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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후디 - 항해
    rhythmer | 2023-11-17 | 1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후디(Hoody)
    Album: 항해
    Released: 2023-09-21
    Rating:
    Reviewer: 장준영









    후디(Hoody)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싱어송라이터다.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던 곡도 그가 목소리를 얹으면 근사하고 중독성 강한 곡으로 변모한다. 많은 작업량에도 기복 없이 곡을 살리고 맛을 더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덕에, 웬만한 힙합/알앤비 앨범에서 후디라는 이름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정도로 존재감 있는 아티스트다.

     

    다만 10년이 넘는 이력에서 피처링한 곡보다 그가 앞으로 나선 앨범이 많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이제껏 두 장의 EP와 정규 하나가 전부다. 그래서 4년 만에 내놓은 새로운 정규작이 무척 반갑다. 우선 많은 변화가 눈에 띈다.

     

    지난 [Departure](2019)에선 "Something Missing" "Complex" 정도를 제외하면 리드미컬한 곡이 주를 이루었다. 트랩, 붐뱁, 하우스 등 다양한 프로덕션을 통해 정규에 걸맞은 풍성한 볼륨을 끌어냈다. 그러나 여러 스타일의 곡이 혼재된 탓에 다소 정리되지 못하고 어수선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았다.

     

    또한 테크 하우스를 가져온 "Miro"와 트랩 비트를 활용한 "선과 악"에선 프로덕션이 주가 되고 보컬이 부차적으로 사용돼 아쉬웠다. 마치 제이클래프(Jclef)의 앨범에 수록돼도 이상하지 않을 ""에서도 후디의 존재감은 유독 희미했다.

     

    다행히 이번 [항해]에선 양상이 다르다. 프로덕션 측면에서 전작보다 일관성이 줄어든 대신 팝과 알앤비를 기반으로 늘어난 볼륨을 추구하면서 앨범 단위의 재미가 부쩍 늘었다. 차분하게 문을 여는 "Fantasy"부터 트랩 비트를 기반으로 한 얼터너티브 알앤비 "고민해", 90-‘00년대 알앤비의 향수를 물씬 느낄 수 있는 "네가 너 다울 수 있게", 신스, 퍼커션, 플루트 등 청명한 악기 소스로 빽빽이 소리를 채운항해가 대표적이다.

     

    다채로운 구성을 이끌 수 있는 건 선장 후디의 역량 덕분일 것이다. 그는 알앤비, 힙합, , 재즈, 일렉트로닉 등을 아우를 줄 안다. "Lonely"에선 댄스홀 기반의 리듬 구조 위로 청량한 사운드에 어울리는 맑은 목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So Good To Me"에선 진보와 함께 뉴 잭 스윙(New Jack Swing)을 시도해 장르의 맛을 제대로 살렸고, "Blind"에선 오묘한 감정과 상황을 다루는 가사와 어울리는 분위기를 끌어내는 한편, 곡의 전개에 따른 완급 조절이 끝내준다. 물론 명징한 멜로디도 한몫했다.

     

    앨범을 갈무리하는 "흐림"도 지나칠 수 없다. 처음엔 리드미컬하고 꽉 찬 사운드로 일관한 "Blind" 다음으로 등장한 탓에 흐름과 분위기가 급격히 꺾이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윽고 기타와 목소리만으로도 감흥을 일게 한 보컬에 놀라게 된다. 소규모 편성에 맞게 담백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만들며, 군더더기 없는 바이브레이션까지 더할 나위 없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전체적으로 괜찮은 순간이 이어지지만, 재지한 피아노와 기타 소스로 변주를 준 “Daydream”에선 게스트의 참여가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했다. 피에이치원(pH-1)은 랩이 나온 걸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특색 없는 랩을 뱉었으며, 뜬금없는 영어 가사로 후디가 주조한 한국어 가사의 감흥을 끊어냈다.

     

    [항해]는 전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앨범이다. 피처링으로 그를 마주했을 때, 또는 "한강"과 같은 대표곡을 들을 때 으레 기대하게 되는 수준의 음악과 보컬로 완성했다. 후디의 여정은 확실히 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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