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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나비99 - Cruel Winter
    rhythmer | 2023-07-05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나비99(Navi99)
    Album: Cruel Winter
    Released: 2023-05-03
    Rating:
    Reviewer: 황두하









    힙합에서집단이 가지는 힘은 크다. 레이블, 크루, 팀 등 다양한 명목아래 뭉쳐서 개인으로 활동할 때보다 큰 시너지 효과를 낸다. 사례는 수없이 많다. 무브먼트(Movement)부터 최근의 서리(30)까지. 이들은 집단과 개인의 개성이 어우러진 음악으로 장르 팬에게 어필해왔다.

     

    신생 크루 중에는 나비99(Navi99)를 주목할만했다. 영상 감독, 프로듀서, 래퍼, 보컬 등등, 다양한분야의 아티스트가 모여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보컬 헤세(HESSE)의 목소리와 기타만으로 단출하게 진행되는 첫 곡 “Nicco’s complex”부터 호전성을 드러내는 힙합 곡 “war war war”로 이어지는 분위기의 낙차는 크루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프로덕션이다. 멤버인 투에스엘(2SL)과 엠피티(mpt)가 주도했다. 힙합에 기반을 두었으면서도 얼터너티브 음악의 요소가 가득 섞였다. 빠르게 내달리는 808드럼,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기운을 풍기는 소스가 중간중간 치고 나와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war war war”, 독특한 보이스 소스가 어지럽게 난장을 펼치는 “Navang”, 중반부의 일렉트릭 기타 연주가 격정적으로 치닫는 “We are” 등등, 인상적인 순간이 꽤 펼쳐진다.

     

    특히 후렴에서 비트를 아예 바꾸는 “Navang”과 극적인 진행이 감정선을 그리는 “We are”처럼 변주와 사운드 연출에서 구성적 재미를 더한 것이 흥미롭다. 앨범 전체적으로도 헤세의 두 곡(“Nicco’s Complex”, “We are”)이 처음과 중간에 배치되어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구성이 이루어졌다. 곡과 앨범이 구조적으로 유사한 덕분에 일관성이 느껴진다.

     

    그러나 단순한 루프가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는 “Kawasaki”, 808드럼과 일렉 기타의 조합이 다소 성긴 “Bud”는 안이한 사운드 탓에 지루하게 다가온다. 그중에서도 마지막에 배치된 “Bud” “Tri99er”까지 쌓아올린 긴장감을 단숨에 무너트려 앨범이 엉성하게 끝나버린다.

     

    멤버들의 설익은 퍼포먼스도 감흥을 깎는 요인이다. 디지털 가공한 매력적인 톤으로 유려하게 플로우를 이어가는 시월(cwar)을 제외하면, 대부분 딱딱하고 어색한 플로우로 일관한다. 라임을 빼곡하게 채워 넣고 신인으로서의 포부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가사는 인상적이다. 다만, 이를 퍼포먼스로 살려내지는 못했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서리(30)의 멤버들과 비교해 보면 이러한 단점은 더욱 선명해진다. “Kawasaki”에서 디젤(dsel)이 등장하는 순간 답답함이 해소되고, “Tri99er”에서는 쿤디판다(Khundi Panda)가 하이라이트를 가져간다. 헤세의 보컬도 비장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이상의 감흥을 느끼기 어렵다.

     

    나비99 [Cruel Winter]를 통해 멀게는 불한당(‘불한당의 의지 이제 99’ oblige’ - “Tri99er”)부터 가깝게는 서리(‘서리 x 99 9파토 아스팔트 사보타주’ - “Navang”)까지를 롤모델로 삼으며 출사표를 내던졌다.

     

    비록, 아쉬운 부분이 뚜렷하지만, 상이한 사운드를 오가는 연출과 패기 넘치는 태도는 인상적이다. 그리고 새로운 집단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감상의 시간이 헛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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