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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콜 리뷰] Deltron 3030 - Deltron 3030
    rhythmer | 2023-03-02 | 3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Deltron 3030
    Album: Deltron 3030
    Released: 2000-05-23
    Rating:
    Reviewer: 장준영









    음악계에서 얼터너티브(Alternative)는 하나의 흐름을 가리키는 중요한 용어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양산된 음악을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으로 지칭한 점이 대표적이다. 기존 록에 대한 일종의 반발과 관성이 작용하며, 태도와 정신은 물론이고 프로덕션에서도 다소 상이한 음악이 등장했다. 너바나(Nirvana), 펄 잼(Pearl Jam),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가 이 시기에 나온 밴드다.

     

    힙합에도 얼터너티브가 적용된다. 어느 순간부터 장르의 구분이 모호하며, 작법과 형식에서 차이가 있고, 실험적이면서 예측하기 힘든 스타일과 프로덕션이 등장했다. 대안적인 힙합이 상당수 나타나면서 이를 부르기 위한 용어가 새롭게 필요했고, 얼터너티브 힙합(Alternative Hip Hop)으로 지칭하기 시작했다. 

     

    대중에게 익숙한 예(Ye)와 키드 커디(Kid Cudi)는 얼터너티브 힙합의 대명사와 같은 아티스트이며, 런 더 쥬얼스(Run the Jewels)의 주축인 엘피(El-P), [Deadringer](2002)로 이름을 알린 알제이디투(RJD2) 또한 이 계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티스트다. 점차 장르를 넘나드는 시도가 늘어나면서, 해당 범주에 속하는 이름은 나날이 늘어간다. 그중 델트론 서티서티(Deltron)도 단연 놓쳐선 안 되는 팀이다. 

     

    프로듀서 댄 디 오토메이터(Dan the Automator), 래퍼 델 더 펑키 호모사피엔(Del the Funky Homosapien), 디제이 키드 코알라(Kid Koala)가 모인 이 팀은 새천년의 출발점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미래 지향적이고 임팩트 강한 작품을 발표했다. 그룹명과 동일한 [Deltron 3030]. 

     

    앨범은 가상의 디스토피아 세계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델트론 제로(Deltron-Zero)와 오토메이터(the Automator)라는 두 인물이 등장하여 3030년을 다양하게 표현한다. 마치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1982) [공각기동대](1995), [아키라](1988)가 떠오를 정도로 구체적이고 생생한 묘사를 통해 희망 없는 우울한 미래의 모습을 스케치한다.

     

    인트로 이후의 첫 곡 "3030"부터 이야기는 분명하다. 프랑스 작곡가인 윌리엄 셸러(William Sheller) "Introit"를 샘플링하여 어둡고 웅장하면서 비장한 무드를 자아냈다. 그 위로 펼쳐진 가사는 맥을 함께 한다. 우주까지 뻗은 삶에 기계와 기술이 발전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문명이 위협받는 듯 혼탁한 삶이 그려진다. 

     

    '세상의 절반이 사막이지만, 식인종들은 디저트로 인간의 뇌를 먹지, 깊은 먼지 속에 버려져 기동성은 잃고, 난 대재앙을 위해 그들의 코드를 입력해 / While half the world's a desert, Cannibals eat human brains for dessert, Buried under deep dirt, mobility inert, I insert these codes for the cataclysm'

     

    새 시대는 현재에도 넘치는 불평등과 차별이 유효한 것처럼 그려진다. 부와 권력, 인종, 종교, 취향에 따라 박해받는다. 델 더 펑키 호모사피엔은 미래의 변하지 않은 세상을 고발하며, 당대를 은유적으로 비판한다. 흑인이자 래퍼로서 맞이하는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내고("Madness", "Time Keeps On Slipping"), 무질서하고 폭력적인 장면을 그리며("Turbulence (Remix)"), 변화하지 못하는 세상을 바라보며 한탄하고 비판한다("Memory Loss"). 현실을 뒤집고자 바이러스를 배포하고 퍼뜨리려는 "Virus"는 어쩌면 그들이 심정적으로 가장 바라는 순간인 것만 같다.

     

    [Deltron 3030]의 세계를 만나보면, 다소 비현실적인 듯한 내용이 끊임없이 등장한다고 느끼기 쉽다. 그럼에도 설득력 있게 들리는 건 온전히 델 더 펑키 호모사피엔의 능력 덕분이다. 마치 출렁거리는 물결처럼 밀고 당기는 듯한 플로우에 쉼 없이 마디마디를 쏟아낸다. 동시에 한 시간이 넘는 볼륨에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풍성한 소재와 묘사하는 방식이 맛을 더한다. 

     

    특히 단어 사용이 몹시 탁월하다. 미래와 걸맞은 무드가 묻어나도록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팔이 셋인 사이보그('cyborg with 3 arms'), 레이저, 매트릭스(matrix), 복제 인간이 대표적이다. SF 소설에 나올법한 기술을 언급하고, 우주선과 여러 행성, 외계인을 등장시켜 우주 시대의 이미지도 전달한다. 

