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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홍다빈 - Giggles
    rhythmer | 2024-03-01 | 4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홍다빈
    Album: Giggles
    Released: 2024-01-23
    Rating:
    Reviewer: 황두하









    [Giggles]
    의 초반부는 홍다빈의 인생을 빠르게 훑어보는 구간이다. 마치 영화 [미드 90]이 떠오르는 치기 어린 학창 시절을 묘사한 “Ghost K!D” 2014년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데모를 짧게 모아놓은 “REC”를 지나면 지금의 지난한 상황을 토로하는 “Till I Live”가 이어진다.

     

    순수했던 어린 시절과 회사, 가족 등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한 현재가 “REC”을 사이에 두고 대비되면서 그의 상황에 더욱 쉽게 몰입할 수 있다. 특히 “Till I Live” 후반부에 삽입된 아버지와의 통화는 워낙 감정적 파고가 커서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이전까지 쌓인 감정은 디피알(DPR) 크루의 대표였던 렘(REM)과의 대화를 재구성한 듯한 스킷 “Giggles 2023: SNTTF”와 노골적으로 렘에 대한 분노를 토해내는 “WMP Freestyle”에 이르러 폭발한다. 홍다빈은 “WMP Freestyle”에서 커리어 사상 가장 격정적인 톤으로 랩을 뱉는다. 초반부에서 서사를 속성으로 쌓은 덕분에 이것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고 그의 상황에 동화되어 감정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는다.

     

    ‘나 보고 감사하라고 하던데 닥쳐, Where my money at? / 세무사 아저씨들 감사하러 올 거야, 네 주위에처럼 워드 플레이와 직접적인 상황 묘사가 섞인 라인, 환호하는 듯한 보이스 소스와 과장된 신시사이저가 어우러진 웅장한 프로덕션 등 여러 요소가 어우러져 앨범 내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을 만든다.

     

    WMP Freestyle”에서 폭발한 감정은 연주곡 “unconscious interude” “Anechoic Period”까지 퍼져나간다. “Anechoic Period”는 곡의 중반까지 노이즈 소스만 이어져 잠시 감정의 소강상태를 갖는 연출처럼 다가온다. 이는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Tic Tac”으로 자연스레 이어지며 연주곡 “R E L E X”로 앨범이 마무리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Shower Song”부터는 사족 같다. 음악은 괜찮다. 팝 록 스타일의 프로덕션과 샤워하는 순간의 짧은 고뇌를 풀어낸 랩이 어우러졌다. 그렇지만 앨범의 핵심이 되는 분노의 감정과 다소 동떨어진 탓에 마치 보너스 트랙 같다. 마지막 곡 “Green Juice”도 마찬가지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힙합보다는 팝, 일렉트로닉 쪽에 치우쳐져 있다. 대체로 완성도가 탄탄하고, 곡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어서 인상적이다. 일례로 “Ghost K!D”는 복고적인 신스팝 사운드가 어린 시절을 묘사한 가사와 어우러져 아련함을 더한다.

     

    [Giggles]에서 홍다빈은 “WMP Freestyle”처럼 상황과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가사로 몰입도를 높였다. 휘발성 강한 관성적인 표현의 영어 가사가 주를 이뤘던 [Is Anybody Out There?]과의 차이점이다. [Giggles]를 통해 세련된 사운드뿐만 아니라 본인만의 서사를 매력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아티스트라는 것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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