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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Lil Peep - Come Over When You're Sober, Pt. 2
    rhythmer | 2018-11-23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Lil Peep
    Album: Come Over When You're Sober, Pt. 2
    Released: 2018-11-09
    Rating: 
    Reviewer: 강일권









    만약 릴 피프(Lil Peep)의 음악을 별로 접해보지 않았다면, [Come Over When You're Sober, Pt. 2]를 듣고 혼란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이 앨범은 록에 훨씬 더 가깝기 때문이다. 장르적으로 힙합을 정의하는 범주가 매우 넓어진 현실과 포스트 하드코어(Post-hardcore)에 영향받은 이모 랩(Emo Rap)이 트렌드란 점을 고려해도 그렇다. 실제로 이모 랩의 전성기를 이끄는 동류의 아티스트들과 비교해보면 더욱 크게 체감할 수 있다.

     

    릴 잰(Lil Xan)과 트리피 레드(Trippie Redd)의 무게중심이 기존의 서던 힙합 문법으로 좀 더 쏠렸고, 엑스엑스엑스텐타시온(XXXTentacion)이 딱 그 중간에 놓였다면, 릴 피프는 록 문법으로 기울어졌다. 그러니까 본작은 이모 랩을 추구하는 그 어떤 이의 음악보다 원류에 맞닿아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느낌은 전작인 ‘Pt.1’과 마찬가지로 피프가 랩보다는 노래에 치중했기 때문에 더 강렬히 다가온다.

     

    앨범을 여는 “Broken Smile (My All)”부터 “Cry Alone”에 이르는 초반부의 거칠고 탁한 기타 리프와 웅크렸다가 터트리는 보컬만 들어봐도 [Come Over When You're Sober, Pt. 2]의 표면적인 장르 정체성은 희미해진다. “Runaway”, “Leanin'”, “16 Lines”, “Hate Me”, “Fingers” 등의 곡에서처럼 리듬 파트의 토대가 된 808 트랩 비트가 이승과 저승을 잇는 무명처럼 이모 랩과의 다리가 된다. 이르자면, 본작은 ‘90년대 얼터너티브 록, 팝 펑크(Punk), 힙합이 절묘하게 뒤섞인 바람직한 혼종이다.

     

    프로덕션적으론 흥미롭지만, 안을 채운 노랫말엔 고통과 슬픔만 가득하다. 릴 피프가 길지 않았던 생 속에서 느낀 소외감과 우울감으로부터 비롯한 것이다. 그는 끊임없이 죽음을 얘기하는 동시에 죽음에 대한 공포를 토로했지만(‘친구가 필요하다면 되어줄게, 그리고 결국 내가 죽으면, 날 지켜봐 줄래?’, ‘내가 자살을 시도한다면, 막아주겠어?’, ‘나는 지금 혼자 죽고 싶지 않아’),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에두르지 않고 직선적으로 고통과 우울을 얘기하는 가사와 보컬이 피프의 비극적인 죽음과 맞물려 듣는 내내 가슴을 짓누른다. 제목은 물론, 가사와 멜로디까지 역설로 가득한 "Life Is Beautiful" 같은 곡이 남기는 뒷맛은 그래서 더욱 씁쓸하다.    

     

    전반적인 구성과 내용이 비슷하고 단선적인 편이기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도가 다소 약해지긴 하지만, [Come Over When You're Sober, Pt. 2]는 분명 완성도가 탁월한 장르 퓨전 결과물이다. 더불어 오늘날 힙합보다는 록을 뿌리로 삼고, 랩스타보다는 록스타를 아이돌로 삼은 힙합 신진 세력의 음악세계를 고스란히 대변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릴 피프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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