     

    또한 데이터베이스(Database), 렌더링(Rendering), 하드 드라이브(Hard Drive),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디지털 프로젝터 교수('digital projector professor') 등등, IT 분야의 용어를 맥락에 맞게 촘촘히 배치한 점도 놀랍다. 그중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Java)의 미래를 예측한 부분('java+++')처럼 배경지식이 있다면 흥미로운 포인트까지 즐비하다.

     

    트랙 간 배치된 인터루드(Interlude)와 스킷(Skit)의 활용도 뛰어나다. 긴 러닝타임의 곡이 끝날 때마다 무드와 내용을 이어갈 수 있도록 유사한 사운드와 메시지를 드러내는가 하면, 한편으론 방향성을 뒤집는다. 흐름을 전환하는 방식 역시 영리하다. 급작스럽게 20세기 고전 영화를 추천하는 시간을 편성하고("National Movie Review"),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말을 늘어놓으며("New Coke"), 외계인에 대한 공포를 짧게 드러내기도 한다("The News (A Wholly Owned Subsidiary of Microsoft Inc.)"). 물론 새로운 이야기에 3030년의 풍경이 그려지도록 단어와 표현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델 더 펑키 호모사피엔이 관념에만 존재하던 3030년을 설득력 있게 구체화했다면, 댄 디 오토메이터는 이 세계에 소리를 완벽히 주입해냈다. 웅장하고 기괴하며 오묘한 듯한 무드를 그득 채워 넣었다. "Virus"에선 묵직이 깔린 붐뱁 비트에 귀를 찌를 듯이 날 선 일렉트릭 기타 리프가 랩 사이로 틈입한다. 벌스(Verse)의 사이엔 이펙터로 사운드를 증폭시키고, 키드 코알라의 스크래칭이 프로파간다 적인 내레이션 샘플을 왜곡시켜 기괴한 미래 이미지를 강하게 풍기도록 한다.

     

    "Positive Contact" "Madness"에선 마치 외계 생물에서 들릴 법한 노이즈를 반복적으로 등장시키며, "Time Keeps On Slipping"엔 데이먼 알반(Damon Albarn)을 기용하여 여러 악기 사이로 가녀린 가성을 통해 음침한 분위기를 낳는다.  특히 탁출한 샘플링이 장르적인 묘미를 극대화한다. , 포크, 재즈, 라틴 팝, 힙합 등등, 시대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소스를 끌어왔다.

     

    퍼피 패밀리(The Poppy Family)와 데 라 소울(De La Soul)의 곡이 나열되다가도 조니 올리보(Johnny Olivo)나 보니 돕슨(Bonnie Dobson)의 목소리가 사용된다. 찰나를 포착한 샘플부터 긴 후렴구까지 수많은 소리가 뒤섞이지만, 모든 요소가 하나로 엮이면서 제 기능을 다한 덕에 난잡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보이스 샘플 선택도 훌륭하다. 핵전쟁에 대한 주장을 펼치는 [Nuclear War 1984?](1976)에서 필요한 음모론을 추출하는가 하면, [스타 트렉, Star Trek] 오디오 시리즈에서 SF의 느낌을 직접적으로 차용한다. 게다가 [Sesame Street: My Name Is Roosevelt Franklin](1971)에서의 밝고 경쾌한 "Days of the Week"를 전혀 다른 스타일과 분위기의 트랙에 이물감 없이 녹여냈다.

     

    [Deltron 3030]은 흔히 랩 오페라(Rap Opera)라는 단어로 설명되곤 한다. 마치 오페라처럼 웅장하고 경이로운 퍼포먼스에 강력한 서사로 긴 호흡을 이끌기 때문이다. 과도하고 난잡할 수 있었던 컨셉은 오히려 델 더 호모사피엔에겐 기회였다. 개성 강한 랩 스킬에 비범한 어휘력과 표현 방식으로 무장한 그에겐 제한 없이 상상력과 역량을 폭발시킬 수 있는 촉매와 같았다.

     

    댄 디 오토메이터가 완성한 최고급 프로덕션도 랩 오페라에 부합한다. 장대한 세계관에 어울리는 극적인 전개와 치밀한 구성, 정교한 샘플링이 압권이다. 그리고 키드 코알라의 스크래칭과 커팅(Cutting)은 끊임없이 틈입하여 소리를 훨씬 역동적으로 이끈다. 

     

    힙합의 생명이 반세기를 넘어간 시점에서 세 사람이 만든 가상의 현실은 여전히 흔하지 않고 귀중하다. 델트론 제로와 오토메이터의 3030년이 실제로 도래했을 때, 정말로 이 팀이 그린 정경과 유사할까? 그 누구도 미래를 쉽게 예측하긴 어렵겠지만, 하나만은 확실하다. 이 걸작이 갖는 가치만큼은 3030년이 되더라도 훼손되지 않고 유효할 것이라는 점이다. [Deltron 3030]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클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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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rlee (2023-03-06 22:41:20, 116.126.28.***)
      2. 힙합의 생명이 반세기를 넘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쿨 허크의 파티가 73년에 시작했다고 하네요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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