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콜 리뷰] 다이나믹 듀오 - Taxi Driver
- rhythmer | 2025-08-19 | 2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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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다이나믹 듀오
Album: Taxi Driver
Released: 2004-05-17
Rating:
Reviewer: 남성훈
한국 힙합을 돌아볼 때, 중요한 그룹 중 하나인 CB 매스(CB Mass)의 해체 후 최자와 개코는 다이나믹 듀오(Dynamicduo)를 결성했다. 다이나믹 듀오는 유명 그룹이 갈라지면서 그 힘이 사람 수대로 분할되는 전례를 따르지 않은 것은 물론 ‘셋보다 나은 둘’이라는 그들의 가사처럼 20년 넘게 한국 힙합을 대표하는 듀오로 자리 잡았다.
[Taxi Driver]는 당시 비로소 래퍼들의 내막이 대중에게 희열을 줄 수 있는 수준으로 한국 힙합의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을 증명한 기념비적인 트랙 “이력서”로 시작한다. 타블로(Tablo)의 바운스 넘치는 비트 위에서 둘은 더 물오른 랩을 선사한다. 특히 수준이 다른 박자 감각, 놀라운 가사와 이를 해치지 않는 절묘한 라이밍, 완벽에 가까운 전달력이 뭉쳐있는 개코의 “이력서”에서의 랩은 언제나 놀랍다.
다이나믹 듀오는 택시 기사라는 앨범의 테마를 앨범의 시작과 중간, 끝의 스킷(Skit)을 통해 드러내는데, 두 멤버가 택시에 올라타 이동하는 아이디어는 단순한 듯 매우 효과적이다. 놀랍게도 택시 기사를 연기한 앨범의 호스트는 CB 매스 앨범에서도 등장했던 노홍철이다. 능글맞은 그의 연기는 산만해지기 쉬울 법한 곡 구성을 오히려 강점으로 승화하며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여전히 [Taxi Driver]만큼 짜임새 있는 한국 힙합 앨범은 많지 않다. 앨범 단위에서 콘셉트의 성공적인 구현이 얼마나 큰 미덕인지 잘 보여주는 좋은 예다.
[Taxi Driver]의 모든 곡은 그다지 겹치는 부분 없이 각각의 생명력을 가진 듯 펼쳐진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인과 사회의 이면을 주목하다가 신나게 놀아보자고 제안하고, 래퍼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의 속사정을 말하며 새벽의 상념을 되뇐다. 다양한 주제를 풀어낸 가사는 무척 개인적이지만, 평범한 20대의 시선과 감성을 놓지 않는다. 시대가 변해도 [Taxi Driver]의 가사가 전혀 어색하지 않고, 여전히 유효한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중 단연 발군은 앞서 말한 "이력서"와 함께 후반부 듣는 이의 가슴을 뒤흔드는 "불면증"이다. 1분 30초가 흐를 때까지 이어지는 바비 킴(Bobby Kim)의 독창, 이후 분위기를 자연스레 이어가는 최자의 안정적인 랩. 그리고 긴장감을 형성하며 등장해 그야말로 휘몰아치는 30초간의 개코의 랩은 한국 힙합의 역사에서 가장 황홀한 순간으로 꼽을만하다. 참여 피쳐링진 대부분이 오랫동안 기억될 라인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Pride”의 인트로와 아웃트로를 맡은 더블 케이(Double K), “Superstar”의 훅을 남긴 션이슬로우(Sean2Slow)가 곡의 하이라이트를 가져간 것도 재미난 순간이다.
최자와 개코가 주도하고, 아소토 유니온(Asoto Union), 프라이머리(Primary) 등이 참여한 프로덕션은 그루브 넘치면서 부담 없는 멜로디와 어우러지며 흥을 돋운다. 삶의 다양한 면을 건드리면서 심각함과 유쾌함을 수시로 오가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수렴하는 다이나믹 듀오의 성격을 규정하는데 한몫했다. 생활밀착형 주제에 강하지만, 세상의 고단함과도 묘하게 떨어져 있는 듯한 감각의 음악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들의 강점도 [Taxi Driver]에서 완성됐다.
다이나믹 듀오는 이미 데뷔 앨범에서 절정을 찍었다. 완성미 있는 앨범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는 그들이기에 [Taxi Driver]처럼 뛰어난 앨범을 또 발표할 수도 있겠지만, [Taxi Driver]보다 더 극적인 앨범을 만들긴 어려울 것이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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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시황 (2025-08-20 09:00:00, 210.182.67.***)
- 반가운 앨범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