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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Joey Bada$$ - 2000
    rhythmer | 2022-09-05 | 1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Joey Bada$$
    Album: 2000
    Released: 2022-07-22
    Rating:
    Reviewer: 황두하









    2010
    년대 초반 힙합 씬의대세는 트랩이었다. 미국 남부 애틀랜타(Atlanta)를 중심으로 2000년대부터 유행한 트랩은 2010년대에 이르러 메인스트림을 지배하는 사운드가 됐다. 뉴욕 출신의 신예였던 에이셉 락키(A$AP Rocky) 같은 아티스트도 트랩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래서 같은 시기에 등장한 조이 배드애스(Joey Bada$$)와 그의 크루 프로 에라(Pro Era)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브루클린 출신의 이들은 뿌리를 잊지 않은듯 텁텁한 붐뱁 프로덕션을 기반으로 젊음의 패기가 넘치는 랩을 선보였다. 2012년에 발표한 조이의 첫 공식 믹스테입 [1999]는 이들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준 결과물이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조이는 세 번째 정규앨범 [2000]을 발표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1999]의 후속작이다. 그에 걸맞게 전곡을 붐뱁 비트로 꽉 채웠다. 트랩 넘버 “Devastated”를 리드 싱글로 내세웠던 전작 [All-Amerikkkan Bada$$](2017)와는 대비된다.

     

    스테틱 셀렉타(Statik Seletah), 척 스트레인저스(Chuck Strangers), 커크 나이트(Kirk Knight) 등 오랜 시간 조이와 함께한 프로듀서들이 참여하여 [1999]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완성도 면에서 업그레이드됐다.

     

    스테파니 밀스(Stephanie Mills) “Something In The Way (You Make Me Feel)”을 샘플링한 후렴구가 인상적인 “Make Me Feel”,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코러스와 느릿느릿한 드럼 라인이 어우러진 “Where I Belong”,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혼 사운드 위로 웨스트사이드 건(Westside Gunn) 특유의 애드립이 흥을 돋우는 “Brand New 911”까지 이어지는 초반 구간은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이밖에도 마이크 윌 메이드 잇(Mike Will Made It)이 주조한 가벼운 질감의 미디엄 템포 트랙 “Cruise Control”, 맨 아이 트러스트(Men I Trust) “Show Me How”를 샘플링한 달콤쌉싸름한 러브송 “Show Me” 등등, 트랙마다 각각의 개성이 드러나는 지점도 특기할 만하다. 전부 붐뱁에 기반을 둔 덕에 사운드적으로 일관성도 느껴진다.

    조이의 랩도 물이 올랐다. 전작 이후 무려 5년 만에 발표하는 앨범이지만, 공백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라임을 촘촘하게 배치해 타이트하게 뱉어내다가도 어느새 여백을 두어 그루브를 느끼게 하는 솜씨가 경지에 올랐다. 특히 “Where I Belong” “Brand New 911”에서 발음을 씹으며 느릿하게 박자를 타는 래핑은 어느새 10년 차 베테랑이 된 조이의 랩이 일정 경지에 이르렀음을 느끼게 한다.

     

    첫 곡 “The Baddest”에서 앨범의 포문을 여는 것은 디디(Diddy). 그는 오랜 힙합 팬이라면 알 수밖에 없는 배드 보이 레코즈(Bad Boy Records)의 유명한 구절 ‘Now as we proceed, To give you what you need’를 외치며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마치 조이가 뉴욕 힙합의 적자임을 천명하는 듯하다.

     

    나스(Nas)가 깜짝 등장해 조이를 멋지게 소개하는 “Cruise Control”의 아우트로(Outro)도 비슷하다. 조이 역시누가 최고의 MC? 켄드릭, 조이, 그리고 콜 / Who the best emcees? Kenny, Joey and Cole’(“The Baddest”) 같은 가사를 통해 자신감을 적극적으로 표출한다.

     

    10년 차 래퍼의 여유와 자기과시로 전반부를 할애한 것과 다르게 “Show Me”부터는 진지한 면이 부각된다. 고 엑스엑스엑스텐타시온(XXXTentacion)과 생전에 함께 작업했던 순간을 떠올리는 “Head High”와 일찍 생을 마감한 프로 에라의 고 캐피톨 스티즈(Capital STEEZ), 사촌 주니어 비(Junior B)를 추억하는 “Survivors Guilt”에 이르러 감정의 파고가 거세진다.

     

    특히 “Survivors Guilt”에서 긴 시간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던 캐피톨 스티즈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순간은 가슴이 먹먹해진다. 프로덕션적으로도 데이브 홀리스터(Dave Hollister)“One Woman Man”이 샘플링되어 애잔한 무드가 극대화됐다. 그래서 과거를 기반 삼아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태도가 드러난 마지막 트랙 “Written in the Stars”가 끝나면 잔잔한 감동이 남는다. 다시 한번 등장하여 앨범을 마무리 짓는 디디도 감흥을 더하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혈기 왕성했던 10대의 조이 배드애스는 30대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어느덧성숙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시기가 된 것이다. 그 증거가 바로 [2000]이다. [1999] 때의 패기와는 다른 완숙미가 느껴진다. 최초에 그를 주목하게 했던 스타일로 돌아와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점도 고무적이다. 등장 때부터 조이에게 기대했던 정규 결과물을 10년이 지나서야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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