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국내 리뷰] 저스디스 - Lit
    rhythmer | 2025-12-04 | 18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저스디스(JUSTHIS)
    Album: Lit
    Released: 2025-11-20
    Rating:
    Reviewer: 장준영









    저스디스(JUSTHIS)는 [2 Many Homes 4 1 Kid](2016)를 통해 과거의 사건에서 촉발된 분노와 무명 래퍼로서 겪는 설움을 동력으로 삼아 낯설고 불편한 극을 담았다. 적나라하며 폭력적인 표현이 주는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앨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는 랩과 디프라이(Deepfry)가 주도한 감각적인 프로덕션엔 누구도 쉽게 이견을 내놓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2 Many Homes 4 1 Kid] 이후로 무려 10년 만에 내놓은 [Lit]도, 역시 증오와 분노를 골자로 한다.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날 것 그대로의 디스를 쏟아내는 "THISpatch", 서정적인 무드의 비트에 돈과 명예에 따라 변하는 관계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내놔", 애증의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낸 "XXX"이 대표적이다.

     

    다만, 앨범이 진행되면서 분노의 대상이 점차 수렴되던 첫 정규와는 다르게, 새 작품은 여러 방향으로 분산되는 모양새가 강하다. "Can't Quit This Shit"이 그렇다. 케이팝과 종교, 음악 산업, 팔레스타인 학살 등등, 한 구절마다 내용이 휙휙 바뀌는 탓에 의도를 쉽게 알아차릴 수 없어 당황스럽다. 또한 일관성 없는 소재와 의견 제시를 쏟아내는 것 자체가 세상의 모든 이슈를 다뤄야만 하는 강박처럼 들리기도 한다. 저스디스와 이야기를 다루는 범위와 관점에서 이질감이 드는 일리닛(ILLINIT)의 랩도 어색하다.

     

    마지막 곡 "Home Home"도 비슷하다. 포에트리 슬램(Poetry Slam)의 형태를 띠는 구성에 캔슬 컬처(Cancel Culture), 마약, SNS, AI, 사회 운동, 환경 운동, 종교 등등, 많은 주제를 다룬다. 그러나 무책임하게 피상적으로 제시하고 나열하는 것에 그쳐, 별다른 감흥을 느끼기 어렵다. 게다가 저스디스와 함께 한 유승준의 참여도 의문스럽다. 현시점에서 음악 활동은 물론이고 사회 활동과도 관련 없어 보이는 인물을 참여시킨 것 자체가 불필요한 선택처럼 보인다.

     

    주제와 어우러지지 않는 비유와 일화가 많은 점도 아쉽다. 중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내가 뭐라고"는 어색한 첫 마디를 시작으로 신경 물질과 노동 시간, 유행 트렌드, 마약 전달 수법 등 마치 뉴스처럼 정보 전달에 치우치는 듯한 가사가 효과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원관념이 모호한 "내 얘기"는 공감은 물론이고 설득력을 찾기도 어려운 은유로 가득해 의도 전달과 표현력 모두 실패한 곡으로 느껴진다.

     

    저스디스는 데뷔 초기부터 꾸준히 혐오 표현을 정제 없이 쏟아내는 래퍼 중 하나다. 공격적인 단어를 가득 채운 [2 Many Homes 4 1 Kid]에서는 래퍼로서 잘 풀리지 않는 현실과 최면이라는 컨셉, 그리고 스탠딩 코미디의 형식을 가져온 구성을 통해 불편한 순간을 작품으로써 받아들이고 충격을 상쇄하는 전략이 있었다. 하지만 [Lit]에선 하나의 음악적인 장치로서 거친 가사가 배치되진 않는다. 단순히 남성성과 성공한 래퍼로서의 위치를 드러내는 것에 그칠 뿐, 마땅한 당위성을 찾을 수 없다. "THISISJUSTHIS Pt. III"가 그렇다. 상대방을 깎아내리기 위해 사용한 혐오 표현이 수준 낮은 일차원적인 가사로 구현돼, 일말의 가사적인 성취는 잃고 역설적인 감흥 대신 폭력적인 내용만 남았다. 

     

    앨범에서 퍼포먼스가 전체적인 몰입감을 방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프로덕션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점은 안타깝다. 군더더기 없는 매끈한 붐뱁 프로덕션의 "Lit", 단조 중심의 화음을 이루지 않는 멜로디, 음습한 느낌의 베이스를 앞세워 험악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Lost", 보사노바를 토대로 하는 원곡("Omar Gatlato")을 활용해 중독적인 훅과 리드미컬한 프로덕션을 주조한 "Wrap It Up"까지. 괜찮은 곡이 군데군데 존재한다.

     

    [Lit]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과거의 일화를 풀어내는 곡이다. "유년"에선 저스디스 특유의 지나칠 정도로 상세한 묘사로 유년 시절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이어지는 "Vivid"에선 잊히지 않는 학창 시절의 기억과 생각을 담았다. "돌고 돌고 돌고"에선 불화의 고조와 소강상태를 반복하는 가족과의 관계를 라디(Ra. D)와 함께 차분한 퍼포먼스로 생생히 그렸다. 저스디스가 다룬 과거 중 가장 담담하고 솔직하게 전하는 이야기는 타이트한 플로우와 꽉 찬 라임이 더해져 강렬한 순간을 만든다.
      

