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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Adi Oasis - Lotus Glow
    rhythmer | 2023-03-29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Adi Oasis
    Album: Lotus Glow
    Released: 2023-03-03
    Rating:
    Reviewer: 김효진









    이름을 바꾸는 행위는 새 삶을 향한 갈망이다. 이전 이름에 쌓인 관계들을 털고 새로이 불린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 안에 소망을 심기도 한다. 다양한 색을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로 설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같은. 그런 맥락에서 개명은 더욱 주체적인 삶을 살겠다는 표명이나 다름없다.

     

    베이시스트이자 알앤비/소울 아티스트 아디 오아시스(Adi Oasis)는 새 이름과 함께 새로운 삶을 표명하기에 앞서가 누군지 이야기한다. 그는 카리브 지역 출신이자 프랑스인이며,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이주민이고, 흑인이면서 여성이다.

     

    아델라인(Adeline)이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여럿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Lotus Glow]에 풀어낸 이야기는 조금 낯설다. 여성으로서, 흑인으로서, 이주민으로서, ‘로서의 이야기를 소상히 풀어내고자 하는 의지가 전보다 더 곳곳에 묻어 있다.

     

    그렇기에 앨범 속 이야기가 조금은 정치적으로 보일 수 있다.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원 대법관 커탄지 브라운 잭슨(Ketanji Brown Jackson)에게 영감받은 “Red To Violet”과 이주민들에게 용기를 북돋는 “Get it Got it”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디 오아시스가 겪은 삶의 한 줄기이기 때문이다. 가장 사사로운 이야기를 꺼냈을 때 다수의 보편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법이다. 아디는 그 지점을 명확히 행한다.

     

    자기 뿌리인 할머니의 이름으로 제목을 지은 “Sidonie”도 인상적이다. 그는 낯선 땅에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불어를 사용했을 것이고, 현재는 영어를 사용한다. 따라서 할머니인 시도니(Sidonie)에게내가 누구인지영어가 아닌 불어로 묻는 가사는 꽤 구체적인 상황을 그리게 한다(‘Tell me Sidonie / Dis-moi qui je suis’). 타 언어의 사용이 노랫말에 더 몰입할 수 있는 장치로 역할 하는 것이다.

     

    14곡이 수록된 [Lotus Glow]는 감상 시간이 짧지 않은 앨범이다. 그럼에도 끊지 않고 감상하게 하는 힘이 있다. 프로덕션 덕분이다. 베이스 라인만으로 집중시키는 첫 곡 “Le départ”부터 브라스로 산뜻한 바이브를 녹인 “Serena”, 기타와 브라스가 어우러져 펑크(Funk)가 지닌 시원함이 느껴지는 “Adonis”와 리드미컬한 드럼 비트가 느긋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Naked”, 베이스 소리가 도드라지는 소울 곡 “The Water”까지, 이야기를 쌓아 올릴 발판인 프로덕션을 단단히 닦아 세워 놓았다.

     

    참여 진은 아디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 “Naked” 도입부부터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낸 네덜란드의 싱어송라이터 레벤 칼리(Leven Kali)는 남녀 관계를 그리는 노랫말과 맞물려 전체적인 곡의 분위기를 잡는 역할을 하고, 자밀라 우즈(Jamila Woods) 또한 “Red To Violet”에 목소리를 더해 아디가 나아가고자 하는 여정에 함께하는 동행자처럼 보인다.

     

    특히 “Adonis”는 참여 진의 역할이 중추가 된다. 보컬 퍼포먼스가 탁월하게 어우러진 것은 물론, 구체적인 상황을 그렸지만, 커비(Kirby)의 참여로 더욱 보편적이고 넓게 해석이 가능해서다. 상황은 이렇다. 친구가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고민한다. 그 친구에게 조언을 건넨다. 나쁜 년(‘Bad Bitch’)이 되어 관계를 끊으라고.

     

    이러한 상황을 서술하는 대화 방식이 흥미롭다. 아디 오아시스가 건네는 말의 ‘you’를 커비가 ‘I’로 바꾸어 노래하는 식이다. 누군가 아디의 말을 받지 않고 ‘you’를 그대로 두었다면, 아마 이 곡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조언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이럴 경우 거부감이 드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조언의 청자를 구체적으로 설정한 덕분에 듣는 이가 상황을 관망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오히려 상황에 더욱 이입하게 된다. 결국 특수한 상황 속 한 사람이 아닌 연인 관계를 고민하는 여성 모두를 위한 곡으로 치환된다.

     

    아디 오아시스는 굴곡이 많았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에 애써야 했던 자신의 인생이 꼭 진흙 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마냥 묻히지 않고 헤쳐 걸어 나와 그 진흙 속에서 겪었던 일들을 꽃잎으로, 그 꽃잎들을 꽃봉오리로 만들어 하나의 빛(Glow)을 뿜어낸다. 연꽃(Lotus)은 진흙 속에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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