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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RM - Indigo
    rhythmer | 2023-02-02 | 6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알엠(RM)
    Album: Indigo
    Released: 2022-12-02
    Rating:
    Reviewer: 김효진









    [Indigo]
    에서는 알엠(RM)의 두 가지 욕구가 드러난다. 첫째, 인간 김남준(*필자 주:RM의 본명)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다는 욕구. 첫 트랙 “Yun”부터 그렇다. 고 윤형근 화백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첫 트랙은 일종의 선언문처럼 들린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이자 선언문.

     

    생전 인터뷰에서작품이란 그 사람의 흔적이고 분신이니 그대로 반영된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윤형근 화백은 작품 이전에 작가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그런 맥락에서 윤 화백의 내레이션은 알엠의 욕망이 투영된 결과로 다가온다. ‘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목적이니죽을 때까지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하겠다는 욕망 말이다.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는 욕망을 실천하고자 하는 움직임, 그리고 그런 가운데 나타나는 방황, 또는 발버둥이다. 전개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BTS의 음악에서도 빈번하게 드러났던 키워드다. 그래서 한편으론 조금 피로하게 느껴지지만, 구성미가 이를 상쇄한다. 유기성이 탁월하다.

     

    [Indigo]의 전체 내러티브는 첫 트랙 “Yun”에서 선포한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처럼 짜였다. 이를테면, 정물화를 뜻하는 “Still Life”여전히 삶으로 해석해또 피워 나의 꽃을이라 노래하기도 하고, “All Day”에서는진짜 나를 찾고 있다고 말한다. 삶 속에서 문득 마주하는 외로움과 고독함을 그리기도 하고(“Lonely”), ‘나를 나로 하게 하소서라 기도하기도 한다(“들꽃놀이”).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은 명쾌하다. ‘를 잃지 않으며 살 것. 그래서일까? 다양한 참여 진은 양가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일부 곡에서는 참여 진이 진정성을 해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의 이야기를 누군가 대신 해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반면 답을 일러주는 듯한 곡에서는 참여진의 존재가 타당하게 다가온다. 음악에도 조화롭게 녹아든다. 김사월의 담백한 보컬이 어릴 적 맡던 풀냄새를 상기시키는건망증과 담담한 박지윤의 목소리가더는 뒤돌아보지 마라며 답을 일러주는 것만 같은 “No. 2”가 그렇다.

     

    알엠의 또 다른 욕구는 내재한 음악 스펙트럼을 내보이는 것이다. 그는 힙합으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BTS 내에서의 포지션 또한 래퍼다. 알엠이 솔로 앨범을 낸다고 알렸을 때, 온전히 힙합으로 채워진 앨범일 거로 예상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예상을 조금 빗나간다. [Indigo]는 하나의 전시장이고, 그가 영향받았던 뮤지션들을 모아 큐레이터 역할을 하고 싶었다던 그의 말처럼 다채로운 장르가 넘실거린다.

     

    그래서 곡마다 프로덕션이 두드러진다. 완성도 또한 뛰어나다. 에리카 바두(Erykah Badu)가 참여하여 네오 소울의 향이 첨가된 “Yun”부터 앤더슨 팩(Anderson .Paak)의 참여로 펑키한 그루브가 완성된 “Still Life”, 미니멀한 기타 사운드의 포크 곡건망증등 부족함 없는 곡이 연달아 이어진다. 일렉 사운드가 깨어지고 흩어지다 건반 사운드가 분위기를 환기하는 “Change Pt. 2”도 귀를 사로잡는다.

     

    마치김남준이라는 주제로 엮인 앤솔로지(anthology)를 읽는 것 같다. 기량이 뛰어난 작가들의 참여 덕에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앤솔로지처럼 순서와 관계없이 무작위로 곡을 플레이해도 일정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곡들이 수록됐다.

     

    , 서사 측면에서 일관성을 손에 쥐고 전면에 존재감을 드러내던 알엠이 일부 곡에서는 뒤에 자리하는 것처럼 느껴져 아쉽다. 다양한 장르가 각자의 흐름으로 파도치는 것과 달리 알엠의 퍼포먼스는 다소 무난한 탓에 일정 수준의 안정감을 주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파도에 따라 퍼포먼스에서의 변주가 가미되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두 개의 욕구가 [Indigo]를 가로지르는 것처럼 두 개의 감흥이 일어난다. 내러티브 측면에서 감상하면 아티스트 알엠이 어떤 사람인지 빼곡히 적혀 있는 것만 같고, 프로덕션 측면에서 바라보면 알엠의 역할은 단순히 관망자 같다. 어디에 중심을 두고 청취하는지에 따라 감상이 달라지는 이유다.

     

    그럼에도 [Indigo]를 반복하여 듣게 되는 것은 일관된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진실한를 찾고자 하는 욕구. 윤형근 화백의 말처럼 꾸준히 진실을 좇는 사람의 품격은 작품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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