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소금 - Sobrightttttttt
- rhythmer | 2019-11-25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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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소금(sogumm)
Album: Sobrightttttttt
Released: 2019-10-21
Rating:
Reviewer: 황두하
2010년대 대중음악계를 돌아봤을 때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얼터너티브 알앤비’이다. 프랭크 오션(Frank Ocean), 위켄드(The Weeknd) 등 대형 아티스트들의 등장과 함께 피비알앤비(PBR&B)가 대세로 떠오르며 주류 알앤비 사운드를 지배해갔다. 이제는 ‘얼터너티브’란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알앤비 음악의 기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 뛰어난 가창력과 화려한 애드립보다는 랩과 노래의 경계를 오가며 리듬감을 중시하는 창법이 대세가 되면서 알앤비라는 장르의 개념 자체가 달라졌다.‘가창력’이라는 알앤비 음악의 중요한 진입장벽이 허물어지면서, 한국 알앤비 씬도 그 전과 달리 더욱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트렌드를 그대로 따라 하는 수준이었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갖추고 탄탄한 음악을 선보이는 아티스트들 또한 꽤 등장했다. 그 결과 근 몇 년 사이의 알앤비 씬은 힙합 씬보다 양적, 질적으로 풍성한 모습을 보여왔다. 오디션 프로그램 [사인히어]에서 우승하며 레이블 AOMG와 계약하는 극적인 순간을 만들어낸 싱어송라이터 소금(sogumm)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눈에 띄는 신예 아티스트 중 하나다.
대안 힙합적인 사운드를 표방하는 크루 바밍 타이거(Balming Tiger)에 소속된 그는 어느 순간 등장해서 마음을 뺏었다. 활발한 피처링 활동과 방송 활동을 통해 본인의 인지도를 끌어올린 한편, 프로듀서 드레스(dress)와 함께한 앨범 [Not my fault]를 통해 범상치 않은 재능을 선보였다. 특히, 개성 넘치는 톤으로 말을 거는 듯하면서도 넘실거리는 그루브를 자아내며 순식간에 빨려들게 하는 보컬은 그의 최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소금이 AOMG와 계약하기 직전에 발표한 솔로 데뷔작 [Sobrightttttttt]에는 이 같은 장점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앨범은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새로운 면을 제시했다. 전곡의 프로듀싱을 책임진 윈진(wnjn)은 일렉트로닉, 엠비언트(Ambient) 사운드를 바탕으로 축축한 질감의 신시사이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독특한 소스들을 난입시켜서 고유한 무드를 완성했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그 기저에 꿈틀대는 역동성이 느껴지는 것은 본작의 미덕이다. 더불어 곡 대부분이 2분 안팎의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어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간다. 그래서 마지막 곡까지 몰입도가 상당하다.
짧은 러닝타임은 피처링 하나 없이 소금 혼자서 전곡을 이끌어가는 부담을 덜어내는 데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특유의 어눌한 톤으로 옆에서 말하듯 속삭이는 보컬은 먹먹한 사운드와 맞물려 넘실거리는 그루브를 만들어낸다. 몇몇 단어를 반복하다가도 여백을 두어 변칙적으로 진행되는 멜로디 또한 매우 인상적이다. 마치 되는대로 지껄이는 것처럼 동물적으로 흘러가는 퍼포먼스가 황홀한 감흥을 선사한다.
가사도 매우 흥미롭다. 사랑에 빠진 소녀의 마음을 각 트랙에 단편적인 감정으로 나누어 담아냈다. 단순하지만 독특한 표현들이 마음을 살살 간질이는데, 이 감정들이 점층적으로 쌓여서 마지막 트랙 “Smile”에 이르면, 파도처럼 흘러넘친다. 매우 진한 여운이 남는다. 그중에서도 소녀의 귀여운 설레발을 표현한 “무슨 바람이 불었나”와 “Kimchisoup”은 가장 구체적인 묘사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천진난만한 가사에서 뿜어 나오는 따뜻함과 차가움이 느껴지는 프로덕션이 충돌해 만들어내는 미묘한 매력은 [Sobrightttttttt]를 완성하는 요소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발매된 그 어떤 얼터너티브 알앤비 앨범들과도 결이 다르다. 소금은 본작을 통해 그간의 행보가 단순히 운이 아니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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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호 (2020-02-13 20:42:26, 175.223.10.**)
- 이 앨범 음원발매만 했나요? CD를 찾아보는데 도통 찾을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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