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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Drake - For All The Dogs
    rhythmer | 2023-11-17 | 1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Drake
    Album: For All The Dogs
    Released: 2023-10-06
    Rating:
    Reviewer: 황두하









    드레이크(Drake)는 지난 2021년부터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오는 중이다. 여섯 번째 정규 앨범 [Certified Lover Boy](2021), 댄스 음악에 투신했던 [Honestly, Nevermind](2022), 트웬티원 세비지(21 Savage)와의 합작 앨범 [Her Loss](2022)까지. 드레이크 정도의 슈퍼스타가 정규 앨범 단위의 작품을 이렇게 쏟아내는 경우도 드물다.

     

    그로부터 약 11개월 만에 드레이크는 또 다시 새로운 정규 앨범 [For All The Dogs]를 발표했다. 이번에도 23, 1시간 25분의 긴 재생 시간을 자랑한다. 앨범을 들어보면, 사실 새로울 건 없다. 침잠된 분위기의 곡과 클럽을 노린 듯한 뱅어가 뒤섞여 있다. 드레이크의 작품이라면 으레 예상할 수 있는 곡이 죽 이어진다.

     

    다만 신선한 인물을 기용했다. 트웬티원 세비지, 파티넥스트도어(PARTNEXTDOOR), 릴 야티(Lil Yachty) 같은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제이콜(J. Cole), 시자(SZA), 치프 키프(Chief Keef)처럼 왕래가 잦지 않았던 이들과 티조 터치다운(Teezo Touchdown), 이트(Yeat), 섹시 레드(Sexyy Red)처럼 비교적 최근에 주목받은 이가 참여했다. 모두 드레이크의 기존 스타일에 각자의 개성을 한 스푼씩 더했다.

     

    그중에서도 “Jodeci Freestyle” 이후 제이콜과 10년만에 함께한 “First Person Shooter”는 가장 인상적이다. 조 워싱턴 앤 워시(Joe Washington & Wash) “Look Me In The Eyes”를 샘플링한 위협적인 비트 위로 두 사람이 경쟁하듯 랩을 주고받는다. 특히 제이콜이 자신과 드레이크,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빅 쓰리(Big three)’로 천명하는 순간은 짜릿하기까지 하다. 씬의 정점에 섰기에 할 수 있는반박 불가의 자기과시다.

     

    드레이크의 특출난 재능 중 하나는 음악에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연기력이다. 더불어 매번 새로운 인물을 기용해 그의 음악 스타일을 자신의 것처럼 능청스럽게 소화해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IDGAF”에서는 이트와 함께 레이지(Rage)를 차용한 비트에 툭툭 내뱉는 랩을 선보이고, “Gently”에서는 아프로비츠(Afrobeats) 스타일의 리듬 파트 위로 배드 버니(Bad Bunny)와 함께 스페인어로 랩을 한다. 그런가 하면 “8am In Charlotte”은 컨덕터 윌리엄스(Conductor Williams)가 참여한 프로덕션이 그리젤다(Griselda) 진영의 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스타일의 접목이 어색하지 않다. 이미 드레이크는 전방위적인 활동을 통해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 온 덕분에 어떤 비트든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전반적으로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극적인 편곡을 더해 기존 드레이크의 음악과도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Gently”에서는 기타 연주가 주도하는 단출한 인트로가 분위기를 점층적으로 끌어올리고, 마이애미 베이스(Miami bass)의 리듬 파트를 차용한 “Rich Baby Daddy” 808드럼과 공간감을 자아내는 신시사이저, 간간이 울려 퍼지는 보이스 소스가 신나면서도 침잠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러나 귀에 남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곡도 있다. 드레이크의 보컬이 주도하는 곡들이 특히 그렇다. “Members Only” 정도를 제외하면, 진부한 멜로디 라인 탓에 지루하게 느껴진다. “Slime You Out”에서 중반부에 등장해 집중력을 확 끌어올리는 시자와 비교해 보면 이러한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Another Late Night”도 지난 히트곡들보다 중독성이 약하다.

     

    [For All The Dogs]의 드레이크가 주로 공격하는 대상은 지난 연인들이다. 첫 트랙 “Virginia Beach”에서부터 자신에게 필요 이상의 것을 바라는 여자들에게 일침(?)을 날린다. 실명을 언급하거나 대상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를 남기기도 한다. 일례로 “Fear Of Heights”에서는 ‘And I had way badder bitches than you, TBH’ 같은 가사로 과거 오랜 기간 동안 염문설이 있었던 리아나(Rihanna)를 디스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이러한 주제가 새롭지는 않다. 드레이크는 항상 만났던 여성에 대한 가사를 써왔다. 그의사랑의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꽤 흥미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지난 앨범에서 들어왔던 것의 반복이다. 표현이나 묘사도 참신하지 않다. 폐쇄적인 태도로 지근거리의 사람을 챙기고 적들을 배척하는 가사도 그 정도만 심해졌을 뿐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드레이크는 현재 미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큰 상업적 파급력을 지닌 인물 중 하나다. [For All The Dogs]도 발매 첫 주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안착했고, 수록곡도 빌보드 핫 100 차트에 1위부터 줄을 세웠다.

    차트 파워만큼이나 음악도 여전하다. 새로운 스타일을 조금씩 흡수하며 스펙트럼을 미세하게 늘려나가고 있지만, 큰 틀에서 구축해 놓은 색깔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매력적인 만큼 단점도 명확하다. 드레이크는 이번 앨범을 끝으로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고 밝혔다. 과연 이 시기가 그의 커리어에 전환점이 되어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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