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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빈지노 - Nowitzki
    rhythmer | 2023-07-12 | 46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빈지노(Beenzino)
    Album: NOWITZKI
    Released: 2023-07-03
    Rating: 
    Reviewer: 남성훈









    엔데믹(endemic) 시대에 접어들자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국 힙합 아이콘들이 컴백하고 있다. 정규 앨범을 들고서. 랩스타 빈지노(Beenzino)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12] 이후, 무려 7년 만에 새 앨범 [NOWITZKI]를 발표했다.

     

    프로듀서 시미 트와이스(Shimmy Twice)와 함께한 재지팩트(Jazzyfact)의 데뷔작 [Lifes Like]부터 빈지노는 한결같았다. 구김살 없이 청량한 청춘의 모습과 이를 담아내는 시간이라는 그릇, 그리고 젊은 예술가의 야심을 더한 모습은 컨셉이나 기믹과는 다른 생생함이 있었다.

     

    한국 정서가 기저에 깔렸지만, 평범함과는 거리를 둔 가사가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시에 그를 새로운 선망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물론 힙합이 지닌 멋의 정수를 선보인 래핑과 음악이 시너지를 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정규 앨범을 내기까지의 긴 시간과 그 사이에 겪은 군 생활과 결혼이라는 삶의 분기점은 빈지노를 둘러싼 아우라를 꺼지게 할 요소가 될 수도 있었다. 30대 중반의 나이와 한국 사회에서 남자를 철들게 한다고 여겨지는 대표적인 생애 이벤트는 그가 뿜어냈던 에너지와 얼핏 대척점에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비웃듯 빈지노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결과물을 내놓았다.

     

    [NOWITZKI]는 마치 앨범이라는 스펀지로 빈지노가 겪은 그동안의 시간을 흡수하여 머금은 느낌이다. 펼쳐지는 풍경은 더러 모호해졌고, 태도엔 나른한 여유가 가득하지만, 그 사이로 짚어내고 선별한 삶의 가치는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스며든다. 이런 변화가 감상의 방향을 바꾸기는커녕 그를 규정하던 고유한 매력에 성숙함과 생명력을 더하고 있어 흥미롭다.

     

    대담하고 재치 있는 빈지노 특유의 가사가 담긴 "Stinky Kiss (Intro)”를 시작으로 “Monet”은 화가의 이름을 빌려 예술가의 삶을 표현했던 “Dali, Van, Picasso”가 떠오르고, “여행 Again” “Sandman”은 각각 “We are going to” “Aqua Man”의 연장선으로 느껴진다. 대중적 접근성은 이전보다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과하지 않게 세월을 품은 가사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즐거움을 준다.

     

    여전히 빈지노의 색깔이지만, 새로움 또한 가득하다. 하룻밤 야영으로 군 생활 전부를 담아낸 “Camp”와 기억의 조각들을 엮은 “Change”에서 과거를 아련하게 그려내는 방식과 [12]를 열었던 “Time Travel”의 유쾌함을 자연스레 비교하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게스트의 활용을 포함한 구성과 앨범의 전개 역시 그간 빈지노의 앨범 중 가장 탁월하다. 특히 “Dope As (Interlude)”에서 앨범의 중반을 연 오이글리(oygli) “Coca Cola Red”에서 25초간 뱉은 랩은 [NOWITZKI]는 물론 최근 몇 년 간의 한국 힙합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피처링이라 부를만하다.

     

    빈지노는 어느 때보다 즉흥적이고 때로는 능글맞은 기운의 변칙적인 플로우로 앨범 전체를 하나로 엮는다. 새로운 버전으로 수록한 “Trippy”는 그 정점이다. 전혀 산만하지 않게 모든 비트와 합을 맞춘다. “Sanso (Interlude)” 이후, 싱잉 랩 중심의 후반부로 자연스레 넘어가 감흥의 폭을 넓히며 마무리 짓는 구간도 강점이다.

     

    프로듀서 진은 다채롭다. 현재 한국 대중음악의 가장 핫한 프로듀서인 250을 포함하여 다수의 프로듀서가 참여해 각자의 색을 녹여냈다. 그럼에도 프로덕션의 무드는 하나로 귀결된다. 곡 대부분에 편곡자로 참여한 빈지노의 음악적 확신과 감각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세련된 사운드 소스로 만든 이색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주는 이물감, 그 사이를 관통하는 어쿠스틱 연주와 멜로디는 빈지노의 괴짜 같은 가사에 진심과 낭만을 풍성하게 채워준다. 앨범이 끝나면 전에 없는 진한 여운이 감도는 것도 이 덕분이다.

