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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Little Brother - May the Lord Watch
    rhythmer | 2019-09-05 | 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Little Brother
    Album: May the Lord Watch
    Released: 2019-08-20
    Rating: 
    Reviewer: 이진석









    앨범 발매는 갑작스럽게 이루어졌지만, 리틀 브라더(Little Brother)의 재결성은 예정되었던 일이다. 작년, 한 페스티벌에서 무려 11년 만에 세 명의 멤버, 폰테(Phonte), 래퍼 빅 푸(Rapper Big Pooh),
    나인스 원더(9th Wonder)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어서 올해 홉스코치 뮤직 페스티벌(Hopscotch Music Festival) 라인업에 리틀 브라더의 이름이 올랐고, 데뷔 앨범과 재결합에 관한 짧은 다큐멘터리 두 편이 공개되었다.

    비록, 나인스 원더 없이 두 명의 래퍼만 다시 뭉쳤지만, 그것만으로도 언더그라운드 힙합 팬들의 마음을 술렁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9년 만에 다시 뭉친 리틀 브라더의 [May the Lord Watch]는 그렇게 발매되었다.

     

    한창 활발히 활동하던 시기엔 나인스 원더가 이끄는 그룹이란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폰테와 래퍼 빅 푸 역시 이제는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빅 푸는 그야말로 혀를 내두를 정도의 작업량으로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왔고, 폰테 역시 [Charity Starts At Home]이나 더 포린 익스체인지(The Foreign Exchange)로서의 활동, 에릭 로빈슨(Eric Robinson)과의 합작 프로젝트 등으로 굵직한 자취를 남겨왔다.

     

    앨범은 그들의 2005년 작 [The Minstrel Show]에 등장했던 가상의 방송 네트워크, UBN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스킷(Skit)을 통해 실제 유명 힙합 라디오 DJ인 피터 로즌버그(Peter Rosenberg)를 비롯해 조 스쿠다(Joe Scudda), 스포츠 저널리스트 제멜 힐(Jemele Hill)이 차례로 등장한다. “Inside the Producer’s Studio”에 나와 너스레를 떨며 폰테의 가상 자아, 로이 리(Roy Lee)를 인터뷰하는 퀘스트러브(?uestlove)의 모습 역시 깨알 같은 재미다. 이렇듯, 트랙 사이사이에 배치된 스킷은 실제 방송을 시청하는 듯 현장감이 살아있는 동시에, 팬들의 향수를 끌어올리는 장치로 사용된다.

     

    흥미로운 건, 나인스 원더가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나인스 원더 대신 그가 이끄는 더 소울 카운슬(The Soul Council)의 두 멤버 크라이시스(Krisys)와 놋츠(Nottz), 그리고 그들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는 포커스(Focus…)가 키를 잡았다.

     

    여기에 디트로이트의 적자 블랙밀크(Black Milk)까지 협력한 붐뱁 비트는 기존의 스타일을 재현하면서도 남다른 세련미를 내뿜는다. 짧게 컷팅한 소울 샘플로 만든 부드러운 멜로디 위로 투박하고 존재감 있는 리듬 파트가 깔리며, 리틀 브라더식 붐뱁의 정수라 할만한 프로덕션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두 래퍼가 풀어놓는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 이제 30대 후반, 혹은 40대가 된 입장에서 풀어내는 입담은 진중하면서도 유쾌하다. 빅 푸는 우버(Uber)를 이용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유명세로 불편함을 겪진 않지만, 어딘가 아쉬운 달콤 씁쓸(Bittersweet)한 상황으로 표현한다(“Right on Time”). 폰테는 서른 다섯이 지난 이후론 클럽에서 밤을 보내기보다 집에서 [플립 오어 플랍, Flip or Flop/*필자 주: TV 쇼 중 하나]을 감상하는 게 좋아졌다고 읊조린다(“Sittin Alone”).

     

    이처럼 웃기고 서글픈 현실을 노래하지만, 둘의 혀 놀림은 조금도 무뎌지지 않았다. 차분히 박자를 밟아가며 쉴 틈 없이 쏟아내는 워드플레이는 그들이 오랜 시간 씬에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

     

    오랜만에 뭉친 팀이지만, 그간 꾸준히 현역으로 커리어를 쌓아 온 둘이기에, 걱정은 줄고 기대는 부풀었다. 그리고 그 기대감을 웃도는 결과물이 나왔다. [May the Lord Watch] [The Minstrel Show]를 비롯한 리틀 브라더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청자라면, 더할 나위 없는 감흥을 만끽할 수 있는 걸작이다.

     

    물론, 그들의 기존 활동을 잘 모르는 이들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소울풀하고 강렬하게 몰아치는 붐뱁 비트, 그 위로 무게감 있게 쏟아지는 두 래퍼의 퍼포먼스만으로도 감동을 얻기에 충분하다. 참으로 설득력 있는 베테랑의 귀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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