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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엘라이크 - Olive
    rhythmer | 2021-08-23 | 1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엘라이크(L-like)
    Album: Olive
    Released: 2021-07-20
    Rating:
    Reviewer: 황두하









    블랙뮤직 씬에서 프로듀서의 존재감은 유독 두드러진다.
    일례로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 팀발랜드(Timbaland), 메트로 부민(Metro Boomin), 히트보이(Hit Boy) 같은 스타 프로듀서들은 여느 래퍼/싱어보다도 더 큰 영향을 끼쳐왔다. 규모는 다르지만, 한국도 비슷하다. 그레이(Gray), 코드 쿤스트(Code Kunst), 그루비 룸(Groovy Room) 등등, 많은 프로듀서가 활발하게 활동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엘라이크(L-like) 또한 주목해야 할 신예 프로듀서다. 그는 2018년 죠지(George)가 참여한 싱글어색해 (Awkward)”를 통해 데뷔했다. 빈티지한 질감의 신시사이저와 섬세하게 소스를 운용하는 점이 돋보이는 퓨쳐 펑크(Future Funk) 사운드는 그가 추구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게 했다. EP [Process](2019)에서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졌다.

     

    2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EP [Olive]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빈티지한 질감을 강조한 가상 악기가 활용됐고, 곡 분위기에 맞춰 독특한 소스나 피아노, 기타 등의 악기가 추가됐다. 여기에 일렉트로닉 사운드 또한 적극적으로 차용됐다. 그래서 트랙마다 개성이 살아있으면서도 사운드적으로 일관성이 느껴진다. “난 좋아”, “신호등에서는 나른한 분위기가 이어지다가 후반부의 예상치 못한 변주로 순식간에 집중하게 한다.

     

    그의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나는 건 연주곡에서다. 피아노로 시작해 악기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첫 트랙 “Harmonic”, 신시사이저와 드럼으로 미니멀하게 진행되는 도회적인 감성의 “Espresso Build”, 변칙적인 드럼 라인과 상승하는 신스, 보이스 소스가 어우러진 “Butterfly” , 미래지향적인 사운드가 빈티지한 질감으로 마감됐다. 세 트랙은 게스트가 참여한 트랙 사이에 삽입되어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짧은 러닝타임의 EP지만, 구성적인 완결성이 느껴지는 것도 연주곡 덕분이다.

     

    가장 인상적인 트랙은 각각 쿤디판다(Khundi Panda)와 수민이 참여한 “Inside”내가 아니면이다. 전자에서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차용한 미디엄 템포 비트 위로 쿤디판다의 날카로운 랩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며 듣는 쾌감을 끌어올린다. 후자에서는 수민의 보컬이 보이스 소스처럼 활용되어 유려하게 흘러가는 신스 사이에 적절히 배치된 센스가 돋보인다. 게스트의 개성과 프로듀서의 색깔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트랙들이다.

     

    다만, 세 번째 연주곡인 “Butterfly” 이후에는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이어지는 “Free”, “Shape” 두 곡의 구성이 단순하고, 게스트로 참여한 운(Woon)과 채(CHE)의 퍼포먼스도 지나치게 힘이 빠져서 분위기가 늘어진다. 그래서 “Butterfly”가 앨범의 마지막 곡이고, 나머지 두 곡이 사족처럼 느껴진다.

     

    앨범을 관통하는 뚜렷한 주제는 없다. 대신 각 트랙은 일상의 특정한 순간이나 감정을 포착해서 표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호등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이 삶의 가장 큰 어려움인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을 표현하고, “Inside”내가 아니면에서는 각각 내면의 감정과 삶의 중심이 되는 나의 존재에 관한 사유를 풀어낸다. 연주곡인 “Espresso Build” “Butterfly”도 각각 커피가 추출되는 과정과 나비가 날개를 뻗어가는 모습을 소리만으로 생생하게 묘사해냈다.

     

    프로듀서의 앨범은 많은 게스트 사이에서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중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Olive]는 이 부분에서 꽤 성공적이다. 엘라이크는 여섯 명의 피처링 아티스트를 음악 안에 포용하며 본인이 어떤 아티스트인지 확실하게 보여줬다. 뒷심이 아쉽지만, 기승전결이 확실한 앨범이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유행을 좇아 양산형 트랙을 만드는 이들이 즐비한 씬에서 사운드로 본인을 표현할 줄 아는 프로듀서가 등장했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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