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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Danny Brown - Stardust
    rhythmer | 2025-11-28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Danny Brown
    Album: Stardust
    Released: 2025-11-07
    Rating:
    Reviewer: 황두하









    대니 브라운(Danny Brown)은 2023년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재활 시설에 약 8개월간 머물렀다. 재활을 시작할 때는 은퇴까지도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재활 동안 음악에 대한 흥미를 다시 되찾았다. 당시 그가 가장 즐겨들었던 것은 100 겍스(100 gecs)의 음악이었다. 이것을 계기로 하이퍼 팝(Hyper Pop), 글리치 팝(Glitch Pop), 디지코어(Digicore) 등으로 대표되는 음악들에 빠져들었다. 실제로 재활을 끝낸 후에 엘리스 룽위 가오(Alice Longyu Gao), 프로스트 칠드런(Frost Children), 제인 리무버(Jane Remover), 8485 같은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며 음악적 저변을 넓혀나갔다.

    [Stardust]는 대니가 지금까지 보여온 행보의 결과물이다. 앞서 언급한 프로스트 칠드런, 제인 리무버, 8485를 비롯해 하이퍼 팝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했다. “Starburst”와 “Lift You Up”를 제외하면 곡마다 모두 다른 게스트를 기용했다. 그래서 마치 대니를 객원 래퍼로 초빙한 컴필레이션 앨범 같은 느낌도 든다. 그는 어떤 곡에서든 날 것의 에너지가 넘치는 랩을 선보이며 주도권을 놓지 않고 앨범을 이끌어 나간다.

    기타 스트로크로 시작해 악기들이 쌓이며 상승하는 첫 번째 곡 “Book Of Daniel”을 지나면 “Green Light”까지 장르의 강렬한 기세가 휘몰아친다. 빠른 템포의 리듬 파트와 여러 질감의 신시사이저가 시종일관 어지럽게 울려 퍼지며 정신을 쏙 빼놓는다.

    마치 테이프를 돌리는 듯한 독특한 소리를 내는 신시사이저 라인이 귀를 사로잡는 “Starburst”와 오류가 난 것처럼 비선형적으로 이어지는 신스와 절규에 가까운 조나스커스(JOHNNASCUS)의 랩이 어우러진 “1999”는 앨범이 추구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곡들이다. 그런가 하면, “Copycats”, “Flowers”, “Lift You Up”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성과 중독적인 후렴구로 그가 그간 발표한 곡 중에서 가장 대중 친화적인 인상이다.

    “What You See”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가라앉는다. 이 곡에서 대니는 서정적인 비트 위로 랩을 낮게 읊조리며 어리석었던 과거를 반추한다. 이어지는 곡들에서도 사랑과 인생을 긍정하는 태도를 견지하며 호전적으로 쾌락에 집착했던 전반부와 대조된 모습을 보인다.

    하이라이트는 “The End”다. 약 9분에 달하는 긴 재생 시간 동안 알코올 중독에 빠졌던 시기에 느낀 감정과 재활 후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과정을 세심한 표현으로 풀어낸다. 드럼앤베이스를 차용해 내달리는 드럼과 아련함을 자극하는 신시사이저가 어우러져 변주하는 극적인 사운드와 폴란드-우크라이나 출신 아티스트 타 우크라인카(ta Ukrainka)의 참여는 곡의 감정을 폭발시킨다.

    앨범의 서사를 완성시키는 건 프로스트 칠드런의 멤버 엔젤 프로스트(Angel Frost)다. 그녀는 앨범 사이사이에 스포큰 워드로 참여해 대니가 겪은 중독과 치유의 과정을 시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그중에서도 “The End”의 마지막은 희망을 바라는 심정을 대변하며 강한 여운을 남긴다.

    이전처럼 기괴한 아이디어로 감탄을 자아내는 부분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대신 그 자리를 음악에 대한 새로운 열정과 섬세한 감정으로 채웠다. 대니는 인생의 가장 어두운 터널 끝에서 새로운 빛을 발견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Stardust]다. 마지막 곡인 “All4u”에서 자신을 지지해 주는 이들을 위해 음악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던 것은 앨범의 존재로 완성됐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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