     

    [NOWITZKI]는 빈지노가 힙합 음악의 힘으로 청춘 아이콘이자 힙스터들의 힙스터로 불린 배경을 다시금 확인해주는 앨범이다. “Always Awake” 같은 청춘 찬가를 다시 만들고 불러서가 아니다. 그가 지닌 고유한 가치를 알아보고 표현할 줄 아는 아티스트라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빈지노는 고달픈 한국 사회의 청년들에게 청춘의 긍정적 가치를 부각했던 인물이다. 그리고 [NOWITZKI]에서는 여전히 젊지만, 새로운 단계를 맞이한 이들에게 삶의 아름다움을 잊지 말라는 이야기를 슬쩍 건네는 듯하다. 물론 이번에도 가장 개인적인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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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수민 (2024-04-19 19:11:53, 116.121.209.***)
      2. Nowitzki>24:26
      1. ifrita (2023-09-06 21:46:53, 118.235.4.***)
      2. 머리로는 존나 잘 만든 앨범인건 알겠는데 그래서 좋아? 인생 앨범이야? 꽂히는 트랙은 뭐야? 라고 물어보면 글쎄…인 느낌. 듣고나서 남은게 없음.
      1. 안녕ㅇㅇ (2023-08-10 15:26:23, 211.108.240.***)
      2. 근데 24:26이 4.5점 급인가... 24:26으로 힙합을 입문하고 리셀로 비싸게 앨범 살 정도로 애정이 있는 앨범인데 솔직히 완성도나 앨범의 유기성 면에서 명반 반열인 킁,누명,에넥도트,lifes like,korean dream 등등에 들어가면 밀리는 거 같은데..난 오히려 노비츠키를 들으면서 너무 완벽해서 충격 먹음. 사실 개인적 견해라 그냥 무시하셔도 좋음
      1. Kasei (2023-07-17 22:35:09, 106.101.69.***)
      2. 4.5점 준게 그렇게 아니꼽나 댓글 개판이네
      1. dararra (2023-07-17 10:48:18, 14.38.107.**)
      1. dararra (2023-07-17 10:48:14, 14.38.107.**)
      1. dararra (2023-07-17 10:48:11, 14.38.107.**)
      1. 오늘은일찍돌아가 (2023-07-17 09:05:25, 118.221.147.**)
      2. 24:26이 노비츠키보다 완성도가 뛰어나고 4.5점급이라는 분은 앨범 제대로 듣고 평가하실 줄은 아시는 건지..
      1. museisee (2023-07-17 00:36:16, 211.114.77.***)
      2. 너무 좋았습니다.
        대신 trippy 이후부터 중후반부 몇몇곡만 뺐으면 더 완벽한 앨범이었을 것 같아요.
      1. 비니 (2023-07-15 22:58:28, 106.101.131.***)
      2. 앨범이 4.5급이 아니라고 반박 아니 거의 비난에 가까운 댓글을 다는 사람들의 주장을 보면 전부 다 본인들의 뇌피셜임 이 앨범이 단순히 트랙수가 많아서 별점을 높게 받은 것도 아니고 주구장창 4.5급은 아니라고 주창하는 이들의 근거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음 객관적으로 노비츠키라는 앨범은 그간 있었던 빈지노의 이야기를 익숙한 빈지노의 스타일이 아닌 새로운 사운드들 그리고 그가 겪은 일에 대해 정확히 이야기 해주지 않고 가사와 음악으로 어렴풋이 말해주는 게 이 앨범이 가진 정수라고 생각함 음악성과 가사들은 당연히 탑급인 수준임 헌데 기존스타일에 벗어나 본인들의 귀에 익숙하지 않고 듣기 좋지 않다 생각하기에 자기 의견을 모두에게 주입시키려는 막귀들의 비난들로만 가득해보임 어떠한 근거조차 존재하지 않는 쓰레기 글들만을 배설함
      1. 김지성 (2023-07-15 20:45:14, 220.123.90.**)
      2. 2023년을 빛낸 앨범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1. 김대중씨이당을이끌어 (2023-07-15 02:13:49, 126.126.142.***)
      2. 빈지노 과거작들보다 이번 앨범이 대중적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감식안이 안타깝습니다. 소속사에서 내는 앨범 소개글보다 깊게 들어가지도 못한 얕디 얕은 리뷰입니다. 평론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평론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자백하는 듯 해서 한심합니다.
      1. 브라운아이즈 (2023-07-13 19:49:06, 223.39.219.***)
      2. 리뷰를 객관적이게 작성해야지 개인적이고 빈지노에 대한 팬심이 너무 반영된 듯 합니다..
      1. envy (2023-07-13 14:42:18, 118.46.200.***)
      2. 아니 다들 느끼는바가 다를 터인데 아직도 답답한 소리하시는 분이 계시네.. 그럼 님이 평론하던가 진짜 왤케 찡찡이같이 구냐
      1. 방야방야방야 (2023-07-13 13:57:03, 211.106.25.***)
      2. EP라서 4.5점줄거를 4점주고, 트랙길이가 길어서 4.5점주고 그딴게 어딨나요.. 리뷰 내용을 읽고서 저런소리를 하는건지 답답하네요. 이러니까 리스너들은 제자리라는 소리가 나오지
      1. 임성민 (2023-07-13 08:20:42, 221.141.160.***)
      2. 제 생각에는 2 4 : 2 6이나 킁이 4.5가 되고 노비츠키가 4점이 되는게 맞지 않나 싶어요 빈지노나 씨잼이나 둘다 그때보다 나은 앨범을 아직까지도 못내놓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앞에 두개는 EP라 트랙이 짧고 노비츠키는 정규라 트랙 길이가 길어서 4.5점 주신거면 저도 그건 어느정도 동의합니다만
        그래도 노비츠키가 4.5점이면 누명, 에넥도트, 프리 더 비스트 같은 앨범은 5점으로 올려야 되지 않습니까..?
      1. 김서현 (2023-07-12 22:40:03, 211.36.159.***)
      2. 산 할아버지 구름 모자 썼네
      1. Jpegmafia (2023-07-12 19:52:47, 218.151.72.***)
      2. 설경 구경 설경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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