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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헝거노마 - Wierd Tales
    rhythmer | 2018-12-11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헝거노마(Hunger Noma)
    Album: Wierd Tales
    Released: 2018-11-29
    Rating:
    Reviewer: 남성훈









    이그니토(Ignito)
    가 이끄는 크루(Vitality)에 속한 헝거노마(Hunger Noma) 2015 EP [Pray Hard]로 이목을 끌었다. 마치 전성기의 주석을 연상시키는 거친 발성과 촘촘하게 라이밍을 이어가며 속도감 있게 쳐 나가는 랩의 추진력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수준급의 프로덕션도 이를 잘 살려줬다. [Wierd Tales]는 그의 첫 정규 앨범이다. 그간 얼마 되지 않는 결과물에 이유가 있었다는 듯 총 1시간이 넘는 20트랙의 분량을 담았다.

     

    앨범을 여는 “Silver Key”의 첫 라인('탁한 도시 잿빛 공기 들이마신 먼지 목 따끔거린 들숨 매운 냄새로 번졌지 억지로 참는 숨 몇 초 못 가 다시 켁켁거린 나의 젊은 또 오염된 나의 가치')에서부터 헝거노마의 야심은 바로 읽힌다. 미세먼지 가득한 현실은 더 없이 적절한 배경이고, 젊은이들의 희망 없는 삶은 주제의 핵심이다. 굉장히 평면적인 현실의 반영처럼 보이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표현을 사용해 이물감을 주는 작사법이 약점을 상쇄한다. 듣는 이가 이미 그 정서적 공감대를 지니고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헝거노마는 [Pray Hard]에서 비장미 넘치는 단어선택으로 특유의 기운을 더하면서도, 현실을 직관적으로 바라 본 가사를 통해 자신만의 매력을 획득했었다. 반면, [Weird Tales]엔 중세 신화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종교적 색채와 미래와 과거가 혼재된 디스토피아의 암울한 기운이 가득하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매력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정작 [Weird Tales]가 추구한 감흥은 크지 않다. 앞서 언급한 흥미있는 주제의식과 작법이 크게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두 곡에도 참여한 이그니토를 연상시킨다는 것 이상의 흥미를 끌기엔 역부족이고, 이야기의 전개 역시 남다른 시선을 보여줬다고 하기에는 평범하다. 특히, “Human Android”, “Under World”를 포함한 몇몇 곡의 지나치게 익숙한 설정과 서사는 헝거노마의 야심이 드리운 지점이기에 아쉬움이 크다.

     

    프로덕션은 크게 주목할만한 지점 없이 앨범의 분위기만 위태하게 지켜주는 수준이며, 내레이션은 오히려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어버렸다. 헝거노마의 랩 퍼포먼스도 이전보다 기술적 성취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물론, 새로운 버전으로 실린 “Love Dream”, 미세먼지가 품은 일상의 공포를 기가 막히게 풀어낸 “The Mist”, 위태로운 정신상태의 자아를 그만의 방식으로 보여준 “Hang Me” “Weird Tales” 등등, 색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는 곡도 적잖게 포진해있다. 이번에는 박력 넘치는 곡보다 음울함을 차분하게 풀어낸 곡이 힘을 발휘한 셈이다. [Weird Tales]는 왜 헝거노마를 한국 하드코어 힙합의 총아로 부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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