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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CJ Fly - RUDEBWOY
    rhythmer | 2020-03-19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CJ Fly
    Album: RUDEBWOY
    Released: 2020-03-06
    Rating: 
    Reviewer: 강일권









    붐뱁 힙합(Boom Bap)
    키드들이 모인 공동체, 프로 에라(Pro Era) 내에서 가장 정체성이 확연한 이를 꼽는다면, 씨제이 플라이(CJ Fly). 그는 아버지의 핏줄이자 마음의 고향, 자메이카의 루드 보이(Rude Boy/*필자 주: 원래는 자메이칸 갱스터를 의미하지만, 자메이카 출신의 거친 젊은 남성을 표현하는 속어로도 통용된다.)를 내세워 래퍼로서의 기믹을 다졌다.

     

    그리고 이 같은 정체성은 드디어 발표된 첫 번째 정규 앨범에서 더욱 선명하게 부각된다. 타이틀인 'RUDEBWOY'는 단지 혈통을 선언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래핑과 가사를 비롯한 모든 음악적인 부분에서 표면화된다. '스타워즈'의 제다이들이 다크사이드와 라이트사이드 사이에서 포스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듯이 씨제이 플라이는 뉴욕 붐뱁 힙합과 자메이카 레게 사이에서 음악적인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한다.

     

    플라이의 아버지는 1980년대에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뉴욕 브루클린으로 이사를 왔다. 이후 미국에서 겪은 이민자 가장으로서의 고투는 아들이 본작에서 구성한 서사의 뼈대가 됐다. 크루의 프론트맨 조이 배드애스(Joey Bada$$)와 함께 자메이칸 혈통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치는 "Rudebwoy", 오로지 성공을 목표로 달려온 아버지의 힘겨웠던 삶과 허슬(Hustle)을 반추하고 그에 대한 헌사를 담은 "Strugglin’"은 이 같은 서사의 중심을 잡아주는 곡이다.

     

    플라이는 전반적으로 의미를 숨겨놓기보다 비교적 직관적인 표현과 스토리텔링을 활용하여 주제와 메시지를 전달한다. 앞서 언급한 "Strugglin’"과 블록 파티에 대한 기억의 조각을 모아 완성한 "Block Party"에서 그러한 작법이 효과적으로 가슴을 울린다. 또한, 레게 보컬에 영향받은 퍼포먼스가 더해져서 감흥을 배가시킨다.

     

    그런가 하면, “Jook”는 다른 의미로 흥미롭다. 많은 래퍼가 유행하는 동시대 래퍼 몇몇의 스타일을 교묘히 카피해대기 바쁠 때 그는 대놓고 힙합 아이콘 중 한 명인 디엠엑스(DMX)를 오마주한다. 톤부터 특유의 끊어치는 플로우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재현이다. 프로덕션적으로 디엠엑스는 붐뱁과 거리가 멀었지만, '90년대 힙합 씬의 말미를 장식한 선배 래퍼를 향한 의미있는 헌정과 듣는 재미를 동시에 챙겼다.

     

    스태틱 셀렉타(Statik Selektah)가 총괄한 프로덕션도 훌륭하다. '90년대 동부 힙합의 향수를 자극해서가 아니다. 2000년대 등장한 붐뱁 힙합의 적자 중에서 최전선에 있는 프로듀서답게 샘플 활용, 루프 구성, 사운드 조율, 완급 조절 등등, 모든 면에서 탁월하다. 특히, 꺼끌꺼끌하고 거친 사운드 만큼이나 당대 붐뱁 힙합의 또 다른 특징인 뭉글뭉글한 감성을 잘 녹여냈다. "Grew Up", "Block Party", "Strugglin’", "The Pros"는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프로 에라 멤버가 조력한 단체곡 "The Pros"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툭툭 떨어지는 건반이 만들어내는 찰나의 멜로디 라인, 뭉클함을 자아내는 무드에 걸맞게 디자인된 사운드, 단순한 자기과시에서 벗어나 각자의 메시지를 담은 가사까지, 앨범을 마무리하는 곡으로서 더할 나위 없다사실 플라이의 랩 자체가 주는 감흥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그의 설득력 있는 정체성과 탄탄한 프로덕션이 잘 조합되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프로 에라의 멤버들이 그렇듯이 씨제이 플라이 역시 ‘90년대 힙합이나 붐뱁 힙합의 부활 같은 거창한 대의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영향받고 좋아하는 스타일의 힙합을 할 뿐이며, 그것이 붐뱁인 것이다. 플라이의 말마따나(“Pro Era and myself, is we are making hip-hop modern. This is 2020 hip-hop.”) 이 또한 오늘날의 힙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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