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콜 리뷰] Jill Scott - Beautifully Human: Words And Sounds Vol. 2
- rhythmer | 2023-01-27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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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Jill Scott
Album: Beautifully Human: Words And Sounds Vol. 2
Released: 2004-08-31
Rating:
Reviewer: 김효진
생각은 반드시 곡해된다. 언어는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일 뿐 고스란히 보여주는 수단은 아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떠오른 걸 최대한 곡해하지 않는 방법의 하나는 표현의 도구를 여럿 가지는 것이다. 적재적소한 단어로 글을 쓰는 동시에 머릿속의 추상적인 파동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식으로 말이다.그 모든 과정은 내면세계를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막연한 생각을 다양한 도구로 표현하는 사람은 그만큼 구체적인 세계를 내재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구체적으로 짜인 세계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질 스캇(Jill Scott)은 그런 맥락에서 굳건한 세계를 가진 아티스트다. 시인으로 활동한 바 있고, 소울, 힙합,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그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다.
2004년에 발매한 두 번째 정규작 [Beautifully Human: Words And Sounds Vol. 2]는 스캇이 앞으로 그만의 글과 음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펼칠 것인가를 보여주는 서막이었다. 그는 앨범에서 주체적 인생을 찬미한다. 스캇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Golden”이다. 자유를 누군가에게 허락받지 않고, 취할 수 있어서다.
이러한 주체성은 다른 곡에서도 드러난다.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면서도 중심은 언제나 ‘나’다. 사랑 고백 또한 ‘무엇이 되든 두렵지 않다(“I’m Not Afraid”)’는 식으로 서술하고, 사랑을 전하는 태도 또한 능동적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줄 수 있다(“Talk To Me”)거나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Whatever”)고 말하며 연인에게 해줄 수 있는 걸 서술하는 식이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태도는 다채로운 프로덕션과 만나 더욱 빛을 발한다. 스캇은 앨범 발매 당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의 영혼을 진정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영혼이 역동적이고 들떠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를 증명하듯 다양한 장르를 차용하여 역동적인 음악 세계를 들려준다.
드럼 비트와 브라스 사운드가 촘촘히 자리를 채우고 콘트라베이스와 드럼의 조화로 풍부하게 완성한 재즈풍의 “Talk To Me”, 기타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워 차분한 무드를 구축한 “My Petition”까지 무드와 장르를 넘나들며 음악적 역량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불어 힙합 작법을 통해 음악 세계를 축조하기도 했다. 샘플링을 통해서다. 알앤비 그룹 더 에스코츠(The Escorts)의 "Look Over Your Shoulder"를 샘플링한 멜로디 위에 레트로한 질감의 사운드를 녹여 완성한 “Family Reunion”과 배리 화이트(Barry White)의 "Mellow Mood (Pt. 1)"을 샘플링하여 어두운 분위기로 여과시킨 “Rasool”이 그렇다. 기존 곡의 무드를 아예 놓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탁월하게 드러낸다.
[Beautifully Human: Words And Sounds Vol. 2] 발매 이후, 질 스캇은 시집을 발간했다. 더불어 다양한 음악을 꾸준히 발표하며 가치관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2011년에 발표한 “Womanifesto”의 가사처럼 그는 여전히 자신만의 리듬으로 인생을 탐구한다(“I have a rhythm in my ways And a practice in my seek”). 본인이 가진 표현의 도구-글과 음악-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는 듯하다. 질 스캇의 음악이 쉽게 무너질 수 없는 이유이자 오래도록 기억되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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