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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먼치즈(화지 X 우탄) - You had to be there
    rhythmer | 2019-03-06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먼치즈(MUNCHEESE)
    Album: You had to be there
    Released: 2019-02-25
    Rating:Rating:
    Reviewer: 남성훈









    호평받은 정규 앨범을 기반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구축한 화지(Hwaji)
    [쇼미더머니]를 통해 레이블 VMC의 핵심 아티스트로 자리잡았던 우탄(WUTAN)의 합작 앨범이다(*필자 주: 간단한 안주류를 뜻하는 'Munchies'를 연상시키는 팀 먼치즈(MUNCHEESE)는 화지와 우탄,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통으로 구성된 팀이다.). 화지와 우탄은 얼핏 상반된 방향의 음악 경력을 쌓고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1988년생 힙합 아티스트 집단인 '88'에서 함께 한다는 것 외에도 닮은 구석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 정규 데뷔작에서 적은 수의 프로듀서를 기용하여 앨범의 색을 확실히 하고, 리리시즘(Lyricism)을 표방한 랩을 담아 승부를 보려 했다. 자신을 파헤치는 여정을 담은 데뷔작 이후, 각각 '세계관' '도프(Dope)'로 각성한 모습을 펼쳐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비록, 완성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이렇듯 비슷한 결의 방법으로 추구하는 바가 확실한 두 아티스트의 합작이기 때문에 기대가 되는 부분도 명확하다.

     

    우선 귀를 잡아 끄는 것은 프로덕션이다. 쿤디판다(Khundi Panda), 오디(ODEE)와의 합작 앨범으로 이름값을 올린 비앙(Viann), 화지와의 좋은 합을 보여줬던 영소울(Young Soul)과 오넛(O’nut)이 각각 두 트랙씩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셋의 비트는 크게 하나의 무드를 제공하는 동시에 개별적인 특색을 유지한다.

     

    금자탑”, “Queso”로 이어지는 비앙의 프로덕션은 흡입력 있게 앨범을 시작하는 좋은 장치다. 전위적인 무드의 질감과 묘한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사운드의 조합이 탁월한 덕분이다. 영소울은 그의 전매특허인 건조하고 강한 울림의 드럼과 묵직한 베이스가 만드는 공간감의 “Incognito”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오넛은 그의 장기인 모던 펑크(Funk) 사운드가 넘실대는 “Lac Lac”으로 앨범에 생기를 더했다.  

     

    물론,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화지와 우탄이 랩으로 풀어낸 이야기다. 의도적으로 현실과 동떨어져서 오히려 총체적 난국의 한국 사회와 한국 힙합의 모습을 선명히 비췄던 화지와 힙합 문법에 충실한 동시에 치열하게 자신이 처한 현실을 파고들었던 우탄의 가사는 [You had to be there]에서 접점을 찾은 모습이다.

     

    상아탑을 쌓으라던 화지는 우탄과금자탑에 올라가 있고, “바하마에서 봐”, “서울을 떠야돼로 현실 도피를 외치다가 “Incognito”로 또 다른 현실을 찾아가는 식이다. “Asian glow”에서새빨간 페라리를 부르짖던 우탄도 “Lac Lac”에서 캐딜락에 몸을 던져 낭만 가득한 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다른 곡에서도 물질적 과시와 낭만이 결합한 철학이 재미난 메타포를 품고 녹아 있는데, 둘의 기존 작법이 자연스레 섞여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아쉬운 구석도 여기서 드러난다. 호기심을 유발할 정도의 표현으로 잘 짜인 가사들은 충분히 흥미롭다. 하지만, 그간 앨범의 테마를 관통하는 각자의 시선이 쌓여가며 보여준 감흥은 희석됐다. 표면적인 스타일이 트랙 간의 유기적 상호작용을 통해 어느새 깊이 있는 페이소스로 감상의 방점이 찍히던 이전의 가사적 성취와는 거리가 생겼다. 또한, 둘의 전체적인 작법은 물론, 랩 스타일도 유사하게 접점을 찾는 바람에 공교롭게도 상대적으로 밋밋한 우탄의 랩이 압도적인 화지의 톤과 퍼포먼스에 눌려 앨범의 전체적인 균형이 살짝 어그러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You had to be there]는 앞서 언급한 화지와 우탄이 속한 팀의 앨범이기에 갖게 되는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적은 트랙 수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 힙합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급 품질의 요소들을 즐길 수 있는 앨범이다. 하지만 동시에 기대를 뛰어넘는 강렬한 감흥의 결과물이라고 말하거나, 둘의 대표작으로 꼽기는 어려운 앨범이기도 하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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