽다. 특히, 재즈 사운드를 차용한 마지막 곡 “Walk Away”에서 허클베리피는 곡과 맞지 않는 과장된 톤의 랩으로 분위기를 깬다.

     

    호림은 [Metrocity]를 통해 지하철을 타면서 느낀 인생에 대한 상념을 시적인 어휘로 풀어놓았다. 그가 앨범에 담아낸 이야기는 탄탄한 완성도의 사운드와 자연스럽게 읊조리는 보컬로 인해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에디 켄드릭스(Eddie Kendricks)의 'Intimate Friends'를 멋지게 샘플링한 "Street"와 아픈 과거사를 통해 회복을 이야기하는 "Blue Recovery" 같은 곡이 남기는 여운은 그래서 더욱 깊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첫 정규작으로서 아주 만족스럽다. 올해 들어 주목받던 신예 알앤비 아티스트들이 걸출한 앨범을 발표하며 만개한 재능을 뽐내고 있다. 호림 역시 [Metrocity]를 통해 그 흐름에 성공적으로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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