    이번 작품이 내용상으론 큰 만족감을 찾긴 어렵지만, 랩 스킬 자체로는 여전히 인상적인 것이 사실이다. "내 얘기"에선 불필요한 한영 혼용은 거세하고 자연스럽고도 정교하게 맞춘 라임이 굉장하며, 다채로운 소스 사용과 변주를 장착한 "Curse"에선 저스디스의 장기인 리드미컬하고 톡 쏘는 랩이 헤비한 베이스와 어우러져 흡족하다. 박자를 잘게 쪼갠 재즈 랩 프로덕션에 무심한 듯 신속하게 내뱉는 "Interrude"는 짧은 분량이 아쉬울 정도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Lit]에선 저스디스의 여전한 장점을 찾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저스디스이기에 아쉬운 지점도 가득하다. 어쩌면 앨범명처럼 근사한 작품이 될 수 있었던 [Lit]은,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앨범이다.

    188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1. WHaTIsIt (2025-12-07 20:40:58, 210.119.220.**)
      2. 리뷰가 생각보다 금방 나온 것도 그렇고 내용이 아무 커뮤니티에서나 찾아볼만한 내용이라 아쉽네요.
      1. redmur (2025-12-06 19:15:19, 220.65.131.**)
      2. 다른 건 모르겠고 리뷰별 댓글 개수만 비교해도 힙합 농가 살리기는 lit
      1. 스킬디스커버리 (2025-12-06 13:54:28, 172.226.94.**)
      2. 아무리 많은 걸 담아놨어도, 해석할 만한 매력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는 것까지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1. 김민수 (2025-12-06 11:23:33, 211.235.89.***)
      2. 메세지, 사회비판 갖고만 명반되면 비프리 학사모 연설이 리드머 5점 받았겠죠
      1. wickedness name (2025-12-05 22:48:44, 49.239.64.**)
      2. 마지막 트랙은 다 알고서도 ‘아가리‘하는 뮤지션들을 위하여서 담론을 던진 것으로 해석되네요. 사회 비판을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2번 트랙처럼 사회 문제가 이리도 많은데 묵념하는 이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게 작의라고 생각됩니다. 저스디스가 이게 효과적인 가사가 아니란 걸 모를만한 사람이 아닐 거고, 그렇다면 그럼에도 이런 전달 방식을 택한 이유를 따져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어요.
      1. 방야방야방야 (2025-12-05 15:39:51, 211.106.25.***)
      2. 저스디스가 [LIT]을 발매했습니다.
        신난 리스너들은 음악을 듣고 자신만의 해석을 합니다.
        그런데 [LIT]은 리드머 별점 3점을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명반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LIT]이 발매되면서 힙합 상권에도 활기가 돕니다.
        이것이 허승의 국힙 활성화입니다.
      1. 김현진 (2025-12-05 00:24:50, 112.171.65.***)
      2.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해석해서 평론했다면 점수는 이거보다 더 높진 못해도 평가는 달라졌을 것 같네요
      1. 복족 (2025-12-04 23:03:32, 106.101.72.**)
      2. 모음과 자음을 조합한 적이 있나요? 작품과 작가를 분리시킨 적이 있나요? 밤이 유독 짧게 느껴지는 계절도 더위도 매일이라 생각되면 기분탓일 수 있나요? 유기성은 시간축으로 이루어진 일차원인가요? 편애가 되면 안되겠죠 먹기쉽게 자르는 것도 누군가의 일이니. 평과 논이란 대중의 시선인가요? 탓처럼 느껴지더라도 하진 않았습니다. 그것또한 기울어지니. 가장 큰 입을 삼킨 입이 자신이길 빕니다.
      1. SolaceP (2025-12-04 22:38:46, 118.219.97.**)
      2. 저스디스의 신보를 많이 기다렸지만 아쉬움이 좀 있습니다. 누구보다 듣는 재미가 있는 랩스킬을 가진 저스디스라지만 이번 앨범엔 그런 재미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는 점(솔직히 말하면 실망의 수준), 서사 가득하지만 성숙의 태도보단 외부요인에 더 집착하는 딱히 변하지 않은 시선, 숨겨진 것을 풀어낸다고 그게 작품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마치 히치콕 영화처럼 전개되는 그 분위기는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지만, 하품 나오는 저스디스의 유년스토리와 남탓, 힙합 테두리 외에 사회문화적 인식에 대한 절하 등이 이 앨범을 고평가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느껴지네요.
      1. Hyd (2025-12-04 22:10:59, 118.235.7.***)
      2. 점수 불공평해!!불공평해!!
      1. A.TRAIN (2025-12-04 17:44:18, 121.162.31.***)
      2. POVIDONE ORANGE 리뷰 기원 100일 차 (발매한지 100일 안 됨)
      1. yeworshiper (2025-12-04 12:16:58, 121.170.230.**)
      2. 앨범에 숨겨져 있는 장치가 어떻고 다양한 해석이 어떻고 해도, 가장 중요한 건 이러한 메시지를 사운드와 잘 융화시켜 앨범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관점에서 이번 앨범은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플로우가 단조로워지면서 하고 싶은 말을 욱여넣은 느낌만 들고, 딱히 기억에 남는 트랙도 몇 개 없네요.
      1. Litisgod (2025-12-04 10:48:53, 106.101.195.**)
      2. 리드머3점까지가 릿임
      1. wtayx (2025-12-04 09:48:46, 220.77.42.***)
      2. 공감가는 내용도 확실히 있지만 이번 평론은 앨범에 대한 해석에 다가가지조차 못한 것 같네요. 정말 번역 중 손실입니다.
      1. 황현민 (2025-12-04 07:33:08, 104.28.243.**)
      2. 공감가는 내용도 있지만 더 높아도 될 거 같은데 너무 겉핥기식의 리뷰라 아쉽네요
      1. 박주성 (2025-12-04 02:02:04, 14.46.254.**)
      2. 생각보단 점수가 높네요
    « PREV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