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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서사무엘 - D I A L
    rhythmer | 2020-06-01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서사무엘
    Album: D I A L
    Released: 2020-05-11
    Rating:
    Reviewer: 김효진









    자신을 정의하는 방법은 대개 두 가지다. 하나는 자아 성찰.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고찰과 반성을 통해 어떤 사람인지 자성(自醒)해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사회적 상호작용.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언에 따라 주변인들과 주고받은 영향을 고려해라는 사람을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서사무엘은 자성(自醒)에 능한 아티스트로 보인다. 랩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꼭 맞는 옷이 아니라고 스스로 판단했다. 그렇게 그가 선택한 길은 블랙뮤직에 기반을 둔 싱어송라이터. 서사무엘은 타인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혼자서 모든 악기를 만지고 프로그래밍하며, ‘서사무엘의 음악을 홀로 개척했다. 자연스레 앨범에 담긴 서사는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런 의미에서 [D I A L]은 그의 커리어에서 전환점이라 일컬을 만하다. 프로듀서 자리에 서사무엘 외에 낯선 이름, 아치폼더블유(archeformw)가 존재한다. 전작을 고려했을 때 놀라운 행보다. 그만큼 그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힙합, 알앤비, 재즈를 리얼 사운드로 구사하던 전작과 달리 이번 앨범의 기본 토대는 일렉트로 비트다. 신예 프로듀서 아치폼더블유와의 만남으로 서사무엘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한 뼘 더 넓어졌음을 시사한다.

     

    앨범의 인트로 “D I A L”에서는 서사무엘의 음악적 시도를 강렬히 선포하는 듯 보인다. 진동음, 버튼음, 통화 연결음 등 일상적인 소리를 삽입한 비트로 세찬 인상을 남긴다. 다섯 트랙의 비교적 작은 볼륨을 가진 앨범이지만, 아치폼더블유가 홀로 만든 인트로를 배치해 비트 메이커의 존재감과 음악적 시도에 대한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비슷한 맥락으로 피쳐링 라인업을 구성하여 프로덕션을 다양하게 채웠다. 밴드 까데호의 이태훈의 기타 소리와 더블 베이스를 얹은 “DAMN THINGS”는 재즈 리듬에서 전작과의 교집합이 읽히기도 하지만, 일렉트로 사운드에 기반을 두고 비트 만듦새를 이색적으로 구축했다. 곧바로 이어지는 “DYE”에서는 뭄바톤의 묵직한 힙합 트랙 위에 랩퍼 담예의 랩과 서사무엘의 보컬이 조화를 이룬다.

     

    다만, 프로덕션을 다양하게 구성한 것이 일부 게스트와의 조합엔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일례로 백예린이 참여한 타이틀곡 개나리는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둘의 목소리가 좀처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개성이 강한 두 아티스트의 보컬이 프로덕션과 잘 어우러지지 못한 탓이다.

     

    앨범 내에서 표명하는 내러티브도 주목할만하다. 서사무엘의 태도가 여유로워졌다. 바이크처럼 자신에게 작은 행복을 안겨주는 소재나 새로운 시작에 걸맞는 계절인 봄에 대해 따스하게 노래한다. 어떠한 동기 없이 쓰였다면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는 가사들이다. 그러나 선행된 자아 성찰과 새로 만난 음악적 파트너 아치폼더블유의 존재 덕분에 깊이와 색다름이 동시에 느껴진다. 지난한 번뇌를 끝내고 주변을 돌볼 줄 알게 된 단단한 자아로 인식된다.

     

    서사무엘은 본작에서 타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꾀했고 결과는 성공적이다.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음악과 목소리가 타인을 통해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그 또한서사무엘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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