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염따 - 살아숨셔4
- rhythmer | 2025-07-21 | 6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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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염따
Album: 살아숨셔4
Released: 2025-06-12
Rating:
Reviewer: 황두하
[살아숨셔](2016)는 염따의 경력에 큰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이전까지 뚜렷한 작품 없이 래퍼들의 '주변인'으로서 살았던 시절과 그로 인해 가졌던 열등감을 가감 없이 풀어내어, 기존의 유쾌한 이미지에 진지한 음악가로서의 면모를 덧씌웠다. 또한 독특한 매력의 싱잉 랩과 메인스트림 사운드를 준수하게 구현해 낸 프로덕션도 인상적이었다. 이후 염따는 전성기를 맞으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그러나 [쇼미너머니10] 출연 이후, 마미손과의 갈등을 비롯해 각종 논란과 구설에 시달리면서 평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난 여론이 심해지자 2023년 이후 SNS 계정을 폐쇄하고 외부와 단절했다. 약 2년 만에 발표한 [살아숨셔4]는 이 기간에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작품이다. 시리즈의 네 번째 앨범이지만,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선 [살아숨셔]의 기조를 가장 직접적으로 이어간다.
중심이 되는 곡은 "윽!"이다. 학창 시절과 논란이 되었던 시기를 열거하며 당시에 가졌던 비겁한 속내를 매우 진솔하게 토로한다. '난 또 센 척을 했어 / 더콰이엇 옆에서 나도 왕인 척을 했어' 같은 가사는 염따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한다. 현재는 레이블 파트너가 된 더 콰이엇(The Quiett)을 향한 동경을 마치 사랑 고백을 하듯 이야기하는 "더콰이엇"도 마찬가지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서정적으로 변모했다. 전반적으로 가벼운 질감의 드럼과 기타, 피아노 등의 악기를 활용해 부드럽게 흘러간다. "윽!"이나 "마"처럼 드럼 없이 어쿠스틱 기타가 주도하는 곡도 있다. 특히, "그때 우리는"에서는 음악을 시작했던 지난 시절을 회고하는 염따의 랩에 담긴 감정을 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피아노를 단출하게 사용한다.
이에 맞춰 염따도 랩보다 노래에 가까워진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그의 보컬은 기술보다 음색과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력으로 승부를 보는 편이다. 덕분에 이야기에 심정적으로 더욱더 공감할 수 있다. 마지막 트랙 "마"는 강점이 가장 잘 드러난 곡이다.
다만, 랩과 보컬 모두 기술적인 쾌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Y-3"에서처럼 벌스에 재밌는 포인트를 만들어 낼 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정석으로 리듬을 밟아가며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 것처럼 느껴진다. 전작들과 같은 중독적인 후렴구도 부재하다. 그래서 반복해서 들으면 들을수록 가사가 주는 충격이 줄어들어 감흥 역시 떨어진다.
"순정(純情)2025"의 존재도 아쉽다. 코요테의 "순정"을 차용해 1990년대 댄스 가요의 무드를 살려냈는데, 오히려 앨범의 중간에서 흐름을 끊는 주된 요인이 되었다. 염따의 벌스를 추가한 것 외에는 원곡을 거의 그대로 쓴 것도 아쉽다. 앨범에 정식으로 수록된 곡이 아니라 "순정"의 리믹스 버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여러모로 뜬금없이 느껴지는 곡이다.
염따는 [살아숨셔4]를 통해 지난 논란들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길을 택했다. 이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돌려 말하지 않고, 자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털어놓는 화법이 유효했다. 덕분에 지난 행보를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엄마를 청자로 설정해 나약한 내면을 내비치는 "마"까지 듣고 나면, 어느새 그가 마음의 평안을 찾기를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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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dk (2025-07-22 23:54:31, 211.234.196.***)
- 개인적으로 별4개 받은 앨범보다 더 마음에 와닿은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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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eyama (2025-07-21 23:58:34, 114.202.75.**)
- 전반적으로 공감이 되는 내용입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