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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Jon Batiste - World Music Radio
    rhythmer | 2023-10-11 | 1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Jon Batiste
    Album: World Music Radio
    Released: 2023-08-18
    Rating:
    Reviewer: 황두하









    아티스트의 커리어에선 변곡점을 맞이하는 순간이 있다. 존 바티스트(Jon Batiste)에겐 [We Are]를 발표했던 2021년이 그런 해였다. 이전까지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던 그는 [We Are]에서 복고풍의 알앤비 사운드와 탄탄한 보컬을 선보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존을 모델 삼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소울, Soul] (2021)의 성공과 더불어 [We Are] 역시 비평적,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게다가 이듬해 4월에 열린 제64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무려올해의 앨범를 수상하며 커리어의 방점을 찍었다. 피아니스트 존 바티스트에서 무대 전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팝스타로 거듭난 것이다. 2년 만에 발표한 [World Music Radio]팝스타존 바티스트의 더 큰 야심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제목에 걸맞게 한국의 뉴진스(NewJeans), 스페인의 리타 파예스(Rita Payés) 같은 전 세계의 뮤지션이 참여했다. 제이아이디(JID), 뉴진스, 콜롬비아 뮤지션 카밀로(Camilo)가 참여해 각자의 언어로 노래 부르는 “Be Who You Are”는 앨범이 지향하는 바를 대변하는 트랙이다.

     

    My Heart” “Chassol”에 참여한 리타 파예스와 프랑스 재즈 뮤지션 크리스토프 샤솔(Christophe Chassol)도 각각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로 노래한다. 그런가 하면 “Clair de Lune”에서 케니 지(Kenny G)는 자신의 언어인 색소폰을 선보이고, “Uneasy”에서 릴 웨인(Lil Wayne)은 랩과 일렉 기타 연주로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다른 개성과 장기를 가진 게스트를 한데 모아 멜팅팟을 이루었다.

     

    이처럼 상이한 컨셉의 곡에 일관성을 부여하는 것은 존의 피아노와 스킷(skit)이다. 피아노는 다른 악기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분위기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피아노 하나로만 단출하게 진행되는 팝 발라드 넘버 “Butterfly”나 전작의 “Movement 11”에 이어지는 피아노 연주곡 “Movement 18’ (Heroes)”도 상대적으로 댄서블한 다른 곡과 무리 없이 어우러진다. 더불어 첫 곡 “Hello, Billy Bob”부터 “Goodbye, Billy Bob”까지 이어지는 라디오 컨셉의 스킷은 여러 장르와 언어가 이어지는 흐름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다만, “Goodbye, Billy Bob” 이후의 세 곡은 사족처럼 느껴진다. 인터뷰에 따르면 존은 영화가 끝난 후 크레딧이 올라가고, 쿠키 영상이 나오는 상황을 상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비교적 침잠된 분위기가 너무 길게 이어져서 앞선 곡들과 별개의 작품처럼 다가온다. [World Music Radio]라는 컨셉과도 동떨어져 있다.

     

    존은 낙관적인 태도로 삶과 개인의 존재를 긍정하는 메시지를 이어간다. 전작과 다른 건 대상이 흑인 사회에서 전 인류로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전자는 당사자성 덕분에 지난한 삶 속에서 피어난 긍정적인 에너지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후자에서는 현존하는 세계의 문제를 외면한 탓에 다소 얕게 느껴진다.

     

    일례로 도시에서 사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Uneasy”는 릴 웨인의 벌스 외에는 구체적인 묘사가 없어 와닿지 않고, 삶이 힘들어도 도망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Running Away”는 교조적으로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가볍게 듣기에는 좋지만, 집중해서 들을수록 묘하게 감흥이 떨어지는 것도 이 탓이다.

     

    프로덕션도 마찬가지다.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탄탄하고 알앤비를 기반으로 힙합, 아프로비츠(Afrobeats), 재즈, 펑크(Funk) 등등, 다양한 장르의 감흥을 잘 구현했다. 하지만 언어가 섞인 것 외에는 ‘World Music’이라는 컨셉이 무색하게 미국 주류 음악 시장에서 흔하게 들어온 사운드로 점철되었다. 이러한 프로덕션 자체가 나쁘지는 않지만, 뻔하게 느껴진다.

     

    ‘음악은 만국 공통어라는 말을 상투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 그렇지만 [World Music Radio]의 존 바티스트는 정말로 그 문구를 믿는 듯하다. 그만큼 앨범에 담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존의 시선에는 진심이 가득하다. 음악과 내용 면에서의 단순한 접근은 아쉽다.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듣고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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