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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백현 - Delight
    rhythmer | 2020-06-16 | 1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백현
    Album: Delight
    Released: 2020-05-25
    Rating:
    Reviewer: 김효진










    아이돌 멤버가 그룹을 벗어나 솔로 앨범을 낼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자신의 매력이다. 그룹 색에 묻혀 있던 아티스트 고유의 색을 꺼내야 한다. 그래야 그룹이 아닌 솔로 앨범을 내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대부분 팀 활동에서 하지 않은 장르를 솔로 앨범에서 구사하려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다.


    백현도 마찬가지다. 케이팝(K-POP) 그룹 엑소(EXO) 내 플레이어가 아닌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평소 좋아하던 장르인 알앤비로 솔로 앨범을 가득 채웠다. [Delight]는 그가 [City Light] 이후, 내놓은 두 번째 솔로 앨범이자 알앤비 앨범이다.

     

    백현의 앨범은 늘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이번 앨범엔 프로듀싱 팀 스테레오타입(Stereotypes)이 전작에 이어 참여했고, 레이디 가가(Lady Gaga),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 등의 앨범을 작업한 마이크 데일리(Mike Daley)도 라인업에 올랐다. 이외에도 저명한 프로듀서의 이름이 빼곡하다. 제인(jane), 콜드(Colde) 같은 국내 알앤비 아티스트들도 이름을 올렸다.

     

    그 덕분에 앨범은 짜임새 있게 진행된다. 신스 사운드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Candy”부터 트랩 비트에 브라스를 편성한 “R U Ridin’?”, 기타와 잔잔한 드럼 사운드로 비교적 단순하게 조직된 “Love Again”까지, 피비알앤비(PBR&B)에 기반을 둔 프로덕션과 유려한 멜로디가 트랙마다 돋보인다. 특히, “Bungee”에선 피아노 선율을 부드럽게 녹여 재지한 무드를 자아내고, “Poppin’”에선 8비트(8bit) 베이스를 활용해 듣는 맛을 살렸다.

     

    다만, 몇몇 곡에서의 보컬은 아쉽다. 그루비한 비트와 그 위에 얹힌 멜로디와 어우러지지 못한 채 살짝 겉돌고 어색하다. 백현은 부드럽고 담백한 음색이 특색이자 강점인 보컬리스트다. 거기에 단단한 힘도 있다. 2016년 수지와 함께한 “Dream”이나 볼빨간 사춘기와 함께 부른나비와 고양이에서 그 장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엑소의 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백현은 부드럽고 강한 보컬로 곡 전체의 분위기를 탄탄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본작에서는 그러한 장점이 드러나지 않는다. 부자연스럽기까지 하다.

     

    가사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있다. 일례로곁에 있니?’ 하고 물은 뒤내 거 맞니?’(“R U Ridin’”)라고 묻는 가사는 너무 단선적이어서 감흥이 일지 않는다. ‘네 사랑은 최소한의 숨 / 내 두 손을 잡아 올린 끈처럼 비유가 인상적인 “Underwater”와 화자의 심상이 명확히 그려지는 “Love Again” 같은 후반부 곡들을 떠올리면, 전반부 곡의 가사적인 부분에서의 아쉬움이 더 짙어진다.

     

    가사 면에서 가장 특기할만한 곡은 "Candy". 이 곡에서의 달콤한 대상은 타인이 아니라 남성 화자인 자신이다. 남성 화자의 가사엔 통상 여성 청자를 달콤함으로 형상화한 뒤 소유하겠다는 태도가 녹아있었다. 그러나 "Candy"에선 그 관계가 전복됐다. 이에 더해 화자는 여성 청자를 유혹하지만, 선택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태도를 가진다. 자신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유혹의 도구 또한 은은하게 퍼지는주머니 속 향기. 힘이나 사회적 지위, 재력 같은 것들로 여성을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사회적 남성성이 배제된 유혹을 그리고 있다.

     

    [Delight]는 트렌디하고 세련된 프로덕션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오늘날의 메인스트림 알앤비 사운드를 잘 담아냈다. 그러나 그만큼 다른 작품들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음악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그의 커리어 내에서도 이 정도의 프로덕션적인 완성도는 바로 전작에서 접할 수 있었다. 이번 앨범의 프로덕션은 완성도와 별개로 백현의 매력을 잘 드러내기에 딱 맞는 도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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