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로꼬 - SCRAPS
- rhythmer | 2025-08-14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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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로꼬
Album: SCRAPS
Released: 2025-07-08
Rating:
Reviewer: 황두하
[Scraps]은 로꼬(Loco)가 에이오엠쥐(AOMG)를 떠나 처음으로 발표하는 정규 앨범이다. 음악 스타일의 큰 변화 보다는 여태 해왔던 것을 조금씩 비튼 인상이다.
우선 전형성을 살짝 벗어난 프로덕션이 귀를 사로잡는다. 메인스트림 블랙 뮤직 사운드를 바탕으로 독특한 질감의 신시사이저와 소스를 활용해 개성을 더했다. 전주에 등장하는 관악기 소스의 한 부분을 루핑해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Dam”은 대표적. 이외에도 “OMG”, “저절로”, “Maycha High” 등등, 트랩의 전형을 벗어난 사운드 구성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랩도 인상적이다. 로꼬는 화려한 스킬보다는 차근히 리듬을 밟아나가는 편안한 랩을 주로 선보여왔다. 그러나 이번엔 커리어 사상 가장 화려한 랩을 들려준다. 특히, “Eh freestyle”, “Match High” 같은 곡에서는 라임을 빼곡히 채워 넣고 발음을 뭉개며 리듬을 밀고 당기는 랩으로 기술적 쾌감을 끌어올린다. 이질적인 단어를 조합해 물질에 초월한 듯한 태도를 과시하는 가사도 흥미롭다.
게스트들의 참여도 긍정적이다. 태국의 원밀(1MILL), 포뱅(4BANG), 인도네시아의 페비 푸트리(Feby Putri), 일본의 영 코코(Young Coco), 아르헨티나의 타이츄(TAICHU) 등, 그야말로 다국적 인물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각자의 언어로 노래하는데, 덕분에 국경이라는 가상의 선이 흐려지며 앨범이 제 3지대에 존재하는 것 같다. 영 코코와 타이츄가 참여해 한국어, 일본어, 스페인어가 뒤섞이는 “Matcha High”는 앨범에서 가장 기묘한 기운을 뿜어내는 곡이다.
“Random summer night”, “No where”, “Radio”, “파파고”처럼 장르적인 색이 옅은 곡들은 다소 아쉽다. 조단 워드(Jordan Ward)가 목소리를 보탠 “random summer night”는 유행하는 신스팝을 적절히 구현한 것 이상의 감흥을 느끼기 어렵다. 다른 곡들도 마찬가지다. 듣기 편하지만, 귀에 남지는 않는다. 대상이나 감정을 애매하게 표현하는 가사도 여기서는 지나치게 모호해서 오히려 평이하게 다가온다. 오래 몸담아온 레이블을 떠난 심경을 담은 “다시 (2030)”을 제외하면 별다른 감정을 느끼기 어렵다.
로꼬는 그동안 앨범 단위의 결과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마치 그의 랩처럼, 듣기엔 좋지만, 기억에 남는 한 방이 부족했다. [Scraps]는 그간의 아쉬움을 달래줄 만한 작품이다. 더 과감해진 프로덕션과 예상 밖 인물들의 기용으로 음악적인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로꼬의 홀로서기를 기대하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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