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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쿠기 - EMO #1
    rhythmer | 2018-12-20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쿠기(Coogie)
    Album: EMO #1
    Released: 2018-12-07
    Rating:Rating:
    Reviewer: 남성훈









    쿠기(Coogie)
    는 랩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빌스택스(Bill Stax)가 설립한 레이블 ATM서울에 합류하며 단기간에 주목받았다. 뿐만 아니라 2018 3월부터 꾸준히 싱글과 EP를 내놓고 있다. 그 와중에 래퍼 오디션인 [쇼미더머니]에 참가해 경연 음원도 발표하며 이름을 알렸다. 누구보다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하지만 음악적인 성과가 비례한 것은 아니었다. 초반만 하더라도 "Gucci Gang"으로 유명한 릴 펌프(Lil Pump)를 연상시키는 발성과 퍼포먼스 탓에 아티스트로서의 중량감에 의문부호가 따라다녔고, 2018 5월 발표한 [Coogie]에선 화려한 참여 진과 준수한 퍼포먼스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발표된 [EMO #1]은 전작의 "Dream Girl"에서 보여준 사랑 노래를 EP단위로 확장한 컨셉트 앨범이다.

     

    보통 이런 식의 시리즈는 소품집의 성격이 강한 데다가, 표면적으론 쿠기가 내비친 하드한 면모와 대응되는 이면을 상업적인 전략으로 가져간 앨범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EMO #1]은 그러한 전형성을 크게 벗어나진 않을지라도, 의외의 발견이라 할 만큼 매력적이다. 매력의 대부분은 쿠기의 가사 작법에서 기인한다. 가장 고무적인 부분이다.

     

    사람 사이의 감정과 시간에 따라 변하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소개 글이 무색하게, 앨범의 전개는 굉장히 단순하다. 첫 트랙부터 이성을 갈구하는 트랙이 이어지다가 별다른 서사 없이 다섯 번째 트랙 "Justin Bieber"에서부터는 이별 무드가 뜬금없이 시작되며 마무리된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쿠기의 가사와 퍼포먼스가 꽤 효과적으로 발휘된다.

     

    "EMO"부터 "Wifey"까지 쿠기는 구차한 연애감정의 전개 없이 오로지 당일 섹스를 목표로 허풍을 날려댄다. 이를 장난스런 어휘와 문장으로 꾸민 가사는 상당히 코믹하면서도 귀엽다. 랩퍼 쿠기의 모습까지 겹치면 약간은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하는, 클럽 어딘가 꼭 있을 법한 캐릭터가 완성된다. 이별을 감지하거나 받아들이는 후반부 트랙에서도 신파조로 빠지지 않는다. 슬픈 감정보다는 감정 처리에 미성숙한, 그리고 다음 날이면 다시 이런 과정을 반복할 것 같은 심각하지 않은 기운을 잘 유지한다.

     

    앞서 전형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언급한 것처럼 개별 곡 단위로만 보면 그다지 새롭지 않을 수 있겠다. 하지만 쿠기의 여린 톤과 통통 튀면서 자연스레 흘러가는 랩-싱잉 퍼포먼스, 세련된 사운드 소스와 악기가 산만하지 않게 쌓인 트랩 기반의 프로덕션이 어우러져 흥을 돋우고, 가사의 매력을 끌어올린다. 우원재, 창모, 박재범, 오르내림으로 이어지는 피처링 진의 활약도 돋보이는데, 주객전도 없이 곡의 포인트 정도로 멈추는 것도 인상적이다.

     

    [EMO #1]은 트렌디한 커머셜 힙합을 찾아 듣는 이라면 여러 면에서 꽤나 익숙할 것이다. 또한, 특별한 음악적 야심이 담겨 있는 앨범도 아니다. 그러나 트렌드를 따르는 래퍼들의 포화 상태 속에서 쿠기가 어떤 식으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짧지만, 매우 즐거운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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