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국내 리뷰] 에피 - pullup to busan 4 morE hypEr summEr it's gonna bE a fuckin moviE
    rhythmer | 2025-08-25 | 1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에피
    Album: pullup to busan 4 morE hypEr summEr it's gonna bE a fuckin moviE
    Released: 2025-08-01
    Rating:
    Reviewer: 황두하









    레이지(Rage), 하이퍼팝(Hyperpop) 등의 장르가 유행하면서, 국내에서도 이를 시도하는 아티스트가 늘어났다. 에피(Effie)도 그중 하나다. 그는 올해 초 발표한 EP [E]를 통해 주목을 받았다. 프로듀싱을 맡은 킴제이(Kimj)는 서정적인 악기와 강렬한 신시사이저를 교차시키고 독특한 소스들과 808 드럼을 얹어 하이퍼팝의 정수를 구현해냈다. 에피의 보컬 자체는 평범했지만, “코카콜라”, “Kancho” 같은 소재로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청춘의 일상을 처연함과 유쾌함을 가로지르는 어휘로 표현한 가사는 흥미로웠다.

    약 5개월만에 발표한 새로운 EP [pullup to busan 4 morE hypEr summEr it's gonna bE a fuckin moviE]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파티튠에 가까운 댄서블한 곡들로 구성되어있다. 에피도 전작과 달리 랩에 가까워진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덕분에 개성이 살아났다. 드럼과 각종 소스가 어지럽게 울리며 사운드가 고조되는 가운데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뒤집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첫 곡 “More Hyper”에서부터 에피의 존재감이 확연히 드러난다.

    전형성을 벗어난 진행, 특유의 애드리브 활용, 그리고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연출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쉴 틈 없이 몰아친다. 음가를 천천히 올렸다 내리며 자연스레 빠져들게 만드는 “2025기침”의 후렴구와 되는 대로 내뱉는 것 같은 날 것의 감성이 살아있는 “Can I Sip 담배”의 벌스는 대표적이다. 싱잉 랩과 랩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Let’s Find A Good Manager”에서는 형식에 얽매이지는 않는 그의 음악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

    킴제이는 이번에도 세련된 프로덕션로 앨범의 뼈대를 세웠다. 서정성은 배제하고 어지럽게 울리는 신시사이저와 드럼, 고의로 믹싱을 안 한 것처럼 스피커를 찢고 나오는 베이스 라인이 어우러져 시종일관 몸을 흔들게 만든다. 하이퍼팝, 트랩, 신스팝 등의 장르가 교차하는 가운데 중간 중간 사운드를 찍어 누르는 808 드럼 스네어는 장르의 색을 덧칠하며 에피의 랩을 단단히 지탱해준다. 그래서 랩도 마치 사운드 소스 중의 하나처럼 맞물려서 흘러간다.

    전작에서 묘하게 느껴졌던 우울함과 공허함과 같은 감정은 이번엔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파티를 즐기고 사랑에 빠지는 여름의 청춘을 에피만의 감성으로 담아냈다. “2025기침”, “Can I Sip 담배” 같은 곡에서는 은어들을 은근슬쩍 들이밀며 현실과 동떨어진 음악가의 삶을 묘사하기도 하고, “Let’s Find A Good Manager”, “Makgeolli Banger”에서는 출신지인 부산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다만, 의미 없이 반복되는 영어 가사는 집중해서 들을수록 감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또한 유일한 게스트인 “2025기침”의 이안 쿠밍(ian kumming)은 비트를 따라가기 바쁜 것처럼 느껴지는 안이한 랩으로 이전까지 끌어올린 분위기를 한순간에 허무하게 마무리한다. 연주곡에 가까운 마지막 곡 “thankie thankie”도 이전까지와 분위기의 낙차가 심해서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앨범의 재생 시간이 짧아서 더 아쉽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pullup to busan 4 morE hypEr summEr it's gonna bE a fuckin moviE]는 매우 강렬한 작품이다. 6곡, 약 13분의 짧은 분량 안에서 휘몰아치는 사운드는 머리가 인식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도록 한다. 형식의 경계를 허물고 음악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흘러가는 랩은 에피라는 음악가의 개성을 돋보이게 했다. 비록, 마무리가 아쉽지만, 반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완성도 있는 앨범을 또다시 발표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앨범을 들으면, 그가 왜 단시간에 주목받게 됐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5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1. 진시황 (2025-08-26 11:35:48, 104.28.100.**)
      2. 머쉬배놈 앨범 리뷰 해주세요
    « PREV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