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콜 리뷰] 김신일 - Soul Soul Soul
- rhythmer | 2022-08-24 | 1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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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김신일
Album: Soul Soul Soul
Released: 2008-11-13
Rating:
Reviewer: 강일권
이른바 복고풍의 소울 음악을 일컫는 '레트로 소울(Retro Soul)'은 특정 시기에 유행한 음악 스타일과 무드, 그리고 사운드를 가리키는 추상적 개념에 가깝다. 주로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소울, 펑크(Funk)가 주요 대상이다.그동안 한국대중음악계에서도 종종 레트로 소울을 표방한 곡이 등장했다. 그러나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찾긴 어렵다. 겨우 손꼽을 정도다. 싱어송라이터 김신일의 데뷔 앨범 [Soul Soul Soul]은 그래서 각별하게 다가온다.
그야말로 레트로 소울 리바이벌의 집합체다. 과거의 소울 중에서도 그루브 넘치고 펑키한 프로덕션에 기반을 둔 음악이 즐비하다. 일견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과 알 그린(Al Green)의 영향이 느껴진다.
김신일은 레트로 소울의 특징 일부만 차용하거나 재해석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창법과 사운드의 질감을 비롯한 모든 부분에서 당대의 방식을 온전히 재현하는 데에 집중한 듯하다. 팝 발라드에 가까운 "여전히 넌..."과 "사랑 그 한마디가" 등의 곡에서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지긴 하지만, 이 정도면 절충안이라 할만하다.
첫곡 "Sunshine"부터 앨범의 제목('Soul Soul Soul')이 내포한 정체성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경쾌하게 흘러가는 리듬 파트가 그루브를 만들어낸 가운데, 적재적소에서 관악 세션이 어우러져 한껏 흥취를 끌어올린다. 김신일의 보컬은 또 얼마나 흥겨운가. 소울 특유의 내지르기로 문을 연 이후, 탄력 있게 나아간다. 뿐만 아니라 "Higher"와 "Beautiful"에서는 그의 능숙한 팔세토 창법이 감흥을 배가시킨다.
도톰한 드럼 사운드 위에서 서정적인 기타 리프가 기분 좋은 멜로디를 주조한 "To Be With You", 레트로 소울을 주요 성분 삼은 '90년대의 네오 소울을 연상케 하는 "Higher", 드럼과 관악 연주가 끈적하게 맞물려 가는 "Beautiful", 제임스 브라운 시대의 펑크를 충실하게 옮겨온 "Let's Go Crazy", 전통의 명가 스택스(Stax) 소울의 영향이 감지되는 "Feel This Music" 등등, 대부분의 곡에서 옛 소울에 대한 김신일의 진한 애정과 예리한 분석력이 돋보인다.
레트로 소울 앨범이 한국대중음악계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작에 들어가는 인력과 시간 대비 수익성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낮기 때문일 수도, 과거의 소울 음악을 온전히 구현할 수 있는 재능을 갖춘 아티스트가 적기 때문일 수도, 애초에 전통적인 소울에 관심 있는 아티스트나 리스너가 드물기 때문일 수도 있다.
[Soul Soul Soul]은 이 같은 현실을 딛고(?) 세상에 나왔으니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술했듯이 상황이 빚은 신파에 기댄 결과물 따위가 아니다. 국내에서 정말 접하기 어려운 레트로 소울 리바이벌 앨범이며, 한국 알앤비/소울 역사에 선명하게 기록해야 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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