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국외 리뷰] Freddie Gibbs & Madlib - Bandana
    rhythmer | 2019-08-17 | 2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Freddie Gibbs & Madlib
    Album: Bandana
    Released: 2019-06-28
    Rating: 
    Reviewer: 강일권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와 매드립(Madlib)의 조합은 전면에 나서는 하드코어 래퍼와 은둔을 즐기는 지적인 프로듀서의 만남이었다. 전혀 상반된 이미지와 음악세계를 지닌 둘이 함께 만든 앨범 [Piñata](2014)는 그래서 의외였고, 신선했다. [Bandana]는 그로부터 약 5년 만에 나온 두 번째 합작품이다.

     

    이들처럼 이미 실력과 커리어 면에서 정점을 찍고 꾸준히 기량을 유지해온 아티스트가 합작했을 땐, 각자 하던대로만 해도 기본 이상의 완성도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단지기본 이상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탁월한 앨범을 만들었다. 왜 그들이 다시 한 번 뭉쳐야만 했는지를 말보다 음악으로 설명하고 설득한다.

     

    여전히 많은 이가 매드립을 재즈 랩 사운드의 장인으로만 기억하는데, 그의 장르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 ‘90년대 이스트코스트 힙합식의 전통적인 샘플링 작법으로 완성한 음악은 물론, 얼터너티브 힙합, 사이키델릭, 댄스홀 등등, 다양한 영역 또한 오늘날의 매드립을 대변한다. 그는 힙합의 가장 전통적인 측면과 과감한 실험 사이에서 완벽에 가까운 균형을 맞출 줄 아는 몇 안 되는 프로듀서다.  

     

    세상을 떠난 댄스홀 아티스트, 테너 소우(Tenor Saw)를 비롯한 레게 아티스트 야미 볼로(Yami Bolo)와 조 릭샷(joe Lickshot) 트리오의 “Radio, Dance Hall Live”에서 초반부의 보컬을 샘플링하고 스네어를 흩뿌려 역동적인 댄스홀로 재창조한 “Massage Seats” 같은 곡은 대표적인 예다. 매드립식 로파이(lo-fi) 사운드와 비트 스위치의 정수가 담긴 “Half Manne Half Cocaine”도 마찬가지다.  

      

    물론, 매드립 프로덕션의 중심엔 언제나 기가막힌 샘플링이 있다. [Bandana]에서 그는 리듬 파트의 부각을 최대한 줄이고 소울풀하고 변칙적인 샘플 플레이로 전반을 주도한다. 때론 달콤하고 때론 음울한 멜로디의 루프들이 거친 입자가 맺힌듯한 사운드 안에서 유려하게 흐르고 뒤엉키기도 하면서 오묘한 감흥을 자아낸다. 두 번째 싱글로 발표된 “Crime Pays”는 그야말로 샘플링에서의 재배열과 재조합의 모범사례라 할만하다.

     

    이처럼 매드립이 깔아놓은 최고급 비트 주단 위에서 프레디 깁스는 적절히 끊어치는 특유의 플로우로 장기인 갱스터 랩을 작렬시킨다. 후드에서 일어나는 범죄와 마약 이야기는 너무나도 흔한 소재지만, 프레디 깁스의 입을 통하면, 감흥의 깊이가 달라진다. 그는 남다른 이야기꾼이자 치밀한 리리시스트(Lyricist)이며, 매섭고 능청스러운 갱스터 래퍼다.

     

    장기인 마약 이야기를 늘어놓는 가운데, 동료에서 적이 된 지지(Jeezy)에 대한 디스도 빼놓지 않는 “Crime Pays”, 총격으로부터 살아남은 일화를 되새기며 여전히 거친 거리를 얘기하는 “Situations” 등등, 그의 입담과 래핑은 이번에도 거세다. 마약, 혹은 마약상의 이야기를 주된 소재로 삼는 일명 코크 랩(Coke Rap)’의 대가 중 한 명인 푸샤 티(Pusha T) 21세기 폴리티컬 랩의 최전선 킬러 마이크(Killer Mike)가 함께한 "Palmolive"는 그 가운데 랩 퍼포먼스의 최고 수준을 경험할 수 있는 곡이다.

     

    그런가 하면, "Education"에서는 깁스의 또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이 곡에서 두 명의 지적인 래퍼, 야신 베이(Yasiin Bey), 블랙 쏘웃(Black Thought)과 함께 흑인들이 투쟁해온 고통의 역사를 짧지만, 강렬하게 설파한다.

     

    확실히 올해 손꼽을만큼 훌륭한 앨범이다. 음악에서 전해지는 맛이 두 베테랑의 커리어만큼이나 깊고 진하다. 갱스터 랩, 혹은 코크 랩의 새로운 영역을 구축했다고도 할만하다. 이런 기세라면, 역사에 남을 힙합 트릴로지 앨범이 탄생할지도 모르겠다(*필자 주: 프레디 깁스와 매드립은 ‘Montana’라는 제목의 세 번째 합작 앨범까지 발표할 계획이다.). 프레디 깁스와 매드립의 조합은 영화계에서 [대부, The Godfather]가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22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 PREV LIST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