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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John Legend - Bigger Love
    rhythmer | 2020-07-13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John Legend
    Album: Bigger Love
    Released: 2020-06-19
    Rating: 
    Reviewer: 김효진









    적극적인 위로는 때때로 독이 된다.
    자칫 동정이나 연민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난 상황에서의 위로는 더더욱 어렵다. 재난이 보편적일지언정 고통은 개별적인 까닭이다. 그럼에도 방법은 있다. 위로를 고통에 정확히 명중하려 하기보다 인류 보편적 주제를 던져 포용 범위를 넓히는 것. 이를테면 사랑 같은.

     

    존 레전드(John Legend)는 주로 사랑을 노래하는 아티스트다. [Bigger Love]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랑에 빠진 낭만적인 순간을 묘사한 “U Move, I Move", ”Favorite Place“와 연인과 보내는 보통의 일상을 그린 ”Conversation In The Dark"가 대표적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조금 뻔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불안으로 뒤엉킨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인류 보편적 감정인 사랑에 시선을 맞추자, 사랑은 일상의 원동력이 되고 위로의 성질을 품게 되었다.

     

    앨범은 다채로운 사랑의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가장 먼저 과거에 대한 사랑, 향수를 그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첫 순서에 배치된 "Ooh Laa"엔 플라밍고스(Flamingos) 1958년 곡 "I Only Have Eyes For You"를 샘플링 해 두왑 스타일을 녹여냈다. 이어지는 "Actions"에서도 1968년 발매된 데이비드 맥컬럼(David McCallum) "The Edge"를 활용했으며, “I’m Ready”엔 템테이션스(The Temptations)나 스타일리스틱스(The Stylistics)가 구사하던 고전 소울의 정취가 느껴진다. 작금의 불안을 과거의 향수로 희석시킨다.

     

    프로덕션 측면에서도 다채롭다. 블루스/소울/록 뮤지션 개리 클라크 주니어(Gary Clark Jr.)가 기타 사운드를 보태 강렬한 여운을 선사하는 “Wild”, 클래식 현악 오케스트라를 편성해 웅장함을 자아내는 “U Move, I Move” , 탄탄한 구성과 멜로디의 곡들이 귀를 잡아끈다. “I Do”에선 찰리 푸스(Charlie Puth)와 라파엘 사딕(Raphael Sidiqq)의 만남으로 청량감과 알앤비 리듬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런가 하면, “Bigger Love”는 존 레전드의 새로운 시도를 엿볼 수 있는 트랙이다. 프로듀서로 참여한 원 리퍼블릭(One Republic) 멤버 라이언 테더(Ryan Tedder)와 함께 근 몇 년간 유행하고 있는 아프로팝(Afropop)을 소화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존 레전드는 사랑의 발화자를 홀로 두지 않는다. “U Move, I Move”에서는 알앤비 보컬 즈네 아이코(Jhené Aiko)가 목소리를 내어 사랑에 빠진 순간을 더 낭만적으로 만들어냈다. 마치 연인과의 대화를 듣는 듯하다. 더불어 “Remember Us”는 랩퍼 랩소디(Rapsody)가 하이라이트를 담당한다. 랩소디는 사랑스러운 데이트 장면을 그리며, 주브나일(Juvenile), 릴 킴(Lil’ Kim),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 같은 힙합 아티스트를 재미있게 언급하고, 동시에 헬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와 총격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닙시 허슬(Nipsey Hussle)을 가사에 담아 추모하는 등, 흑인 문화와의 연대를 드러낸다.

     

    사랑이라는 소재는 대중음악에서 가장 흔한 소재다. 그럼에도 존 레전드는 사랑을 노래한다. 그는 앨범 마지막에 다다라서 나지막이 말한다. ‘We Will Never Break(우린 절대 무너지지 않아).’(“Break”) “All You Need Is Love”라는 유명한 노랫말처럼, 우리에게 도래한 고통을 극복할 방법을 명확히 알려주기 보다 보편적 가치를 떠올리게 한다. 존 레전드의 사랑은 탄탄한 프로덕션을 통과하며 무지갯빛으로 퍼져나간다. 그의 목소리로 너울대는 사랑은 황홀하다. 숱하게 들어온 사랑일지라도 그의 음악에는 속절없이 마음을 내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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