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국외 리뷰] Earl Sweatshirt - Some Rap Songs
    rhythmer | 2018-12-17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Earl Sweatshirt
    Album: Some Rap Songs
    Released: 2018-11-30

    Rating: 
    Reviewer: 황두하









    2010년대 초반 홀연히 등장해 씬에 돌풍을 일으킨 크루 오드 퓨쳐(Odd Future)의 멤버들은 저마다 개성이 강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뭉쳤는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음악적으로나 캐릭터적으로 너무나 달랐다. 그중에서도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와 얼 스웻셔츠(Earl Sweatshirt)는 전혀 다른 길을 가는 중이다. 한때 영혼의 콤비였다는 걸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광기로 무장한 젊은 아웃사이더였던 이들 중 한 명은 개성 강한 랩스타가, 한 명은 두문불출하는 예술가가 되었다. 특히, 얼은 지금까지 발표한 두 장의 정규 앨범을 통해 더욱 짙어진 본인만의 음악세계를 보여주었다. 전작 [I Don’t Like Shit, I Don’t Go Outside]은 대표적인 예다. 변화무쌍하면서 흡입력 있는 사운드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담긴 가사, 읊조리는 듯 느릿느릿하게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래핑으로 전보다 한층 발전된 기량을 선보였다.

     

    더불어 랜덤블랙듀드(RandomBlackDude)라는 예명 아래 프로덕션까지 담당하며 단순히 랩퍼로서뿐만 아니라 프로듀서로서의 재능 또한 출중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한 결과였다. 이후, 4년만에 선보이는 정규 앨범 [Some Rap Songs]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한층 더 실험적으로 변모한 사운드다.

     

    이는 그가 뉴욕 출신의 뮤지션들로 이루어진 실험적 힙합 그룹 슬럼스(sLUms)의 멤버들과 영향을 주고받은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프로덕션 역시 랜덤블랙듀드가 대부분을 책임진 가운데, 마이크(Mike), 식스프레스(Sixpress), 불리메인(Booliemane) 같은 슬럼스의 멤버들이 참여했다. 짧게 커팅한 고전 소울 샘플과 의도적으로 삽입한 노이즈 소스들, 그리고 과장된 신시사이저, 정제되지 않은 드럼 등을 활용하여 전에 없이 소울풀하면서도 거칠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중에서도 소울 그룹 인데이버스(The Endeavors)가 부른 동명의 곡을 샘플링한 “Shattered Dreams”과 각종 소스가 불규칙하게 등장하며 긴장감을 유발하는 “Nowhere2go”는 앨범의 과감함을 대변하는 트랙들이다. 대부분 2분 안팎의 러닝타임을 가진 트랙들은 짧게 이어지며 마치 꿈속에 있는 듯 황홀한 감흥을 선사한다. 그런가 하면, “Red Water”에서는 얼이 2015년에 비공식적으로 발표한 트랙 “Solace”를 샘플링해 과거의 한 시점을 반복하는 효과를 주었다.

     

    본작은 2016년 대니 브라운(Danny Brown)의 앨범에 참여한 뒤로 작업물을 발표하지 않은 지난 2년간을 되돌아보는 회고록과 같다. 그는 그동안 더욱 심하게 앓게 된 우울증과 약물 중독, 멀어진 가족과 오드 퓨쳐, 슬럼스와의 만남 등을 후렴 없이 짧은 벌스에 담아 앨범 전반에 두서없이 늘어놓았다. 흥미로운 건, 관조적인 시선을 유지했던 전과 달리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솔직한 어투로 털어놓았다는 점이다.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감정의 파고를 일으킨다.

     

    넘칠 듯 말 듯하던 감정은 “Playing Possum”에 이르러 폭발하고 만다. 얼의 어머니인 셰릴 해리스(Cheryl Harris)가 그에게 보낸 메시지와 아버지이자 남아공의 시인, 사회 운동가였던 고 케오라펫스 코싯사일(Keorapetse Kgositsile)의 시 낭송이 교차되면서 마치 둘이 대화하는 것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실제로 얼은 인터뷰를 통해 생전 듣지 못한 부모님의 대화를 재현하고자 이 트랙을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필자 주: 얼의 부모님은 그가 8살일 때 이혼했다. 이후 아버지 케오라펫스는 남아공으로 돌아가 활동했고 올해 1월 세상을 떠났다.). 이후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망가진 보컬로 표현한 “Peanut”이 바로 이어지며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

     

    얼은 생전에 데면데면했던 아버지에게 화해의 제스처로서 본작을 들려주고자 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로 인해 [Some Rap Songs]는 그의 가장 감정적이고 개인적인 일면이 담긴 슬픈 회고록이 되었다. 아울러 더욱 진취적이고 깊어진 사운드로 그만의 영역을 더욱 공고히 했다. 이 재능있는 젊은 음악가가 지금의 깊은 슬픔을 극복할 수 있길 바라본다.



    7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 PREV LIST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