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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pH-1 - X
    rhythmer | 2020-05-21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피에이치원(pH-1)
    Album: X
    Released: 2020-05-01
    Rating:
    Reviewer: 황두하









    피에이치원(pH-1)
    의 랩은 스킬풀하지는 않지만, 깔끔하게 떨어지는 라이밍과 안정적인 플로우 운용이 돋보인다. 또한, 랩싱잉 퍼포먼스까지 수준급이어서 어떤 스타일의 트랙이든 무리 없이 소화한다. 그동안의 결과물을 통해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래퍼임이 드러났다.

     

    하지만 지나치게 안정적이다 보니 특별한 개성을 느끼기는 어렵다는 점과 평이한 표현 및 한영혼용으로 일관하는 가사가 명백한 한계였다. 하이어 뮤직(H1GHR MUSIC)에 입단한 후 발표했던 EP [The Island Kid]와 정규 앨범 [HALO]는 이러한 장단점이 명확하게 보인 작품들이었다.

     

    믹스테입 형식으로 발표한 이번 [X]는 이전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한 작품이다. 부드럽고 서정적인 팝 성향의 곡들이 주를 이뤘던 전작들과 달리 조금 더 강렬하고 거친 무드의 트랙들로 채워졌다. 그레이(Gray), 그루비룸(Groovy Room), 비엠티제이(BMTJ), 우기(WOOGIE), 슬럼(slom), 모키요(Mokyo) 등등, 상당히 다양한 프로듀서들이 참여했고,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비트를 제공하며 완성도에 일조했다.

     

    그중에서도 신시사이저 라인이 중독적인 “OKAY”, 로파이(Lo-fi)한 질감의 서정적인 무드가 돋보이는 붐뱁 트랙센 척”, 동양적인 느낌을 더한 악기 구성이 인상적인 클럽튠 “MORAGO” 등은 탄탄한 완성도와 개성을 갖춘 곡들이다.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레퍼런스가 느껴지지도 않는다.

     

    특히, 비엠티제이가 프로듀싱한 “PACKITUP!”은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미니멀한 구성과 세심한 악기 운용, 그리고 후반부에 이루어지는 변주로 랩을 확실하게 받쳐준다. 이에 맞춰서 피에이치원도 더욱 물오른 퍼포먼스를 들려준다. ‘음원 사재기를 포함해 잘못된 시스템에 공격성을 드러내는 가사 또한 흥미롭다.

     

    다른 트랙에서도 가사적인 발전을 찾아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한영혼용의 비중이 줄어들었고, “사인회”, “센 척”, “MORAGO”처럼 흥미로운 주제 선택과 재치 있는 표현이 돋보이는 순간도 종종 드러난다. 가사적인 발전은 퍼포먼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다만, 뻔한 자기과시성 가사나 클리셰한 표현으로 일관해 감흥을 저해하는 것 또한 여전히 많은 곡에서 드러난다.

     

    무려 14명에 달하는 게스트의 참여는 장단이 있다. 대부분 준수한 활약을 보여주는 가운데, 때로는 주인공보다 더 주인공 같은 퍼포먼스로 트랙의 하이라이트를 가져간다. “사인회의 키드 밀리(Kid Milli), “OKAY”의 머쉬베놈(MUSHVENOM), “ANYMORE”의 애쉬 아일랜드(ASH ISLAND), “MORAGO”의 쿠기(Coogie)는 대표적이다. 피에이치원의 톤이 상대적으로 개성이 부족한 탓이기도 하다.

     

    한편, 하이어 뮤직의 단체곡인 “TELÉFONO”는 김하온과 식케이(Sik-K)를 제외하고는 안이한 퍼포먼스를 보태 실망감을 안긴다.

     

    여전히 고질적인 아쉬움이 보이지만, 그럼에도 [X]의 완성도는 탄탄하다.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후부터 추구해온 랩싱잉 스타일을 잠시 내려놓고, 정석적인 랩으로 방향을 튼 것이 주효했다. 그가 애초에 주목받았던 이유가 기본기 탄탄한 랩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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