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A$AP Rocky - Don't Be Dumb
- rhythmer | 2026-01-26 | 1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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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A$AP Rocky
Album: Don't Be Dumb
Released: 2026-01-16
Rating:



Reviewer: 김현명
에이셉 라키(A$AP Rocky)의 네 번째 정규 앨범 [Don't Be Dumb]은 발매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총격 사건을 두고 이어진 에이셉 렐리 (A$AP Relli)와의 법적 분쟁이나 곡들의 유출로 이어진 지연도 한몫했다. 무엇보다 [TESTING](2018) 이후로 8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기에 이목이 더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앨범을 준비하던 기간, 라키는 한 인터뷰에서 다양한 장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 말대로 [Don't Be Dumb]에는 펑크 록, 재즈, 메탈 등 여러 장르가 녹아들어 있다. 이를 보조하기 위해 상당한 수의 프로듀서를 기용했다. 비주얼을 맡은 영화감독 팀 버튼(Tim Burton)의 참여도 눈여겨볼 만하다. 어둡고 기괴한 버튼에스크(Burtonesque) 스타일의 앨범커버나 우스꽝스러운 파마 롤에 선글라스를 쓴 캐릭터로 등장하는 라키는 하이앤드 패션의 대명사였던 자신을 뒤집어 색다른 캐릭터로 분했다.
“ORDER OF PROTECTION”은 포문을 여는 곡이다. 라키는 자신이 돌아왔음을 알리며 긴장감 섞인 ‘방어 태세’를 취하는 자신을 그려낸다. 하이톤으로 얇게 걸린 드론 사운드는[TESTING]의 “Distorted Records”를 다른 버전으로 만든 것처럼 느껴진다. 이어지는 “HELICOPTER”는 강렬한 뱅어다. 피티 파블로(Petey Pablo)의 “Raise Up”에서 오마주한 훅은 날카로운 트랩 비트와 만나 마치 공중전을 하는 듯한 인상이다. “STOLE YA FLOW”에서는 그 공격적인 태도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First you stole my flow, so I stole yo’ bitch / If you stole my style, I need at least like ten percent”와 같이 유치하게 보이는 가사들도 특유의 플로우로 재치 있게 풀어나가며 드레이크(Drake)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은근히 겨냥하기도 한다.
이후 분위기는 순식간에 전환된다. 알앤비 아티스트인 브렌트 파이야즈(Brent Faiyaz)의 Full Moon (Fall In Tokyo)”를 샘플링한 “STAY HERE 4 LIFE”에서는 지금 이곳에 정착하고 싶다는 감정을 털어놓는다. 이어지는 “PLAYA”에서는 썬더 캣(Thundercat)의 프로덕션으로 퓨쳐 재즈 스타일을 보여주고 슬레이 스쿼드(Slay Squad)가 함께한 “STFU”에서는 메탈의 거친 에너지를 뿜어내기도 한다. 일찍이 예고했던 여러 장르의 퓨전이 훨씬 짙게 드러나는 부분들이다. 이는 “Punk Rocky”에서 극대화된다. 몽환적인 분위기에 펑크 록을 절묘하게 녹여내며 불안감을 표현하는 모습은 말 그대로 펑크 버전의 라키를 들려주는 것 같다.
그러나 미흡한 부분들도 느껴진다. “AIR FORCE(BLACK DEMARCO)”의 화려한 비트는 귀를 사로잡지만, 코러스 부분마다 분위기가 뒤바뀌어서 난해하게 느껴진다. “WHISKEY (RELEASE ME)”에서 웨스트 사이드 건(Westside Gunn)의 존재 이유 또한 느끼기 힘들다. 도이치(Doechii)가 등장하는 “Robbery”는 재즈를 기반으로 한 연극 형식의 곡이다. 주고받는 래핑과 강도 듀오를 콘셉트로 잡은 점은 흥미롭다. 그러나 앨범의 전체적인 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THE END”에 이르러 라키는 자신이 하고 싶던 말들을 꺼낸다. 종말론적인 분위기로 현재의 모습을 그려내는 윌 아이 앰(will.i.am)과 함께 그는 오히려 자신이 바보가 된 것 같다고 토로한다. 인종차별, 빈부격차, 교육 등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문제를 언급하며 그 속에 남겨진 처지를 토로한다.
에이셉 라키의 랩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실험적인 사운드들도 여러 장르 속에서 어우러지며 그만의 스타일로 절묘하게 완성되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방향성은 흐릿해 보인다. [Don't Be Dumb]이라는 흥미로운 제목과 비주얼로 등장한 앨범은 자신의 복귀와 과시, 스니칭(Snitching)에 대한 편집증적인 의식 등을 나타내는 가사들이 대부분이다. 그 때문에 가사에서 종종 언급되는 바보가 되지 말라는 말들은 정작 의미를 가늠할 맥락이 부족해 휘발되어 버린다.
[Don't Be Dumb]은 8년 만에 복귀한 에이셉 라키라는 아티스트의 무게를 드러내기보다는 그 시간을 통과하며 새롭게 확장된 음악적 감각을 보여주는 데에 집중한 모양새다. 기대를 단번에 충족시키는 작품은 아니지만, 다양한 장르적 시도가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진다. 다음 공백은 조금 더 짧아지길 기대하게 되는 작품이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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