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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Oddisee - Odd Cure
    rhythmer | 2020-07-28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Oddisee
    Album: Odd Cure
    Released: 2020-07-17
    Rating: 
    Reviewer: 남성훈









    오디씨(Oddisee)는 메인스트림 힙합과는 결이 다른 음악으로 커리어를 다져왔다. 그 결과 인디 레이블인 멜로 뮤직 그룹(MMG)을 대표하는 힙합 프로듀서이자 래퍼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히 다작하면서도 한번도 삐걱거리지 않은 수준 높은 결과물을 선사했다. 2017년의 정규작 [The Iceberg]로부터 3년 만에 발표한 [Odd Cure]는 지금까지의 행보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다.

     

    우선 이 앨범은 멜로 뮤직 그룹에서 발매되지 않았다. 그다지 정보가 많지 않지만, 아우터 노트 레이블(Outer Note Label)이라는 신생 레이블의 첫 앨범이다. 또한, [The Iceberg] 이후, 오디씨는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고, 음악가로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을 뒤로 한 채 주변을 돌아보고자 의도적인 안식기간을 가졌다고 한다.

     

    재미난 것은 [Odd Cure]가 휴식기 동안 구상해 만들어낸 음악이 아닌 돌발적이고 즉흥적인 결과물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는 2020 3, 태국에서의 공연을 마치고 미국에 돌아왔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를 주변인에게 옮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2주동안 스튜디오에서 자가격리를 했다고 한다. [Odd Cure]는 바로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따라서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에 그가 겪는 감정이 담겨있지만, 시의성을 갖춘 컨셉트 앨범이라기보다는 자가격리 중인 오디씨의 감정을 풀어낸 개인적인 일지에 가깝다.

     

    31분 길이의 짧은 EP에서 약 8분을 차지하는 5개의 스킷(Skit)에는 자가격리 중 가족과 친구의 안부를 묻는 전화통화가 녹음되어 있다. 순서대로 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친구, 그리고 매니저와 나누는 통화는 자가격리와 팬데믹(Pandemic) 상황과 맞물려 현재를 사는 이들 대부분에게 묘한 울림을 준다. 특히, 스킷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수단 이민자 출신 가족이 현재 미국에서 마주한 힘겨운 현실은 곡의 가사에 생명력을 더하는 중요한 장치다.

     

    이는 창 밖 풍경을 바라보면서 스튜디오 밖 상황에 대해 고심하며 의지를 다지는 첫 트랙 "The Cure"부터 잘 느껴진다. 미국에 5달러를 들고 왔었다며, 괜찮다고 너스레를 떠는 아버지와의 대화와 합을 이루며 코로나 시대의 미국으로 다시 나가는 이민자 가족 2세의 정서를 짙게 드리운다.

     

    "I thought you were fate", "Still Strange"는 이별을 그린 사랑 노래지만,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고령인 할머니의 안부를 묻는 스킷에 이어지기 때문에 코로나 시대의 사랑하는 이들과의 죽음을 포함한 헤어짐을 떠올리게 하는 식이다. 마스크와 장갑, 그리고 호신용으로 페퍼스프레이까지 들고 일터에 나간다는 어머니와의 통화 후, 삶의 의지를 강하게 불태우는 "No Skips"까지 지나면, [Odd Cure]의 진가는 정점을 찍는다.

     

    무엇보다 팬데믹 시대에 모두가 익숙해져버린 단어(‘cure’, ‘isolation’, ‘testing’, ‘wash’, ‘distance’, ‘cancelling’)들을 적절히 사용해 앨범의 주제의식을 지켜내는 탁월한 가사와 담백하지만 속도감을 잘 활용하는 안정적인 랩 퍼포먼스가 이 같은 주제와 서사의 감흥을 더욱 끌어올린다. 2015년작 [The Good Fight]에서 한 단계 올라선 그의 랩 퍼포먼스는 [The Iceberg]를 지나 [Odd Cure]에서 더욱 여유 넘치고 유려해졌다.

     

    붐뱁(Boom-bap)을 기반으로 하지만, 다채로운 악기를 활용한 멜로디 루프로 따스한 기운을 형성하는 특유의 프로덕션도 더 없이 손색없는 수준으로 마감됐다. 특히, "Shoot your shot"에서 각종 사운드가 혼란스럽게 충돌하는 가운데, 이를 감싸며 형성된 그루브라든지 "Still Strange"에서의 빈티지하면서 소울풀한 공간감이 주는 무드는 프로듀서 오디씨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앨범이 종점으로 향할수록 그는 자신에게 더 집중한다. 하지만 인디 음악가에게 현실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그가 현실에서 벗어나 화성에 가고 싶다고 노래하는 "Go to mars"를 지나 매니저와의 통화에서 투어 일정이 없냐는 질문에 "올해 투어는 없을 거야(Touring is not happening this year)"라는 단호한 대답을 듣고 느꼈을 허망함은 아마 2020년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오디씨는 긴 휴식기 이후 갑자기 처한 격리 상황에서 축적된 역량을 쏟아냈다. 그 결과 특별하면서도 보편적인 심적 울림을 주는 앨범이 나왔다. 그래서 [Odd Cure]는 앞으로 그의 음악이 어떤 변화를 맞이할 것인지 사뭇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것이 그의 새로운 시작점이 될지, 아니면 잠깐 쉬어 간 앨범이 될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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