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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Tinashe - 333
    rhythmer | 2021-09-01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Tinashe
    Album: 333
    Released: 2021-08-05
    Rating:
    Reviewer: 황두하









    티나셰(Tinashe)
    의 커리어는 순탄치 않았다. 첫 정규 앨범 [Aquarius](2014)가 상업적, 비평적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그러나 두 번째 정규 앨범 [Nightride](2016)는 메인스트림 블랙뮤직 사운드를 안이하게 답습하여 실망을 안겼다. 결국, 소포모어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했고,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이어서 발표한 [Joyride](2018)도 마찬가지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속사였던 RCA 레코즈와 갈등을 겪었고, 2019년에는 레이블에서 나와 독자적인 노선을 걷게 됐다.

     

    그런데 오히려 이후부터 상황이 차츰 나아지기 시작했다. 우선 음악적인 완성도가 높아졌다. 레이블의 도움 없이 홀로 발표한 첫 앨범 [Songs For You](2019)가 증거다. 메인스트림 블랙뮤직 사운드를 차용한 건 여전했지만, 뻔하지 않은 전개와 귀에 감기는 멜로디 라인에서 데뷔 앨범의 그가 생각났다. 여러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이 득이 된 것 같았다.(*필자 주: 현재 그는 Roc Nation과 매니지먼트 계약만 맺은 상태다.)

     

    다섯 번째 정규 앨범 [333] 역시 다시금 물오른 그의 음악적 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비롯해 펑크(Funk), 일렉트로닉 등의 장르를 아우르며 팝적인 터치가 가미된 프로덕션은 여전하다. 그러나 전보다 훨씬 더 과감해진 사운드와 틀에 박힌 구성을 탈피한 전개가 매순간 허를 찌른다.

     

    Unconditional”, “333”, “Small Reminders” 등은 대표적이다. 세 곡 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독특한 질감의 신시사이저를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파트마다 적절하게 변주를 주어 듣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Small Reminders”는 팝 알앤비 사운드에서 베이스를 강조한 힙합 소울 트랙으로 변모하고, 후반부에서 다시 공간감을 강조한 PBR&B 사운드로 변하는 극적인 진행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더불어 초반부에 배치한 “Bouncin”을 얼터너티브 알앤비 사운드로 리믹스하고 구성을 바꾼 “Bouncin’, Pt. 2”를 후반부에 배치해 구성의 묘미를 챙겼다.

     

    장르의 전형을 따른 트랙들도 완성도가 뛰어나다. 가벼운 터치의 신스를 운용해 속도감을 살린 트랩 비트의 “X”, 은은하게 깔린 신스와 딜레이를 잔뜩 먹인 보컬로 공간감을 자아내는 PBR&B 트랙 “Angels”, 퓨처 펑크 사운드를 차용한 비트와 중독적인 후렴구가 귀를 사로잡는 “Undo (Back To My Heart”, 팝적인 터치가 가장 강한 업 템포 댄스 넘버 “Pasadena” 등은 대표적이다.

     

    주로 댄서블한 곡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침잠된 분위기의 트랙이 사이사이에서 강약을 적절히 조절해준다. 여기에 탁월한 멜로디 어레인지와 이를 살리는 노련한 퍼포먼스가 더해져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력이 유지된다.

     

    앨범은 연인과 헤어진 후 방황하다가 이를 극복하고 다시 나로서 당당히 살아가는 과정을 다룬다. 언뜻 보면 굉장히 평이한 스토리다. 그러나 독특한 단어 선택과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녹여낸 가사로 전형성을 살짝 피해 간다. 또한, 대상이 되는연인의 존재를 굉장히 모호하게 표현했다. 이는 티나셰가 양성애자라는 점을 은근슬쩍 드러내는 듯하다(*필자 주: 티나셰는 작년 8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본인이 양성애자라 밝혔다.).

     

    더 흥미로운 건, 이야기의 흐름이 변하는 “Undo (Back To My Heart)”부터다. 이별 후 잠시 방황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더는 감정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The Chase”, “Small Reminders”). 전형적인 클럽튠인 “Bouncin”을 그대로 가져와 자존감을 드러내는 뉘앙스로 바꾼 “Bouncin’, Pt. 2”도 심경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그간 티나셰가 겪은 일들을 떠올려보면, 일련의 과정이 메이저 레이블에서 떨어져나와 독립된 아티스트로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두 남동생인 콰이엇 차일드(Quiet Child)와 쿠드자이(KUDZAI)가 참여해 미련을 털어버리고 새 삶을 찾아 떠나는 마지막 트랙 “It’s Wrap”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티나셰가 화제의 중심에 있는 아티스트는 아니다. 성공적이었던 데뷔 이후, 꽤 오랫동안 부침을 겪었던 탓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가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그는 음악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주는 대신 한 가지 분야에 꾸준히 집중해왔다. 이제는 본인만의 음악 영역을 가진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333]가 그 결과물이다. 비슷한 음악을 하는 뮤지션은 많지만, 티나셰 같은 아티스트는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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