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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Clipse - Let God Sort Em Out
    rhythmer | 2025-12-31 | 2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Clipse
    Album: Let God Sort Em Out
    Released: 2025-07-11
    Rating:
    Reviewer: 장준영









    무려 16년 만에 클립스(Clipse)가 돌아오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왜 하필 솔로 활동도, 다른 이름도 아닌 클립스였을까? 이제는 과거에 두고 잊었던 이름을 다시 꺼내 의아한 감정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Let God Sort Em Out]을 듣고 나면, 그 의문은 말끔히 사라지게 된다. 푸샤 티(Pusha T)와 맬리스(Malice), 두 사람이 데뷔 이래로 꾸준히 잘하는 가사적인 탁월성과 옹골진 퍼포먼스가 여전히 놀랍다.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지독할 정도로 생생한 묘사와 사회 문화 전반의 지식을 활용한다. 풍부한 콘텐츠를 담은 랩을 통해 클립스는 코크 랩(Coke Rap)의 수준을 다시 한번 끌어올린다.

     

    "M.T.B.T.T.F."만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다. 빈티지한 붐뱁 비트에 음습한 느낌을 전달하는 루프를 필두로 위험하고 급박하게 진행되는 거래 상황을 풀어낸다. 많은 단어와 비유를 사용하면서도 들이붓는 라임과 박자 감각은 여전히 발군이다.

     

    소재와 주제에 있어선 일부 곡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곡이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말의 지루함이 없는 것엔 래퍼로서 압도적인 듀오의 퍼포먼스 덕분이다. 현장감 넘치는 단어와 유려한 플로우, 곡에 따라 영리하게 조절하는 톤과 발음이 작품 내내 이어진다.

     

    또한 팀으로서 일관되게 스토리텔링과 차진 랩 실력을 들려주는 점도 만족스럽다. 푸샤 티는 영리한 비유와 구체적인 서술에도 간결하고 밀도 넘치는 벌스를 주조한다. 맬리스는 범죄와 부의 이야기에 독실한 종교적인 태도를 결합해, 동생과는 다른 가사를 써 내려간다. 더불어 몇몇 싱글을 제외하곤 사실상 길었던 공백이 무색해지도록 마디마다 짜릿한 랩 기술로 곡을 완성했다. 이렇듯 어느 한 사람에게 중심이 치우치지 않고 보완과 견제를 반복하며 균형을 유지하는 모양새가 일품이다.

     

    [Let God Sort Em Out]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첫 곡인 "The Birds Don't Sing"이다. 두 사람이 잘하는 코크 랩을 담는 대신,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형제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죽음을 선연하게 묘사해 상실감을 드러낸다. 후회와 그리움을 꾹꾹 눌러 담은 가사와 담담하게 얹는 랩이 대비되면서 감정적으로 듣는 모두가 동요하도록 만든다. 

     

    앨범의 또 다른 주역은 바로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다. 단독으로 전곡 프로듀싱을 담당한 퍼렐은 특유의 리드미컬한 비트와 폭발적인 베이스, 풍부하게 사운드를 증폭하는 신스를 앞세워 두 사람이 랩을 할 최적의 프로덕션을 선사한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가 참여한 "P.O.V"가 예다. 건반을 여러 겹을 덧씌워 몽환적이고도 기괴한 느낌을 자아내며, 둔탁하게 공간을 울리는 비트의 질감도 적절하다. 맬리스가 랩을 시작하는 후반부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변주를 주어 한층 더 몰입하게 하는 의도까지 영리하다.

     

    다른 곡에서도 퍼렐의 한껏 물오른 프로덕션이 이어진다. "So Be It"에선 탈랄 마다(Talal Maddah)의 "Maza Akoulou"를 샘플링하여 중동 음악의 분위기를 물씬 내는 동시에 드럼리스 스타일의 비트와 스트링 소스를 영리하게 결합하여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E.B.I.T.D.A."를 통해선 급박한 비트에 경건한 합창단 코러스를 얹어 긴장감을 끌어낸다. 선명한 멜로디와 함께 공간을 꽉 채우는 신스로 시작되는 "Let God Sort Em Out/Chandeliers"에선 나스(Nas)가 등장하면서 곡이 전환된다. 후반부엔 견고하고 묵직한 랩과 어울리는 고막을 울리는 헤비한 베이스, TV 시리즈인 [사지, Sarge](1971)의 오프닝 크레딧을 활용한 기발한 루프가 굉장하다.
       

    추억 속에 남겨질 뻔한 이름은 2025년이 되어 충만한 생명력을 얻었고, 새롭게 팀으로서 대단한 성취를 이룩했다. [Let God Sort Em Out]이 바로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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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시온 (2026-01-02 11:47:15, 211.46.137.***)
      2. 2025AO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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